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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 커피시장 폭발 성장…전 세계 커피체인들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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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 커피시장 폭발 성장…전 세계 커피체인들 '눈독'

■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상품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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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무역 상품은 무엇일까.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Coffee)'다. 한국인은 어느새 세계 최고의 '커피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구는 일본의 2분의 1도 채 안 되지만 마시는 커피량은 일본을 압도한다. 지난 2007년 방영된 TV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수많은 커플들을 커피전문점으로 끌어들인 지 12년 만에 한국 커피 시장은 세계를 제패했다. 이토록 급성장한 한국 커피 시장을 전 세계 커피 체인들이 눈독들이고 있다. 글로벌 커피시장의 동향을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 커피에 마리화나 배양 기술 적용, 캘리포니아 '생산지' 도전장
13세기부터 인류에게 사랑받아온 커피는 브라질과 베트남,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등에서 재배되고 있다. 커피 재배에 기후가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적도를 중심으로 남위 25도에서 북위 25도 사이의 열대 혹은 아열대성 기후 지역이 커피 농장의 최적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규칙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껏 커피 재배에 부적합한 캘리포니아가 유망한 커피 생산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과학자들이 만들어 낸 '커피 게놈지도' 덕분에 생명력이 강한 커피 종이 탄생하면서 캘리포니아를 새로운 커피 생산지로 부상시키고 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없는 의료용 마리화나 작물을 생산하는 '프론트 레인지 바이오사이언스(Front Range Bioscience)'는 지난해 3월 27일 300만 종의 새로운 커피 모종을 향후 4년에 걸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균이나 바이러스에 강한 마리화나 종을 컨테이너에 알맞은 영양분과 빛을 주어 재배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는데, 이를 커피 재배에도 적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커피 재배 방식은 우리가 원하는 생산량과 맛을 가진 품종의 커피 씨앗을 심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당초 원하던 품종에 정확히 부합하는 커피를 얻기가 힘들다.

1그루의 나무에서 1가지의 커피를 얻을 수 있지만, 다른 나무나 다른 생산지의 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올 확률이 5∼15% 정도 있어, 잡종이 재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론트 레인지 바이오사이언스의 컨테이너 속에서 자라는 커피나무는 유전자를 그대로 복제해 재배하기 때문에 이러한 염려가 없다. 물론 유전적으로 다양한 면역 체계를 갖추지 못해 전체 농작물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위험요소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역별 전통 재배와 병행해서 운용한다면 손쉽게 극복할 수 있는 과제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은 브라질이다. 2위는 베트남, 3위는 콜롬비아, 4위는 인도네시아, 그리고 최근 에티오피아와 인도네시아, 온두라스, 인도 등이 급부상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캘리포니아도 머지않아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세계 커피 시장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때 세계 커피 생산의 85%를 차지하며 세계 커피 가격을 좌지우지하던 브라질의 지위가 흔들리고 현재 시장은 베트남이 브라질을 바싹 뒤쫓고 있으며 북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년 전 세계 커피콩 생산량 중 불과 5%를 차지하던 브라질은 현재 2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저가 품종 '로부스타(Robusta)'에서는 2000년대 들어 브라질을 제치고 베트남이 최대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전 세계 로부스타 생산량의 40%는 브라질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이전 로부스타 생산 1위였던 인도네시아는 이제 베트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요 커피 수입국으로는 EU 북동부와 미국, 일본, 러시아, 스위스, 노르웨이, 튀니지 순이며, 이곳을 경유해 주변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커피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나라는 어디일까? 샌프란시스코 빅데이터 분석 업체 데이터히어로(Datahero)에 따르면, 1위는 일본, 2위는 이탈리아, 3위는 포르투갈, 4위는 사이프러스, 5위 오스트리아, 6위는 덴마크로 알려져 있다.
2007년 방영된 TV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수많은 커플들을 커피전문점으로 끌어들인 12년 만에, 한국 커피 시장은 세계를 제패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2007년 방영된 TV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수많은 커플들을 커피전문점으로 끌어들인 12년 만에, 한국 커피 시장은 세계를 제패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 세계 커피시장 이해하려면 선물거래소 정보 알아야

매년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커피콩의 무역 경로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커피 업체의 바이어들이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농장을 찾아가서 직거래하는 단순 거래로부터 시작해 대부분은 커피농장과 커피 정제시설, 중간거래상, 개인수출업자, 생산국 마케팅 위원회, 수입국의 브로커나 중계인, 커피 업체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 농장에서 생산된 커피콩이 생산국을 떠날 때까지 최대 5단계의 유통경로를 거칠 수 있다는 의미다.

커피를 비롯한 농산물은 현물로만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선물로도 거래되고 있다. 선물 거래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선물거래소에서 만나 미래의 특정 시점에 사전 약정된 가격으로 커피를 매매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실제 그 시점이 오면 당일의 거래 시세와 무관하게 미리 합의된 가격에 거래하는 것이 규칙이다. 커피콩이 어떤 방식으로 거래되든 커피의 거래가격은 커피 선물거래시장의 정보만 알면 된다. 실제 ICO가 품종별이나 국가·지역별 가격을 발표한 것 역시 커피선물거래시장의 가격에 따른 것일 뿐이다.

세계 커피의 흐름과 가격 결정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커피선물거래소의 정보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커피선물거래소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있다. 뉴욕에는 아라비카 커피를 거래하는 '커피설탕카카오거래소(Coffee, Sugar, Cacao Exchange of New York)'가 있고 런던에는 로부스타 커피를 거래하는 '커피터미널마켓(Coffee Terminal Market)'이 있다. 그 외 일본과 브라질에도 커피 선물시장이 있으며, 그리 활발하지는 않지만 인도와 싱가포르에도 있다.

커피선물시장은 '현금시장(Cash Market)'과 '선물시장(Future Market)'으로 나뉘어 거래된다. 현금시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배송할 수 있는 현물이나 커피콩을 현금으로 사고파는 것으로, 현지 가격 거래라 할 수 있다. 반면, 선물시장 가격은 오픈 경매장 내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서, 현재의 커피 가격을 토대로 미래 특정일의 커피콩 예상가격을 책정하게 된다.

따라서 가뭄이나 서리, 질병 등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커피콩 수확이 적정 물량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작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커피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생기게 되고 가격과 거래가 불확실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한 커피가격의 위험에 대비하여 선물시장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선물거래시장은 거래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고, 당시 무역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거래에 대한 규칙을 정립하여 관리하는 역할만 할 뿐 가격 자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을 찾아내고, 해당 가격에 대한 위험을 알리고, 가격을 전파하고, 가격이 질을 유지하며 중재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뉴욕 커피선물거래소는 매일 'ICE(Inter Continental Exchange) Future US'를 제시하여 오늘의 커피가격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표준 가격일 뿐 모든 커피콩의 가격은 실제 제각각 다르게 비정형화되어 있다. 최종 커피가격은 실거래자들의 몫이라는 뜻이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커피 생산량. 자료=ICO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0년간 글로벌 커피 생산량. 자료=ICO


◇ 한국 커피전문점 미중 이어 세계 3위, 1인당 구매액은 2위

"한국 사람들은 커피광이다." 외교안보 전문 매체 더 디플로맷은 최근 나온 KB경영연구소의 '커피전문점 현황과 시장여건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이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의 커피 시장이라고 보도했다. 디플로맷에 따르면, 유럽 시장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조사결과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이 261억 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중국이 51억 달러로 2위, 한국이 43억 달러로 3위, 일본은 40억 달러로 한국의 뒤를 이었다. 미국(2018년 기준 3억2720만 명)과 중국(2017년 기준 13억8600만 명), 일본(2017년 기준 1억 2680만 명)이 인구 대국임을 감안할 때 한국이 얼마나 많은 커피를 소비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커피전문점 이용객들의 구매력도 높다. 한국인들은 커피전문점에서 1인당 연간 10만9089원을 지출해, 18만5298원을 소비한 이스라엘에 이어 전 세계 2위에 올랐다. 이 때문에, 커피전문점의 커피 판매는 2007년 3억 달러에서 지난해 43억 달러로 14배 이상 증가하고, 커피콩을 포함한 커피 수입량은 매년 증가해 2012년 5400t에서 지난해 1만3300t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커피 수입도 2012년 이후 연평균 3%씩 증가하고 있다농촌진흥청의 최신 조사에서도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2006년 253잔에서 2017년 512잔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커피전문점 수는 8만159개, 종사자 수는 6만 명에 이르렀다.

한국의 커피전문점 시장은 10년 전인 2009년 1조 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2011년 2조8000억 원으로 성장한 후 지난해에는 5조6000억 원대로 확대됐다.

◇ 중국 커피시장 둘러싼 외국계 기업과 토종기업 간 쟁탈전 후끈

중국 커피시장을 둘러싼 외국계 기업과 토종기업 간 쟁탈전이 후끈 달아올랐다. 글로벌 체인을 거느린 '커피 왕국' 스타벅스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 커피 브랜드가 올해 5월 뉴욕 증시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중국 푸젠성 남동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 샤먼(厦门)에 본사를 둔 '럭킨커피(luckin coffee·瑞幸咖啡)'가 그 주인공이다. 뉴욕 IPO에서 럭킨커피는 5억6100만 달러(약 6707억 원)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럭킨커피는 중국의 커피 시장에서 세계적인 커피체인점 스타벅스의 자리를 빼앗는 것을 목표로 설립되어 '중국의 스타벅스(Starbucks of China)'로 불리며 급속 성장했다. 매년 점포 개설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으며, 2017년 6월 창업이래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중국국제금융 등의 지원을 끌어들이면서 점포망을 급속히 확대한 결과, 현재 28개 도시에서 237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 3분기(7∼9월) 매출은 14% 늘어난 15억4000만 위안(약 2500억 원)을 기록해 당초 분석가들의 예상치인 14억7000만 위안을 크게 상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중국에서 스타벅스를 몰아낼 날도 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럭킨커피의 순손실은 5억3190만 위안으로 지난해 4억849만 위안에서 30%가량 늘어나 아직은 적자기업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빠르게 매장을 확장하여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어, 향후 성장 전망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스타벅스가 4125개 매장에 도달하기 위해 20년이 걸린 데 비해, 럭킨커피는 3분기에만 약 700개의 점포를 추가 개설하여 중국에 총 3680개의 점포를 운영하게 됐다. 무역전쟁과 경기둔화로 소비자 지출이 약세를 보이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럭킨커피는 컵당 비용과 경제성에 중점을 두어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정보분석업체 리피니티브(Refinitiv)는 럭킨커피의 4분기(10∼12월) 매출은 최대 22억 위안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역별 커피 소비량. 자료=ICO이미지 확대보기
지역별 커피 소비량. 자료=ICO


◇ 전 세계 커피 소비 증가에도 커피농가 환경은 제자리…왜?

지난 10년간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은 안정적으로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농민들의 환경은 그리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국제커피기구(ICO)와 국제공정무역기구(Fairtrade International, FI)는 최신 데이터에서 밝혀졌다. ICO는 최근 발표한 '글로벌 커피 보고서'에서 2019∼2020년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은 1억6740만 자루(1자루=60㎏)로 0.9%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중 아라비카 생산량은 9568만 자루로 2.7% 감소하고, 로부스타 생산량은 1.5% 증가한 7172만 자루로 전망했다.

특히 남아메리카의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2년마다 도래하는 농작물 주기의 비수기에 몰린 브라질의 아라비카 생산량 감소가 원인이다. 기간 내 브라질 생산량은 7808만 자루로 3.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서의 생산은 주로 '베트남의 안정세 유지'와 '인도네시아의 생산량 회복'에 힘입어 1.9% 증가한 4958만 자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중앙아메리카와 멕시코는 0.9% 증가한 2154만 자루에 이르는 반면, 아프리카의 생산량은 1820만 자루로 0.6%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0년간 세계 커피 소비량은 연평균 2.1% 속도로 증가했으며, 2019∼2020에는 세계 경제의 저성장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ICO는 내다봤다. 기간 중 1.5% 증가한 1억6790만 자루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FI의 최신 데이터에서도, 매일 전 세계에서 16억 잔의 커피가 소비되고 있다. 여전히 소비자 가격은 예전과 다름없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생산국 중 하나인 브라질의 커피 풍작에도 생산자의 열악한 환경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복잡한 유통과정 탓에 유통 업자들과 최종 생산자들은 막대한 폭리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최초 생산자들인 농가에게는 소비자 가격의 10%만 돌아가고 있으며, 이마저도 각종 비용을 공제하면 실제 수익은 몇 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크를 통한 직거래와 공정무역을 업그레이드시켜 생산자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