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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사자신중충’… 안에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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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사자신중충’… 안에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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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는 백수의 왕이다. 어떤 짐승도 사자에게는 감히 덤벼들 수 없다. 그래서 백수의 왕이다.

사자는 죽어서도 백수의 왕이다. 죽어서 엎어져 있어도 다른 짐승은 접근하기가 겁난다. 죽었으니 무서울 것 없다며 사자를 뜯어먹을 수 있는 짐승은 없다.

그러나 죽은 사자를 먹는 것은 따로 있다. 사자의 몸속에서 생긴 벌레다. 사자가 죽으면 그 몸속에서 벌레가 저절로 생겨나 사자를 말끔하게 먹어치우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 이야기다. 불법(佛法)을 파괴하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불제자 자신임을 경계하는 말이다.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미생물의 존재를 몰랐다. 죽은 사자의 몸이 부패하는 것을 보고 벌레가 먹어치운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자가 늙거나 병들어서 힘을 쓰지 못하면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어린 사자도 맹수의 공격 대상이다.

그렇다고 비과학적이라며 무시해버릴 수는 없는 가르침이다. 종교뿐 아니라 기업이나 단체, 국가도 내부에서부터 붕괴하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이라도 분열이 일어나고 갈등이 심해지면 안에서부터 무너지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래서 옛말에 "한 집안은 반드시 스스로가 파괴한 뒤에야 남이 파괴한다(家必自毁而後人毁之)"고 했다.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가 친 뒤에야 남이 칠 수 있는 것(國必自伐而後人伐之)"이라고도 했다.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쌓아 국방을 튼튼하게 다졌다. ‘시황제(始皇帝)’를 자처하면서 진나라가 영원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그 막강했던 진나라도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농사꾼 출신인 진승(陳勝)이 가장 먼저 반기를 들었고, 반란이 잇따랐던 것이다.

당나라 시인 왕준(汪遵)은 이렇게 읊기도 했다.

“어찌 알았으랴, 만 리나 이어진 세력이(焉知萬里連雲勢), 석 자밖에 안 되는 요 임금의 궁전 섬돌 높이에도 미치지 못함을(不及堯階三尺高).”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몸은 하나, 머리가 두 개인 새를 가리키는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택했다는 소식이다. ‘공명지조’는 머리가 두 개 달린 새로, 한 머리가 몸을 위해 좋은 열매를 챙겨 먹자 다른 머리는 약이 올라서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다가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었다는 교훈이라고 한다.

지금 나라꼴이 ‘공명지조’라는 것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함께 죽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선정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 나라 밖에서는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경고가 들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똘똘 뭉쳐야 할 텐데, 그럴 생각들은 없다. 정치판은 더욱 싸움질이다. 이러다가는 안에서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돌이켜보는 ‘사자신중충’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