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수원 '탈원전' 위기 감지했나...경영보고서에 '원전 이용률 제고', '원전 생태계 우려' 명기

공유
0

한수원 '탈원전' 위기 감지했나...경영보고서에 '원전 이용률 제고', '원전 생태계 우려' 명기

최연혜 의원 "한수원, 2020~2023 중기 경영목표 보고서에 향후 개선점으로 적시 확인"
작년 보고서에 없던 '원전산업 생태계 건전성 저하 우려'도 언급...탈원전 속도조절 풀이

11월 22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영구정지' 여부의 최종 의결을 보류한 경북 경주 월성1호기 원전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11월 22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영구정지' 여부의 최종 의결을 보류한 경북 경주 월성1호기 원전의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앞으로 5년 간의 경영목표를 담은 보고서에 '원전 이용률 제고'와 '원전산업 생태계 우려'를 명시한 것으로 밝혀져 원전산업 붕괴의 위기감을 인식하고 '탈원전' 속도조절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비례대표)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10월 자체 작성한 '2020~2024 중기 경영목표' 보고서에서 '향후 개선할 점' 첫번째 항목으로 '원전 이용률 제고'를 적시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수원은 "2016년 하반기부터 원전 안전성 강화를 위한 설비점검과 개선작업 등으로 인해 계획예방정비가 장기화됨에 따라 원전 이용률이 저조하다"며 "원전 이용률 실적 밀착관리, 계획예방정비 공기 최적화, 종합상황실 운영고도화 등을 통해 원전 이용률 개선에 총력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원전 이용률은 지난 2014~2015년 85%대를 유지하다가 2016년 79.7%, 2017년 71.2%, 지난해 65.9%까지 낮아졌다.

올해도 2분기에는 82.8%까지 상승했으나 3분기에 65.2%로 떨어졌으며 4분기에는 58%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수원이 앞으로 개선해야 할 첫번째 과제로 '원전 이용률 제고'를 꼽은 이유는 실적 하락을 막기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수원은 높은 원전 이용률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8022억 원을 기록했지만 3분기에는 원전 이용률 하락으로 351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2020~2024 중기 경영목표' 보고서에 수록된 '타 국가와의 원전 운영실적 비교' 표.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2020~2024 중기 경영목표' 보고서에 수록된 '타 국가와의 원전 운영실적 비교' 표. 자료=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은 이 보고서의 '향후 경영환경 분석' 부분에서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산업 생태계 건전성 저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원전산업 생태계 건전성 저하 우려' 문구는 지난해 작성한 '2019~2023 중기 경영목표'에는 없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한수원의 위기의식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원자로 등 원전 주기기 생산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올해 들어 전 직원 6000명 중 과장급 이상 2400명이 순환 휴직을 시작했고, 지난달 말 임원 20%를 감원 조치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장착됐고 미국에서 미국 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설계인증을 받은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을 제작한 회사다.

신규 원전 건설이 전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많은 원전 부품업체들도 존립 위기에 처해 있다.

한수원 역시 이번 보고서에서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인정하고 있다.

한수원 보고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한해 동안 원전 호기당 고장정지 건수가 한국은 0.17건으로 1위의 안전성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위 미국(0.65건)과 중국(0.65건)을 비롯해 러시아(1.11건), 캐나다(1.16건), 영국(1.27건), 프랑스 2.53건)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또한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자료를 근거로 한국의 지난해 비계획 손실률(불시고장 등으로 발생하는 손실량 비율)도 1.75%에 불과해 우크라이나(1.82%), 미국(1.84%), 러시아(2.41%), 영국(3.63%), 캐나다(3.70%), 프랑스(4.92%) 등보다 낮다고 밝혔다.

이번 한수원 보고서는 지난해 보고서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확대, 원전 해체산업 기반구축,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 등을 주요 전략목표로 제시하고 있으나 '원전산업 생태계 우려'를 언급했다는 것은 최고의 원전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영악화를 맞고 있는 것은 국내 원전업계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전산업 붕괴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원전 이용률 증가는 물론 아직 경제성을 유지하고 있는 원전의 무리한 조기폐쇄 시도를 중단하고 건설 중단된 신규 원전 건설을 재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