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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원순 발(發) '부동산 공유제', 배급제 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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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원순 발(發) '부동산 공유제', 배급제 되지 말아야

산업2부 김하수 차장.
산업2부 김하수 차장.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해 미래 세대와 국민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서울부터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새해 벽두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일 부동산 관련 강경 발언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 공개한 새해 신년사에 이어 지난 2일 서울시 시무식에서도 부동산 국민공유제와 부동산공유기금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동산 국민공유제는 박 시장이 고안한 개념이다. 종합부동산세 같은 부동산 세입을 늘리고, 그 재원으로 ‘부동산 공유기금’을 만들고, 이 기금을 이용해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자는 게 골자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박 시장의 주장이 부동산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되 재산권 행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는 기존의 ‘토지 공개념’을 훨씬 뛰어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국가가 세금을 걷어 토지나 건물을 매입한다면 결국 부동산을 국가 소유로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실현하는 방법을 놓고도 비판이 적지 않다. 서울시 조례로 기금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부동산 세금을 재원으로 들이려면 정부 차원의 동의와 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하고 박 시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국민공유제는 이미 넓은 범위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주거복지 차원에서 저소득, 청년층, 어르신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고,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도 의무 비율을 정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다른 상품이나 재화와 마찬가지로 주택 매매도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바탕으로 구매자와 매도자가 자유롭게 결정할 사항이다.

무주택 전세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최근 급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공의 개입은 어느 정도까지 필요하다고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사유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개념의 부동산 국민공유제는 서울시가 주택의 가격과 거래까지 통제해 특정계층(아무리 소외계층이더라도)에게 주택을 배분하는 ‘부동산 배급제’로 변질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박 시장이 취임 이후 꾸준하게 진행해 오고 있는 낙후되고 슬럼화된 지역의 재건축·재개발과 도시재생사업을 더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시급해 보인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