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놓고 치열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출석 주주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조 회장은 경영권을 내놔야 하는 벼랑 끝 상황에 놓이게 된다.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동생인 조 회장에 방아쇠를 당긴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부터 한진가와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던 행동주의 펀드인 KCGI와 최근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반도건설과 최근 3자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동에는 조 전 부사장과 KCGI 김남규 부대표, 반도건설 임원급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KCGI가 조 회장을 겨냥해 공식적인 비판에 나선 것은 조 전 부사장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진가의 경영권 분쟁에 끼어들지 않겠다며 ‘관망’ 자세를 취했던 KCGI가 지난 21일 조 회장이 대한항공 임원을 한진칼로 파견 보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계열회사인 대한항공의 인력과 재산을 유출하는 것”이라며 “그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고 공개적으로 압박에 나선 것이다.
KCGI는 또 “(조 회장)자신의 연임을 위하여 대한항공 임직원들을 한진칼로 파견하는 것은 한진그룹의 발전보다 자신의 지위보전에만 연연하는 것”이라며 “전근대적인 행태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한진측은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의 한진칼에 대한 대한항공 직원 파견은 그룹 내 인적 교류에 해당되는 적법한 전출”이라며 “파견 시 발생하는 인건비 등 제반 비용에 대해서는 공정한 계약에 의거해 정당한 절차로 정산하고 있다”고 반박에 나선 상태다.
한진 경영참여에 선을 그었다가 갑작스레 경영참여를 선언한 반도건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반도건설이 100% 지분을 보유한 대호개발은 한진칼 주식을 종전 6.28%에서 최근 8.28%로 끌어올렸다. 조 전 부사장과 3자 회동의 한 축이지만 반도건설이 실제 주총에서 어느 편에 설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KCGI-반도건설’ 연합은 조 회장으로선 위협적이다. 꾸준히 한진칼 지분율을 높여와 현재 17.29%의 지분을 확보한 KCGI와 반도건설(8.28%), 조 전 부사장의 지분을 합하면 31.98%에 달한다.
반면 조 회장(6.25%)은 델타항공(10%)과 계열사 임원과 친족, 재단 등 특수관계인(4.15%) 등을 포함해도 20.67%에 불과하다. 최근 ‘親조원태’로 분류되는 카카오가 한진칼 지분 1%를 매입했지만 ‘조현아 3자 연대’에 대항하기에는 무리다.
조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가 아직 누구의 편을 들어줄지 알 수 없다. 또 국민연금(4.11%)이 어디에 손을 들어줄지도 미지수다.
설 명절 이후 오는 2월 10일 주주제안 시한을 앞둔 시점에서 ‘조원태-조현아’ 진영간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서는 주요 주주들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조현아-KCGI-반도건설’ 연대가 지속될지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 표면상 보이는 연대는 언제든 깨질 가능성 높은 느슨한 연합”이라며 “조 전 부사장보다 비교적 선택지가 많은 조 회장이 내놓을 카드에 따라 전선이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