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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누명 씌운 퇴직자 억울한 옥살이 사연에 중국인들 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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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누명 씌운 퇴직자 억울한 옥살이 사연에 중국인들 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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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속에서 '희생양'으로 부각돼 중국에서 '애국 기업'이라는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華爲)가 돌연 '악덕 기업'으로 중국인들의 비난받고 있다.

리훙위안(李洪元·42)이라는 화웨이 퇴직자가 회사의 고소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다.
리씨는 지난 2005년 화웨이에 입사해 연구개발 및 판매 등 분야에서 일하다가 2018년 퇴직하며 회사 담당자들과 협의를 거쳐 38만 위안(약 6천400만원)의 퇴직보상금을 받았다.

그런데 9개월 후인 그해 12월 16일 새벽, 선전시 공안국 소속 공안들이 돌연 집에 들이닥쳐 그를 체포했다.

리씨가 퇴직금 협상 과정에서 회사 기밀을 유출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가했다면서 회사 관계자들이 그를 공안에 고소했기 때문이었다.

공안은 처음에는 리씨를 기밀 침해 혐의로 조사를 했다. 그러나 혐의 입증이 여의치 않자 사기·공갈죄로 죄목을 바꿔 장기간 구속 구사를 이어갔다.

다행히 리씨의 억울함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풀렸고, 선전시 검찰은 공안이 제기한 혐의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증거 역시 부족하다면서 지난 8월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리씨를 석방했다.

인터넷에서 리씨를 향한 동정 여론이 폭발한 것은 물론 중국의 주류 미디어들까지 앞다퉈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면서 화웨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많은 누리꾼은 화웨이가 중국의 노동 관계법이 보장하는 퇴직금을 챙겨간 리씨를 '괘씸죄'로 괴롭히면서 다른 퇴직 직원들에게 본보기로 삼으려 한 것으로 의심한다.

리훙위안의 사건을 계기로 쩡멍(曾夢)이라는 전 화웨이 직원 역시 퇴직보상금을 받는 과정에서 화웨이 측에 고소를 당해 90일간 옥살이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수사 기관을 활용해 퇴직보상금을 넉넉히 받아 가는 직원을 압박하는 것이 화웨이의 노무 전략이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리씨는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과 만나 사과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리훙위안 사건의 파문이 예상치 않게 커지면서 미국의 압력에 맞서 자국 정부와 소비자들의 강력한 지지에 기대던 화웨이는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화웨이는 멍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된 지 1년이 지난 것을 계기로 대대적인 동정 여론 조성에 나서려고 했지만 정작 중국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런정페이(任正非) CEO도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멍 부회장이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협상 카드가 되었다면서 딸이 이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런정페이의 CNN 인터뷰를 소개한 중국중앙(CC)TV 인터넷 기사에는 "애국심에서 화웨이를 샀지만 오만한 화웨이는 앞으로 사지 않을 것", "리훙위안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고난은 사람을 더욱 크게 만든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