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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트럼프 잇단 반유대주의 발언에 등 돌리는 유대계미국인…재선가도 새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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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트럼프 잇단 반유대주의 발언에 등 돌리는 유대계미국인…재선가도 새변수

미국 플로리다에서 7일(현지시간) 열린 유대계 미국인협의회 전국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플로리다에서 7일(현지시간) 열린 유대계 미국인협의회 전국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유대계 미국인들은 트럼프와 공화당에는 뿌리 깊은 백인 내셔널리즘이 있고 그것이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현지시간 7일 열린 미국에 귀화한 이스라엘인 단체 연차총회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한 연설이 물의를 빚고 있다. 재미 유대인그룹은 트럼프의 발언을 ‘반유대주의’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스라엘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유태계 미국인이 있다”며 “나만큼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대통령은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유대인들 대부분이 부동산 비즈니스에 종사하고 있다. 나는 잘 안다”고 말하며 “유대인은 대단한 수완가다. 좋은 사람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당신은 나에게 투표해야 한다.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유대계 미국인 그룹들은 이러한 발언은 ‘반유대주의적’이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본질적으로 “유대계 미국인은 반드시 이스라엘과 그 우파의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사는 유대인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되는 “유대인 충성심은 미국보다 이스라엘에 있다는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 뿌리 깊은 공화당의 반유대주의

진보적인 유대계 미국인 활동조직 ‘이프 노트 나우’의 정치디렉터 에밀리 메이어는 “트럼프 의 발언은 상궤를 벗어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반 유대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그의 연설은 미국 공화당 내 반유대주의의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표현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유대인으로서 우리는 공화당 내부에 존재하는 이런 노골적인 백인 내셔널리즘과 반유대주의를 부인할 것을 요구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진보적 유대계 미국인 조직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의 공동 디렉터 앨리스 와이즈도 “트럼프는 반유대주의적 표현을 쓰지 않고는 유대인에게 말을 걸지 못한다. 이스라엘에 비판적이며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대통령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유대계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며 같은 심정을 호소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는 “다루기 어려운 유대인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일리 소이퍼 ‘전미 유대민주평의회’ 사무국장은 뉴스위크에 보낸 e메일을 통해 트럼프의 발언을 “매우 불쾌하며 비양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반유대적인 스테레오 타입의 이미지를 내세워 유대인들은 돈으로 움직이고 이스라엘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는 비열하고 편협한 그의 발언을 우리는 강하게 비난한다. 트럼프는 뻔뻔하게도 유대인들에게는 자신을 지지하는 것 이외의 선택사항은 없다고까지 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트럼프의 극우파 친 네타냐후 정책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재미 유대인들 사이에서 공화당에 대한 지지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소이퍼는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발언은 유대인의 가치관과 맞지 않아 2014년에는 33%였던 유대인의 공화당 지지율이 2018년에는 17%로 떨어졌다”고 실례를 들었다.

친이스라엘의 리버럴 파 미국인그룹 ‘J스트리트’도 트럼프의 발언에 비판적이다. 이 단체는 “트럼프는 유대인 청중에게 말을 걸 때 자신의 머릿속 어느 곳에 있는 반유대주의에 심취된 말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트위터로 비난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극우라고 할 수 있는 정책을 강력히 지지해 왔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현재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태에 몰려있다. 부패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데다 2019년 총선에서는 단독과반수에 실패하고 야당의 협조도 얻지 못하면서 정권 수립에 실패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수십 년 계속된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을 대전환하며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인에게 매우 중요한 도시이며 독립 국가를 만들었을 때 이곳을 수도로 한다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비원이었다. 그래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 정책은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거세게 반발했다.

트럼프는 이어 11월에는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간주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 강 서안지구의 입식 활동에 대해 미국 정부는 ‘불법’으로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8월에도 트럼프는 민주당에 투표하는 재미 유대인들은 “무지하고 충성심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