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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글로벌 투자은행, M&A 기후변화 리스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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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글로벌 투자은행, M&A 기후변화 리스크 반영

FCA-PSA 합병 올해 첫 사례…철강, 시멘트, 항공 등도 ESG(환경, 사회문제, 기업지배구조)가 M&A 주요 이슈 부상

남극 양키 하버의 빙하에 떨어져나온 얼음덩어리에 서 있는 펭귄.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남극 양키 하버의 빙하에 떨어져나온 얼음덩어리에 서 있는 펭귄. 사진=로이터
프랑스 푸조시트로앵(PSA) 그룹과 미국 피아트크라이슬러 (FCA) 그룹의 합병은 글로벌 자동차 간 대규모 M&A라는 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기후변화 리스크가 주요 합병요인으로 꼽히는 첫 번째 기업인수·합병(M&A)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ESG(환경, 사회문제, 기업지배구조) 투자에 눈을 돌리면서 이 분야에 뛰어드는 컨설팅·어드바이스 전문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분석기사를 통해 PSA그룹과 FCA의 합병을 계기로 투자은행들이 ESG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앞으로 ESG 관련 M&A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산업계에서 ESG라는 이슈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투자은행들이다.

투자은행들은 지금까지 기후변화 문제에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투자은행 업무를 포함한 국제 금융서비스를 다루어온 세계 최대 독립투자은행인 라자드(Lazard) 케네스 M. 제이콥스 최고경영자(CEO)는 "ESG가 M&A 이슈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M&A 이슈를 좌우하는 요인으로는 아직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이콥스 CEO의 견해는 대체로 옳다. 올해 들어 12월 10일까지 발표된 1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M&A 39건 중 ESG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 것은 PSA그룹과 FCA그룹의 합병 1건뿐이다.

제이콥스에 따르면 FCA가 PSA와 합병하는 것은 생산과잉과 이익률 저하라는 자동차업계의 문제에 대처하는 것과 함께 유럽연합(EU)이 계획하고 있는 배출가스 규제의 벌금회피가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EU의 규제를 위반하면 20억 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우려가 있다.

환경문제 대응을 지렛대로 한 M&A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철강과 시멘트, 항공 등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분야는 가격상승과 탄소세 도입 등 예상되는 과제에 대처하면서 클린 에너지로의 이행 움직임이 고조되고 있다.
로얄 더치 쉘은 올해 네덜란드의 재생가능 에너지기업 에네코를 매수하려고 했지만 미씨비시(三菱)상사 등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졌다. 쉐브론, 미국 정유사 코노코필립스, 또한 기후변화 문제에 뒤늦은 엑슨모빌 조차도 환경문제에의 대응을 위해 기업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기후변동 리스크의 정밀감사가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미래에 악영향이 분명한 기후변화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군수업체 레이시온은 콜로라도강의 가뭄으로 매출액이 최대 20%나 줄어들 우려가 있다. 하지만 레이시온은 미국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와 1200억 달러 규모의 합병계획은 이런 리스크를 회피하게 됐다.

미국지방은행 BB&T의 선트러스트뱅크 매수에서도 미국 플로리다주와 미국 남동부에서의 홍수 가능성은 무시되고 있다. 이런 리스크가 현실화한다면 기후변화에 민감한 투자은행은 경영진에 대해서 보다 설득력을 갖고 조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환경문제에 정통한 투자은행이 상당히 적은 것은 확실하다. 스위스 UBS의 투자은행부문 책임자 제프리 맥더모트씨는 10년 전에 그린테크 캐피탈 어드바이저스를 설립해 이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12월에 그린테크를 노무라(野村)홀딩스에 매각키로 합의했다.

라자드의 전 M&A 담당자 토니 오설리번씨와 매켄지의 기후변화 분야 법률전문가 마티진 와일더씨는 최근 기후변동에 관한 조언과 투자를 맡을 기업 폴리네이션을 설립했다. 내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우려가 기업의 과제로 부상한다면 PSA와 FCA와 같은 M&A이슈가 늘어날 것이다. 라자드의 제이콥스씨와 라이벌 투자은행으로서는 수수료 등 큰 돈을 벌 길이 넓어지게 된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