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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할인 없애놓고 달래기용 지원...한전의 정략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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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할인 없애놓고 달래기용 지원...한전의 정략적 선택?

전통시장 특례 폐지 뒤 상인연합회 특례금액보다 많은 예산 지원에 6개월 유예까지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폐지는 충전업계 "환영", 소비자 "구매 악영향" 엇갈린 반응
주택용 절전 할인은 지원 없이 곧바로 폐지..."총선표 도움 되는 대상만 지원" 비판

한국전력(한전) 관계자가 전통시장에서 노후조명설비를 교체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한전) 관계자가 전통시장에서 노후조명설비를 교체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이 올해부터 전기요금 특례할인제도 3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면서 차별적으로 유예기간과 별도 지원방안을 제공해 형평성 논란과 함께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의 입맛을 고려한 '정략적 선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한전과 전국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말 한전은 중소벤처기업부, 전국상인연합회와 함께 전통시장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협의체 회의에서 상인연합회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세부 필요 조치들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전은 앞으로 5년간 해마다 57억 원씩 총 285억 원을 투입해 전통시장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통시장 지원계획에서 한전은 전통시장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총 43억 원을 들여 소규모 점포의 형광등을 고효율 LED로, 떡집·제과점 등에서 사용하는 낡은 식료품 제조용 전동기를 프리미엄 전동기로, 상업용 냉장고와 냉난방기도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으로 각각 교체하도록 지원한다.

또한 전통시장 환경 개선을 위해 전통시장 주차장 등에 태양광설비 설치, 배전설비 정비, 전기차 충전기 설치 등을 지원하는데 160억 원 예산을 편성했다.

한전 김종갑 사장은 "한전이 전통시장의 전기사용 효율을 높이는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일몰로 페지된 전기요금 전통시장 특례할인 규모는 연간 약 26억 원으로 큰 금액은 아니다. 이마저도 오는 6월 말까지 유예돼 실제 폐지는 하반기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한전의 전통시장 지원 규모가 전기요금 특례할인 규모보다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어차피 전통시장 특례할인 혜택은 그리 크지 않았다"면서 "이보다는 낡은 형광등, 전동기, 냉장고 등을 교체해 주는 것이 상인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해 한전의 지원 계획을 환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운영권을 갖고 있는 전통시장 내 주차장의 태양광 설치사업이 지자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흐지부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혜택이 사라지는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에도 충전업계는 폐지를 반기는 분위기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자동차학과)는 "현행 50% 할인을 유지해서는 충전업계가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다"면서 "충전요금을 단계적으로 올려야 충전업계가 수익모델을 수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전은 전기차 소유자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오는 6월까지 유예기간을 둬 올해 하반기부터 2년에 걸쳐 할인폭을 점차 축소하고, 오는 2022년 6월 완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충전업계와 전기차 소비자의 입장을 두루 배려한 한전의 '묘수'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가구에 적용됐던 '주택용 절전 할인제도'는 별도의 유예기간이나 보완책 없이 이달부터 곧바로 폐지됐다.

한전은 주택용 절전 할인제도는 절전 유도 효과가 별로 없어 곧바로 폐지해도 무방한 반면,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과 전통시장 할인은 업계의 충격 완화를 위해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는데다 전통시장 영세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한전의 '선택적' 유예와 지원을 두고 오는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해 볼 때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정략적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전통시장 특례할인 폐지는 혜택 금액이 적더라도 '상인 표심'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상쇄할 보완책으로 한전의 각종 전통시장 지원계획이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전국상인연합회는 전국에 17개 지회를 두고 1450여 개 전통시장 상인들을 회원으로 하는 단체인 만큼 상인 표심에 일정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상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폐지도 엇갈리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충전업계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충전요금 할인을 축소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전국 8만 7000여 명의 전기차 보유자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충전요금 부담, 전기차 구매 의욕 저하를 야기해 전기차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다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업계 관계자는 "충전요금 할인 폐지의 후유증을 없애기 위해 별도의 전기차 산업 활성화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이달부터 전기요금이 10~15% 오르게 된 기존 절전할인 대상인 182만 가구도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전기요금 추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특례할인 폐지에 따른 다른 지원을 받는 수혜자와 형평성 문제에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불특정의 전기요금 소비자라는 점에서 한전의 여론 부담이, 정부여당의 정치 부담이 적다는 지적이다.

학계 관계자는 "한전의 특례할인 폐지와 전통시장 지원사업에 정부와 여권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특정 소비자 계층에 지원이 '묘수'가 될 지, 불특정 다수 소비자의 반발을 초래할 '자충수'가 될 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