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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저금리‧손해율에 치여 올해 실적 급감…내년에도 잿빛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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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저금리‧손해율에 치여 올해 실적 급감…내년에도 잿빛 전망

저금리 장기화와 손해율 급등으로 올해 보험사들이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저금리 장기화와 손해율 급등으로 올해 보험사들이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도 보험업계가 실적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저금리 기조가 가속화되면서 운용자산이익률이 뚝 떨어졌으며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급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문제는 거듭되는 규제와 시장 상황 악화로 보험업계에서 실적을 개선할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24개 생보사의 올해 3분기 누적(1~9월) 당기순이익은 3조573억 원으로 전년 동기(4조384억 원)대비 24.3%(9811억 원) 감소했다. 30개 손보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1996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9162억 원) 대비 24.6%(7166억 원) 줄었다.
특히 자산규모 상위 3개 생보사(삼성·한화·교보생명)와 4개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합도 각각 1조8278억 원, 1조4078억 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3.4%(9168억 원)와 29.7%(5964억 원) 감소했다.

우선 생보업계는 저금리의 늪에 빠져 실적 악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0년 5%까지 올랐던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015년까지 4%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점차 떨어져 지난해에는 3.7%를 기록했다가 지난 6월 3.4%까지 떨어졌다.

특히 생보사들의 경우 1990년대 5~9%대의 고금리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해왔는데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금리가 하락하면서 역마진이 발생,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경우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9768억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267억 원보다 43.4%(7499억 원) 감소했다.

한화생명은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이 지난해 4471억 원보다 63.8%(2854억 원) 급감한 161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투자한 수익증권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했고, 저금리의 영향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생보사 가운데 교보생명은 유일하게 호실적을 기록했다. 교보생명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89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708억 원보다 20.7%(1185억 원)증가했다.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교보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03%를 기록했다.

손보업계는 급등하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로 악전고투를 이어갔다.

삼성화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85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5.1% 감소했다. 지난해 5월 관계사 주식 처분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세전이익은 24.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은 23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3574억 원보다 1212억 원(33.9%) 줄었다.

DB손보는 지난해 4516억 원에서 1229억 원 감소한(27.2%) 3287억 원을, KB손보는 2609억 원에서 270억 원 줄어든(10.3%) 2339억 원을 벌어들였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지난 11월 손보사 9곳 중 7곳의 손해율이 100%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적정 손해율인 77~78%보다 20%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로 업계에서는 올해 자동차보험 영업적자 규모가 1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지난 2월 보험금 지급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된데 따른 것이다. 또 지난해 6월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 등으로 보험금 원가가 오른 것과 지난 4월부터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에 활용되는 한방 추나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손보사들은 올해 1월 3~4% 인상에 이어 6월 1% 수준을 인상하며 두 차례 보험료를 올렸지만 손해율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손보사들은 내년 보험료를 5%까지 올려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인상,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 절차와 기구 신설, 이륜차 보험의 본인부담금 신설 등 자동차보험 관련 제도 개선 효과를 감안하면 보험료를 1.2% 내릴 소지가 있어 이를 반영하라고 주문해 인상률은 3.8%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보험사기가 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121.8%에서 올해 상반기 약 129.6%로 급등했다. 실손보험의 올해 연간 적자 규모는 1조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손보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의 인상폭을 15~20%까지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사업비 절감, 보험금 누수 방지 등 보험업계의 자구 노력을 통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내년도 사업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실제 지난 20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보험사 최고경영진(CEO)들과 간담회를 가진 이후 “원가와 손해율이 올랐다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업계에서 자구 노력을 통해 흡수해야할 부분은 흡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에선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해 보험료를 올리지 못한다면 향후 보험료 인상 문제는 끝없이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자구 노력으로 급등하는 손해율을 막는 등 실적 악화를 감내하는 수준은 한계에 달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내년도 보험사의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