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Biz 24] 미중 무역전쟁과 화웨이 견제로 5G시장 판도변화…노키아, 에릭슨 ‘어부지리’

공유
1

[글로벌-Biz 24] 미중 무역전쟁과 화웨이 견제로 5G시장 판도변화…노키아, 에릭슨 ‘어부지리’

미중 무역전쟁, 화웨이 퇴출로 세계 5G 장비시장의 판도가 바뀌면서 북유럽의 노카아와 에릭슨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무역전쟁, 화웨이 퇴출로 세계 5G 장비시장의 판도가 바뀌면서 북유럽의 노카아와 에릭슨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계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이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그 영향이 전 세계에 파급되며 다양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5G 판도변화’다. 그동안 싼 가격을 무기로 세계 각국에서 5G네트워크 설비를 따낸 중국 화웨이지만 여러 가지 의혹이 부상하면서 이 회사의 5G설비 도입을 미루는 나라가 늘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렇듯 화웨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핀란드의 통신기기 업체인 노키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노키아는 2019년 6월3일 보도 자료를 발표하면서 최근 5G관련 수주가 급증하고 있으며 수주물량이 42건임을 밝히고 회사 경영진들은 수주 건수에서 화웨이나 노키아를 앞질렀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노키아 측에 따르면 현재 시점의 수주물량은 화웨이가 추정 40건, 에릭슨이 19건으로(이에 대해 화웨이는 46건)으로 주장하고 있다. 노키아의 5G관련 수주 물량은 2019년 3월 말 시점에서 30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매주 1건 이상의 페이스로 새로운 수주를 따낸 셈이다.

또한 2019년 5월 말에는 소프트뱅크가 5G통신기기 공급업체로 노키아와 에릭슨을 선택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NTT나 KDDI 등도 이를 따를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일본에서도 화웨이 배제 움직임이 현저해지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바뀌고 있는 세계 5G판도, 5G를 둘러싼 세계 각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그 최신동향을 살펴본다.

■ 국제정세 변화와 ‘노키아’의 호조 이유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려면 화웨이가 왜 이런 상황에 빠졌는지를 아는 것이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화웨이라는 기업이름이 일반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2016~2017년경부터다. 구글 트렌드의 데이터를 보면 이러한 인지도 추이를 알아볼 수 있다. 또한 화웨이에 관해 “국제 특허출원건수가 세계 최다”라거나 “4G의 특허보유수에서 노키아, 에릭슨을 제쳤다”는 것이 화제가 되면서 이 회사를 거론하는 언론도 늘었다고 생각된다.

이와 함께 포브스의 ‘가치 있는 브랜드 순위 톱 100(2017년 판)’에서 중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랭킹에 오른 점 등도 인지도 향상에 기여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다 통신인프라를 주요사업이라면서도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사업을 전개한 것도 브랜드인지도를 높인 요인이 되어 ‘싸고 고품질’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 부회장 겸 CFO인 멍완저우(孟晩舟)가 캐나다에서 체포된 2018년 12월을 전후해서 화웨이에 대한 비난은 점차 강해진다. 화웨이 배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와 의회다로 2018년 8월에 시행한 새 국방수권법(NDAA2019)에서는 안전보장 상 우려에서 화웨이와 중국 통신대기업 ZTE을 정부조달 명단에서 배제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어서 2019년 5월에는 미 상무부가 화웨이와 이 회사의 자회사·관련회사를 미국 수출관리규칙(EAR)의 대상기업목록에 추가했다. 그 이유로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기술을 이란에 부정 수출하고 있다는 등의 의혹을 들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정부의 결정에 따라 미국기업의 대부분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정지했다. 구글이 화웨이의 스마트 폰에 대한 소프트웨어 공급을 정지하는 등 다양한 보도가 난무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각국의 5G설비 도입에도 영향을 주어 지금의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만류로 가장 먼저 화웨이 배제의 움직임에 나온 것이 호주다. 호주정부는 미국을 쫒아5G네트워크의 도입에서 안전보장 상 우려가 있다며 화웨이 설비의 이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 나라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증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어 그것이 신속한 결정으로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엔 이웃나라 뉴질랜드도 5G도입에 화웨이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뉴질랜드 통신보안국(GCSB)은 지난해 중국 통신대기업 ‘Spark’의 5G에 대한 업그레이드 계획에서 화웨이 설비의 이용을 금지했다. 이 결정에 대해 화웨이는 스폰서사업 등을 포함 뉴질랜드로부터 완전철수를 시사하는 등 압력을 가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Spark’는 화웨이 5G설비의 도입을 실현하기 위해서 새로운 계획을 짜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에 대해 미국 측에서는 만약 5G에 관해 화웨이의 설비를 도입할 경우 미국과 뉴질랜드 간 정보공유의 기본방향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경고를 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통칭 ‘파이브 아이즈’로 불리는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첩보기관협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이 경고하는 ‘상황공유의 재검토’란 이 협정에 관한 것으로 추측된다.

■ 영국 새 정부는 화웨이를 어떻게 보는가?

영국에서는 메이 총리에서 존슨 총리로 바뀌면서 화웨이를 둘러싼 상황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메이 전 총리는 ‘비 핵심부품’로 한정해 화웨이의 영국 5G참가를 용인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영국정부 전체가 화웨이에 대해 관용적인 입장인 것 같은 인상을 받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만은 않다.

영국 ‘텔레그래프’지가 2019년 4월에 전한 바로는 화웨이의 5G참가에 관해 4월23일 메이 총리는 관계 장관이 모인 회의를 개최해 그 여부를 논의했지만 핵심 각료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그 반대를 무릅쓰고 참가허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 건에 관해서는 차기 정부, 즉 존슨 정권이 최종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BBC가 8월말에 방송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모건 디지털문화부 장관은 화웨이의 영국에서의 5G 참여여부를 이번 가을까지 결정할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는 영국 존슨 총리의 매파 적 성향을 언급하며 호주와 마찬가지로 화웨이의 완전 배제로 움직일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영국의 EU 이탈에 따라 미국과의 협력관계 강화가 요구되는 존슨 정권으로서는 미국정부의 뜻에 맞는 형태의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동남아, 동유럽에서도 화웨이 배제 움직임

베트남 통신업체인 ‘베트텔’은 최근 국내 5G기지 건설의 화웨이의 설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베트텔 회장은 보안 면에서 상당한 우려가 있다며 대신 노키아와 에릭슨에서 장비를 조달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또 폴란드에서는 2019년 9월 동국을 방문한 미국 펜스 부통령과 폴란드의 마테우스 모라위키 총리가 5G에 관한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양측은 5G설비 공급업체가 외국정부의 지배를 받고 있지 않은지를 엄격하게 정밀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폴란드에서는 2019년 1월에 화웨이의 중국인 직원이 간첩혐의로 체포된 바도 있어 로이터통신은 미·중 신냉전에서 폴란드가 전선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 모두 아직 결정적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어 향후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에 따라 5G를 둘러싼 환경도 크게 바뀌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