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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타결 눈앞 알셉(RCEP), '자동차-전자' 인프라투자 가속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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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타결 눈앞 알셉(RCEP), '자동차-전자' 인프라투자 가속화 되나

투자 유치 수요 있는 역내 국가로 진출 활발…'삼성-현대' 전초기지 베트남 주목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이하 알셉) 타결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신남방정책의 중심지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우리나라 제조산업의 중심인 자동차-전자-전기분야의 인프라 확대를 위한 투자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이하 알셉) 타결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신남방정책의 중심지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우리나라 제조산업의 중심인 자동차-전자-전기분야의 인프라 확대를 위한 투자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한・중・일 3개국과 호주, 뉴질랜드, 아세안 10개국 등을 묶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이하 알셉) 타결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신남방정책의 중심지로 불리는 베트남의 주목도가 다시금 상승중이다. 한층 더 낮아진 무역장벽을 넘어 36억 시장으로 수출이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인데, 인프라 확충처럼 투자 유치 수요가 있는 역내 국가로의 진출도 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핵심산업인 전기・전자 및 자동차등이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큰데, '알셉'을 계기로 국내 제조업의 동남아 전진기지로 꼽히는 베트남으로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베트남 숙원사업 '부품 현지화'…현지기업 갈길 멀어


지금까지는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등을 중심으로 생산설비 투자가 활발했다면 이제부터는 기술이전을 통한 부품 현지화 등 인프라 구축과 확대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은 이미 많은 전기・전자, 자동차 등 제조기업들의 글로벌 생산 기지화가 되고 있다.

특히나 응우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탈 중국화가 시작되자 "베트남은 다국적 제조기업들의 생산기지가 되는 것이 목표다"며 기업유치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거대 이웃인 중국의 눈치에 상관없이 총리가 직접 유치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자국산업 육성이 시급한 과제기 때문이다. 글로벌 생산 기지화라는 명분은 좋지만, 이는 '빚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아직까지 현지 산업기반들의 수준은 형편없다. 산업기반들이 대부분 외국인직접투자(FDI)로 인한 것이지 자국의 기술과 기반이 아니다. 푹 총리의 속내는 '세금 혜택을 주는 대신 유치 기업들로부터 점진적으로 기술이전'을 얻어내는 것이다.

'부품 현지화'는 베트남 정부의 숙원 사업이다. 지난해 발생한 삼성전자 사태는 베트남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초 1차 협력업체 명단 200개를 발표했는데, 베트남 현지 기업은 없었다. 2・3차 명단에서야 몇몇개 기업들이 올랐는데 대부분 박스포장 등 액세서리 정도를 생산하는 업체였지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없었다. 현지 언론을 통해 '베트남인의 손으로 나사 하나 못 만드냐'며 각계각층에서 자조섞인 비판들이 이어졌다. 학계를 중심으로는 FDI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컸다. 그동안 외국기업들이 세금혜택만 챙기고, 현지 기업들에게 기술 이전은 하나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준으로 협력업체를 선정했을 뿐,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하이테크 부품생산에 있어서 현지 기업들의 수준이 삼성의 기준에 따라오지 못한다는 의미다. 삼성의 입장발표에 현지의 한국·일본 등 해외 기업들은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교육이나 컨설팅에 대해 현지기업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도요타 CEO는 현지매체를 통해 "태국에서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데 2명이 필요한데, 베트남은 5명이 필요하고, 태국인은 1분에 작업 한개를, 베트남인은 10분에 작업 한개를 끝낸다"며 떨어지는 생산능력에 대해 작심 비판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도요타 CEO의 인터뷰 발언을 보면 현지 자동차산업도 걸음마 수준임을 유추해 볼수 있다. 실제 현대탄콩이나 타코 등 대부분 현지 생산차 업체들은 CKD(반조립) 제품을 수입해 조립・생산하고 있다. 현지의 부품업체가 자생하기 힘든 구조다. 그러다 보니 덩달아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기업들도 어려움이 많다.

하노이에서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주영아 대표는 "자동차 부품의 경우 한국기업들은 진출이 많지 않다. 그동안 반조립 부품을 수입해 조립해 왔기 때문이다. 앞서 진출한 기업들도 현지 기업들이 부품을 생산할 수준이 안되다 보니 부속품을 납품 받을곳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베트남 산업부 내 VIA(Vietnam Industry Agency)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지의 자동차 부품기업은 전국에 걸쳐 53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에서도 연간 매출이 100억 원 이상 기업은 19개, 1000명 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기업은 13개에 불과했다.
부품 현지화는 베트남 정부의 숙원사업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부품 현지화는 베트남 정부의 숙원사업이다.


◼︎ '알셉' 계기로 현지 인프라 투자 가속화 기대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알셉'은 전기・전자, 자동차 등 산업의 부품 현지화에 단비가 될 수 있다. 아직까지 업종별 관세율이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어떤 품목이 수혜를 입고, 불리한지 명확하지 않다. 일단 역내 수요가 높은 전기·전자,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 분야에서 수출과 투자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주력 제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가 진행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경우 자동차나 전자·전기 관련 산업군의 베트남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기술이전을 원하는 현지 기업들도 합자회사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과 투자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고 있다. 현지 언론에 삼성전자가 베트남 협력공장에 대한 컨설팅과 엔지니어 양성을 지원하는 기사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 삼성에서는 처음으로 베트남 산업 전문가들을 한국에 초청해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삼성이 움직이자 베트남도 화답했다. 푹 총리는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 지역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부지에 대한 임대료 면제를 추가로 결정했다. 지난 10월에는 삼성이 베트남의 중소기업들에게 기술이전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자동차용 전기배선장치(와이어하네스; Wire Harness) 전문 제조업체인 티에이치엔(THN)은 베트남 탱화(Thanh hoa) 성과 1000만 달러 규모의 자동차 부품(전기 케이블 및 정션박스) 공장 투자를 논의중이다. THN은 탱화성 인민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약 6헥타르 규모의 공장부지확보와 현지 채용인원을 검토중이다. THN은 현지의 부품들을 현대·기아차에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인 ZF Friedrichshafen AG는 지난주 하이퐁에서 착공식을 열었다. 이 회사는 베트남을 동남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시장 중 하나로 평가하고, 지난 1년동안 현지 최초의 자동차 섀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약 28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공장은 하이퐁 딩부(Dinh Vu)공단에 위치한 빈패스트(Vinfast)공장내에 건설을 완료했다.

알셉을 계기로 주요 제조업의 베트남 내 인프라 투자는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이미지 확대보기
알셉을 계기로 주요 제조업의 베트남 내 인프라 투자는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베트남 하노이 한국자동차연구원 VITASK센터 안경진 부 센터장은 "베트남이 현재 자동차 및 전기전자 분야의 제조산업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한 것은 사실이나,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 마련되었다고 해도 베트남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우수 인력을 포함한 인프라)이 없다면, 지금까지와 같이 우수 부품업체 명단에서 베트남 기업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재 양성 및 기업의 기술력 향상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보니, 타 국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선임은 이어 "베트남 현지 기업의 기술적 애로사항에 대해 도움을 주기 위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 및 전기전자 분야의 전문가들이 현지 기업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엔지니어 및 컨설턴트 등을 양성할 예정이다. 이러한 기회들을 가능한 많은 베트남 기업들이 활용하여 제조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올해부터 전자부품연구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iTL, 아시아교류협력센터(ACC) 등과 함께 베트남 현지의 자동차 및 전기전자 부품산업 육성에 기여하기 위한 ODA 프로젝트인 '베트남 생산현장 애로기술지도 센터(VITASK Center) 조성 및 지원사업'을 수행중이다. 동 프로젝트는 총 5개 파트로 구성되며, 기업의 기술적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지도 파트, 제품을 평가하고 불량 원인 분석 등을 지원하는 시험평가 지원 파트, 우수한 엔지니어를 배출하기 위한 엔지니어 양성 파트, 기술 및 기업 경영을 컨설팅 할 수 있는 컨설턴트 양성 파트, 한국 기업과 베트남 기업간의 기술협력 및 파트너쉽 구축을 위한 네트워킹 파트 등이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