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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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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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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입’ 또는 ‘오입’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야릇한 생각부터 떠올리지만, 옛 선비들에게 ‘외입’은 ‘응마궁기(鷹馬弓妓)’를 의미했다. 응 = 매사냥, 마 = 말 타기, 궁 = 활쏘기, 기 = 기생놀음이다.

선비들은 글을 읊다가 지치면 ‘응마궁기’로 심신의 피로를 풀었다. 말하자면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취미생활이었다. 그 ‘응마궁기’ 중에서 기생놀음은 맨 마지막이었다.

‘외입’ 가운데 으뜸은 매사냥이었다. 매를 잡아 길들여서 사냥하는 것이다.

산에서 잡은 매를 ‘산진이’, 바닷가나 물가에서 잡은 매를 ‘수진이’라고 불렀다. 강원도에서 잡은 매를 ‘해동청(海東靑)’이라고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매가 ‘보라매’였다. 농자천하지대본이었던 시절, 제대로 길든 매 한 마리 값은 황소 한 마리 값이었다고 한다.

매사냥을 할 때면, 사냥꾼은 팔뚝까지 덮는 가죽장갑을 끼고 그 위에 매를 받쳐 들고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사냥감인 꿩이 발견되면 받쳤던 팔을 쭉 뻗어서 공중으로 매를 띄워준다. 그러면 매가 꿩을 쫓는다.

하지만 매는 곧바로 꿩을 덮치지 않는다.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꿩을 향해 쏜살같이 내리꽂힌다. 꿩은 피할 재간이 없다. 매는 발톱으로 꿩을 꿰어 차면서 꿩과 함께 땅으로 떨어진다.
사냥꾼은 이 때 달려가서 꿩을 빼앗고, 매에게 먹이를 준다. 그렇지만 절대로 많이 주지 않는다. 꿩 겨드랑이의 엷고 연한 살을 떼어서 맛만 보여줄 정도로 조금만 주는 것이다. 그래야 매가 또 열심히 꿩을 쫓기 때문이다.

일본의 어떤 어촌 지방에서는 어부들이 가마우지를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는다. 이곳에서도 가마우지에게 먹이인 물고기를 배부르게 주지 않는다. 물고기를 잡는 ‘공’은 가마우지가 세웠는데도 먹이는 조금만 주고 있다.

먹이를 조금씩만 주는 것은 이를테면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는 방법’이다. 매나 가마우지는 허기진 상태로 두어야 부려먹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의 발표가 서민들을 감질나도록 만들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달부터 국민연금 수급자는 작년보다 월평균 1870원씩 연금을 더 받는다고 했다. 2019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 0.4%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또,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은 1010원 오른다고 했다.

그렇지만, ‘달랑’ 1870원이고 ‘고작’ 1010원이다. 시쳇말로 ‘껌 한 통’ 값만큼 올려주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현재 월 30만 원도 받지 못하는 국민연금 수급자가 51.6%나 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20만∼30만 원 미만이 27.9%, 10만∼20만 원 미만 23.1%, 10만 원 미만 0.6% 등이다. 절반 넘는 수급자의 연금이 30만 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껌값’을 보태주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지급시기를 앞당겼다고 여러 차례 홍보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변동률과 연동한 지급시기를 매년 4월에서 올해부터 1월로 조정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