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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중늙은이 밀어내는 시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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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중늙은이 밀어내는 시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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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여성이 1980년대 나라 경제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사건이 있었다. 속칭 ‘장영자 사건’으로 일컬어졌던 ‘거액어음사취사건’이다.

당시 장씨가 ‘사취’한 사고 금액은 3276억 원에 달했다. 경제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던 때였음을 감안하면 천문학적 규모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생긴 제도가 여럿 있었다. 하나는 금융실명제, 또 하나는 예금자보호제도였다. 그리고 ‘순환보직제’다.

금융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금융거래를 실명으로 해야 하고, 그래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예금자에게 예금을 보상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순환보직제’는 금융기관 직원을 한 자리에 오래 두면 사고를 낼 우려가 있으니 보직을 자주 바꾸도록 한 조치였다. 금융기관 직원을 모조리 ‘우범자’ 취급했던 희한한 제도였다. 이 조치에 따라 금융기관 직원은 2∼3년이 멀다하고 보직을 바꿔야 했다.

하지만, 순환보직제는 ‘실패작’이었다. 제도를 도입했는데도, 여전히 금융 사고가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융 사고는 꼬리를 물고 일었다. 영동개발사건, 광명사건 등등 아직도 국민이 기억하는 사고다.

그런데, 순환보직제는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의 퇴보를 불러오고 말았다. 보직을 자주 바꾸다 보니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금융기관 직원은 일을 익힐만하면 다른 부서로 보직을 옮겨야 했다.

게다가, 당시는 금융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한 사람의 전문 인력이 아쉬운 시점에 나온 ‘거꾸로 정책’이었다.

지금은 시중은행들이 또 전문 인력을 몰아내고 있다.

작년 11월말부터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직원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규모가 자그마치 1000명에 이르고 있다.

퇴직하는 직원에게는 은행들이 대체로 2년분 임금과 자녀 학자금, 재취업 또는 전직 지원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퇴직하는 직원은 대부분 50대 중반인 중늙은이다. 20대에 입사를 했다면 30년 동안 근무를 하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를 갖췄을 전문 인력이다. 은행들은 그런 전문 인력의 등을 떠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모두 퇴직하면 그 ‘노하우’도 계승되지 못할 수 있다. 아까운 노하우가 사장되는 것이다.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

노하우를 떠나서라도 또 다른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젊은 직원과 늙은 직원이 함께 일할 때 얻을 수 있는 상승효과, 시너지다.

프랜시스 베이컨이라는 서양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젊은이는 판단하는 것보다 창안하는 것에 적합하다. 협의보다는 실행, 기성의 일보다는 새로운 계획에 참여하는 데 적합하다. 반면 늙은이는 반대를 많이 하고, 장시간 동안 협의를 하면서 조금도 모험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분명히 젊은이와 늙은이를 함께 채용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연령의 장점이 양쪽의 단점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