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G 칼럼] 까다로운 경제 부총리 ‘말씀’

공유
0

[G 칼럼] 까다로운 경제 부총리 ‘말씀’

이미지 확대보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해 신년사에서 어려운 사자성어를 2개나 강조했다고 한다. 사변독행(思辨篤行)과 연비어약(鳶飛魚躍)이다.

보도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사변독행, 즉 ‘매사 신중해 생각하고 명확히 변별하며 성실하게 실행하라’는 공직자로서의 사고와 자세를 일년 내내 가슴 깊이 담았으면 한다”며 “‘연비어약’ 글귀처럼 우리 경제 현안들이 조화와 이치에 따라 풀리고 솔개, 물고기처럼 경기반등·경제도약을 이루기를 고대한다”고 밝히고 있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시무식에서는 “일자리, 창업, 신산업, 규제혁파, 공유경제 등 여러 정책과제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긴밀히 맞물려 있어 각 부서가 업무를 수행할 때 자기 부분만 봐서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은 ‘뫼비우스의 띠’가 무슨 뜻인지 헷갈려야 했다.

홍 부총리는 작년 12월 5일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사변독행’을 강조하고 있었다. ‘사변독행’과 함께 ‘좌고우면(左顧右眄)’이라는 사자성어도 쓰고 있었다. “경제가 최우선이라는 자세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업무에 임해나갈 것”이라고도 했었다. 이 발언은 전파를 타고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전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까다로운 용어’를 적지 않게 사용했다.

‘2018년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는 “전투기가 이륙하려면 활주로가 400m가 필요하지만, 증기보일러를 이용한 캐터펄트로 세게 밀어서 이륙시킨다”며 “캐터펄트처럼 우리 경제를 이륙시키는 동력이 혁신성장”이라고 풀이하고 있었다. <2018년 5월 17일>

청년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회색코뿔소처럼 우리에게 큰 위기 요인”이라고 지적했었다. <2018년 3월 19일>

“1896년 아테네 올림픽 육상 100m 결승에서 미국의 토마스 버크는 웅크려 출발하는 ‘캥거루 출발법(크라우치 스타트)’으로 금메달을 땄다”고 하기도 했다. <2017년 11월 28일>
‘압권’은 과거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박 전 장관의 박식함은 놀라울 정도였다. 국민은 어느 나라의 말인지조차 알 수 없는 외국어는 물론이고, 동양의 고사까지 꿰뚫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마부위침(磨斧爲針)’의 자세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추진했던 4대 강 살리기 사업과 규제 개선 사업이 성과를 보였다.

▲4년여 기간 걸어온 ‘코러스 FTA’가 2012년 1월 발효하려면 ‘알레그로(allegro)’, 경우에 따라 ‘비바체(vivace)’의 속도로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진짜 약을 먹고도 환자가 믿지 못해 차도가 없는 ‘노시보 효과’의 부정적 바이러스를 경계해야 한다. 믿음만 있다면 약이 아니라도 병이 치료되는 ‘플라시보 효과’의 긍정적인 바이러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카테고리 킬러’ 등 새로운 전문 유통채널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경제는 그렇지 않아도 어렵다. 평범한 국민은 ‘국내총생산(GDP)', '총통화’ 등 자주 발표되는 용어의 개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경제수장’이 까다로운 용어를 자주 언급하면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용어를 사용하면서 나라 경제 돌아가는 현황을 국민에게 이해시키기는 아마도 힘들 것이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