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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우리도 과열 걱정 해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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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우리도 과열 걱정 해봤으면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편집국장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편집국장
"우리도 이런 걱정해 봤으면"

헤지펀드계의 ‘대부’, ‘전설’로 통하는 조지 소로스(George Soros)가 최근 미국 경제가 과열이라며 파국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을 때 뇌리를 스친 생각이었다. 한국 경제는 경기 급랭을 걱정하는데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인 미국은 경기과열을 걱정하고 있으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이상하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소로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비공식 만찬 자리에서 "미국 경제는 2020년 선거에 앞서 미국 기업과 주가를 부양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 탓에 파국으로 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로스의 말마따나 미국 경제는 활황 그 자체다. 경제가 잘 돌아가니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3.5%로 50년 사이에 가장 수준으로 낮아지고 성장도 호조세다. 주가는 연일 오르고 있다. 30일 발표할 성장률은 2.3% 점쳐지고 있다. 2018년(2.9%)에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 경제의 거대한 규모와 성숙도를 고려할 때 여전히 2%대를 유지한다는 게 놀랍다.

미국 경제가 활황을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가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후 IT산업을 중심으로 중장기적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을 펴왔다는 점이 꼽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국가제조혁신 네트워크'를 출범시키고, 설비투자 세제 혜택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또 미국 이전기업에 최대 20% 이전 비용을 지원했다.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인하하고, 백악관에 무역제조 정책국을 신설한 데 이어 미국산 구매, 미국인 고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2010~2018년 미국은 제조업 본국회귀와 외국인 직접투자로 75만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 모든 것은 정부 정책이 민간과 가계의 성장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일까.

반면, 한국의 현실은 초라해 보인다.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1조6600억 달러로 미국(20조 4900억 달러)의 12.3분의 1로 경제규모가 작은데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3.4%로 미국 수준에 근접하고 성장률은 미국보다 더 낮다.
인구가 5000만 명을 겨우 넘는데 대학을 나오고도 일을 안 하는, 아니 못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380만 명 이상이나 있다. 정부가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드는데도 취업준비생이 지난해 74만 8000명으로 전년보다 7.8% 늘었다. 특별한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성장률은 최근 3년간 3%, 2.7%, 2%로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정부 정책이 민간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고 정부 주도 성장정책이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신생기업이, 혹은 대기업이 한국에 없는 새로운 사업을 벌여,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의 날개를 달고 싶어도 규제의 벽에 막힌 사례는 부지기수다. 안정된 일자리, 고용이 늘 리 없다.

미국은 ‘네거티브 규제’로 신산업과 신사업 진입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완전 고용의 수준에 도달한 고용호황, 소로스의 과열 걱정의 비밀이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신산업과 신사업은 일단 허용한다고 한다. 중국이 드론 분야 강국으로 부상하고 IT 대기업을 배출하며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6%대의 성장률을 이어가는 것도 이런 정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라고 못할 일은 아니다. 충분히 할 수 있고 정부도 많은 정책을 펴고 있음을 모르는 게 아니다. ‘혁신성장’을 말로만 떠들게 아니라 신산업과 신사업 족쇄를 과감히 풀고 기업과 기업인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면 되는 일이다. 남은 일은 정부가 생각을 바꾸는 것뿐이다. 우리도 과열 걱정을 해보길 간절히 바란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