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인터넷 시장의 공정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업계 의견 등을 수렴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정산 방식을 도입하는 등 인터넷망 상호접속 제도 전반을 개편했다. 그러나 통신사 간 접속료가 CP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인터넷 시장에서의 경쟁이 위축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통신사는 상호접속 협정(도매)을 체결해 대가를 정산해 왔다. 한편, CP(포털, OTT 등)는 통신사와 망 이용계약(소매)을 체결하며, 망 이용대가 등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통신사와 CP 간의 자율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과기정통부는 개선안을 통해 KT·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간 트래픽 교환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면 접속료를 상호정산하지 않는 ‘접속료 정산제외 구간’(무정산 구간)을 설정하도록 했다. 또 중소 통신사의 접속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접속통신요율을 연간 최대 30%가량 인하하고, 사업자 간 상호합의가 있는 경우 계약 구조 등을 달리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트래픽량이 같을 때 중소 ISP가 대형 ISP에 주는 접속료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기존 접속통신요율은 지난 2016∼2017년에 연간 7.3%, 2018∼2019년에 13.4%가 각각 인하됐다. 접속료 정산제 외 구간은 트래픽 교환 비율을 1:1.8로 정할 계획이다. ‘1:1.8’이라는 말은 A사에서 B사로의 발신 트래픽량이 100일 때, B사에서 A사로의 발신 트래픽량이 180이라는 의미다. 과기부는 최근 1년 동안 대형 통신사 간 월별 트래픽 교환 비율이 모두 1:1.5를 밑돌았기에 접속료 정산제 외 구간을 1:1.8로 설정할 경우 접속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부는 접속료 정산제 외 구간 설정으로 통신사가 접속 비용 없이 CP를 유치할 수 있게 되면서 CP 유치 경쟁이 활성화되고,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등 혁신적인 서비스 출시를 촉진할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들은 화질 등 서비스 품질을 높여도 망 이용대가 부담이 커지지 않는 계약을 맺어왔지만 국내 CP 사업자들의 경우 서비스 품질을 높일 때마다 망 이용대가 부담이 커지면서 콘텐츠 화질 개선 등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제도 변경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은 엇갈릴 수 밖에 없다.
대형 ISP의 경우 기존에 받던 망 이용대가가 줄어든다. 반면 중소 ISP와 국내 CP들은 망 이용대가 부담이 경감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과기부의 발표 직후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계의 우려를 일부 반영해 망 비용 상승의 구조적 원인을 일부 개혁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한발 나아갔다”며 “향후 발신자 기준 재정의, 상한가 폐지 등 더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이제라도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창출하는데 주무 부처가 나서 준 것에 환영을 표한다”고 밝혔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 통신정책관은 “이번 개선안은 통신사 뿐 아니라 인터넷 생태계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만든 결과물”이라면서, “앞으로도 우리의 강점인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위에서 다양한 인터넷 생태계 참여자들이 동반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인터넷 시장 전반의 경쟁상황을 확인·점검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년여 간 제도개선 연구반을 구성·운영했다. 이 연구에는 CP(포털, OTT 등), 통신사(10여개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 협회(KTOA, KCTA, 한국인터넷기업협회, KSF), 연구기관(KISDI, ETRI)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총 8차례 연구반 회의 및 사업자 개별의견 청취 등을 통해 인터넷 생태계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한 끝에 나왔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