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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옥죄자 건설사들 '단독수주' 대신 '컨소시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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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옥죄자 건설사들 '단독수주' 대신 '컨소시엄'

고척4구역 다투던 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 손잡고 공동수주 시공권 확보
정부, 정비사업 '현미경 감시'에 출혈경쟁 지양...조합원들은 개별경쟁 선호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현장. 사진=카카오맵 로드뷰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현장. 사진=카카오맵 로드뷰 캡처
건설업계의 정비사업 수주 전략이 ‘경쟁’에서 ‘화합’으로 바뀌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사업 수주 물량 확보를 위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에서 벗어나 최근 경쟁사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사업을 수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고척4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 K컨벤션웨딩홀에서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고 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148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25층, 10개동 규모 아파트 983가구를 신축하는 프로젝트로, 총 공사비는 약 1970억 원 규모이다.

고척4구역 조합은 지난 6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입찰에 참여한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중 한 곳을 시공사로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두 회사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하며 시공사 선정 안건이 부결됐다.

당시 총회에는 전체 조합원 266명 가운데 부재자 투표를 포함해 246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개표 결과 대우건설이 126표, 현대엔지니어링이 120표를 얻었다.

그러나 조합 측은 대우건설이 받은 4표에 대해 무효 처리했다. 해당 투표용지에 정식 기표용구가 아닌 볼펜으로 표기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조합원들 사이에서 대우건설의 기권‧무효 6표를 유효표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조합은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키로 했다.
총회 결과가 번복되자 현대엔지니어링은 조합이 독단으로 시공사를 확정 공고한 것에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소송, 임시총회 금지 가처분소송 등을 법원에 냈다. 이후 법원이 잇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의 손을 들어주면서 시공사 선정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조합은 더 이상 사업을 지체하지 않기 위해 결국 양사의 동의를 구해 재입찰 절차를 밟았다. 이후 양사는 단독 입찰이 아닌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 공동수주라는 쾌거를 이뤘다.

지방 정비사업장에도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바람이 불고 있다.

대전 중구 태평동5구역 재건축조합은 이달 초 조합원 총회를 열고 롯데건설 컨소시엄(롯데건설·대우건설·금성백조주택)을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대전 중구 태평동 365-9번지 일원 16만㎡ 규모의 부지에 지하 2층∼지상 38층 규모의 아파트 18개동, 2408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이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앞서 진행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동부건설, 계룡건설산업 등 10여 곳이 집결하며 이곳 시공권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어진 입찰에는 롯데‧대우건설 등 서울지역 대형사 2곳과 지역 내 입지를 갖춘 금성백조주택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사인 코오롱글로벌을 제치고 시공권을 품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서울 대형 재건축단지 못지않게 단지 규모가 커 사업을 분담해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 3개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컨소시엄의 가장 큰 장점은 업체 간 출혈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SK건설과 포스코건설도 지난 14일 대구 대명6동 44구역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공동으로 수주했다. 이 사업은 대구 남구 대명동 1111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9층 10개동 총 1002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로, 총 공사비는 2483억 원이다.

이처럼 전국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컨소시엄 수주가 늘고 있는 이유는 도시정비사업 규제 강화 기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서울 한남3구역 등 대형 재개발 사업지에서 건설사 간 수주전이 격화되자 대규모 정비사업지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전은 곧 개별 건설사 간 홍보 싸움으로, 조합원들을 얼마나 설득시키는지에 따라 시공권 당락이 좌우된다”면서 “최근 정부가 정비사업 전반에 현미경을 들이대자 건설사들도 과도한 개별 홍보를 지양하고 컨소시엄을 택하며 경쟁을 줄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컨소시엄 구성으로 출혈 경쟁을 피하고자 하는 건설사들의 움직임과 달리 재건축‧재개발조합 내부에서는 컨소시엄보다는 건설사들의 단독 입찰 참여를 선호하고 있다.

두 곳 이상의 건설사가 컨소시엄 구성 시 조합원 의사결정 단계가 늘어나 사업 추진이 더디고, 컨소시엄보다는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GS건설은 이달 초 공사비 7300억 원을 웃도는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시공자로 선정됐다. 무려 4곳의 건설사로 이뤄진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대림산업‧포스코건설‧계룡건설산업)을 제치고 시공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번 결과에 업계는 다윗(GS건설)이 골리앗(현대건설 컨소시엄)을 꺾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GS건설이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비해 보유 현금과 신용등급 등 부문에서 뒤쳐진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단독입찰로 나서며 책임소재와 브랜드 가치를 명확히 해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었다는 평가이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이 진행되면 건설사들은 수주를 위해 경쟁사보다 조합원들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조합원 대다수가 컨소시엄 구성 보다는 개별 경쟁을 원하는 분위기”라며 “앞으로도 단독 또는 컨소시엄 여부가 시공권 확보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