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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터키, 리비아 개입확대 지중해 송유관계획 차단시도…또 다른 분쟁 불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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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터키, 리비아 개입확대 지중해 송유관계획 차단시도…또 다른 분쟁 불씨로

터키정부가 리비아 개입을 확대하면서 지중해 송유관계획 차단을 시도하고 있어 또 다른 분쟁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지중해 지역으로 연결되는 리비아의 송유관.이미지 확대보기
터키정부가 리비아 개입을 확대하면서 지중해 송유관계획 차단을 시도하고 있어 또 다른 분쟁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지중해 지역으로 연결되는 리비아의 송유관.

터키의 에르도안 정권이 최근 국가분열 상태에 있는 리비아에 대한 개입을 확대시키고 있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리비아의 내전에서 열세인 시라주 잠정정권에 대한 지원을 지렛대로 지중해에서의 해양권익 강화를 위한 협력에 합의하고 있다. 그 목적은 대립하는 이스라엘이나 그리스 등이 진행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계획을 좌절시키고 터키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데 있다.

터키의회는 이달 초 잠정정권 측의 요청을 받는 형태로 리비아에 대한 터키군의 파병을 승인했다. 터키정부는 이와 병행해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의 지원을 배경으로 리비아 전 국토의 장악을 목표로 하는 군사조직 ‘리비아국민군’(LNA)에 과도정권 측과의 휴전에 응하도록 중개에 나섰다.

잠정정부는 국제적 승인을 받고 있지만 군사적으로는 열세에 있다. 정권의 존속에는 다른 나라로부터의 군사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터키는 그 역할을 자청함으로써 과도정권의 환심을 사려는 모양새다. 터키가 리비아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지중해에서의 에너지개발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있다.

지중해 동부에는 유력한 해저유전·가스전이 존재하고 있다. 연안국인 이스라엘이나 키프로스는 산출한 천연가스의 유럽수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 파이프라인을 대립관계에 있는 터키가 아님 그리스의 크레타 섬 등을 경유해 이탈리아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터키는 이것이 자국의 실질적 보호 하에 있는 키프로스 북부를 실효 지배하는 ‘북 키프로스’의 권익을 해치는 것 등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하순 리비아의 시라주 잠정 총리와 회담해 해양 권익보호에 관한 협력에 합의했다. 터키 남부 연안에서 뻗어 있는 대륙붕과 리비아 북동부에서 뻗어 있는 대륙붕을 잇는 해역에서 제3국에 의한 ‘일방적인 개발’을 인정하지 않을 것 등에 의견의 일치를 봤다.

이 해역은 이스라엘 등이 계획하는 파이프라인 루트를 차단하는 형태로 설정되어 있어 에르도안으로서는 터키를 무시한 가스전 개발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모양새다. 터키의 정치 분석가 이슬람 오즈칸은 “에르도안 정권은 리비아 개입을 계기로 자국뿐만 아니라 지중해에 존재감을 나타내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한다.

터키는 합의는 유엔 해양법조약에 준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터키와 적대하는 그리스 등은 “효력이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리비아 정세를 둘러싸고 터키 외에 LNA를 지원하는 러시아도 중개에 임하고 있지만 이번 달 중순에 모스크바에서 행해진 정전협의는 결렬됐다. 19일에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도 협의가 이루어지지만 일시적인 휴전이 이뤄지더라도 국가분열 상태의 해소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