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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최형진 현대백화점 미아점 홍보석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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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최형진 현대백화점 미아점 홍보석 총주방장

“요리는 내 삶의 전부…숨 쉬는 것도 내게는 요리다”



“한국식 중화요리로 K-Food 한류 일으킬 것”


한식 접목한 중식메뉴 계발로 외국인 입맛 사로잡을 자신감




▲ 최형진 현대백화점 미아점 홍보석 총주방장/사진=홍정수 기자[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4년 전 서른 살의 젊은 나이에 중식요리 총주방장에 오른 최형진 씨(34). 현대백화점 미아점 홍보석의 젊은 책임자에게 주위사람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대부분 중식요리의 총주방장은 나이가 지긋한데다가 맛있는 중식요리를 많이 먹은 덕분인지 대부분 몸집이 건장했다. 하지만 최형진 씨는 기존의 총주방장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나이도 이립(而立‧서른살쯤에 가정과 사회에 모든 기반을 닦는다는 뜻)에 불과하고 몸집도 호리호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내공은 단단했다. 주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최 총주방장은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국제 요리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한 요리실력을 바탕으로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열린 경영으로 남다른 면모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제 그의 목표는 분명히 정해졌다. 한국화 한 중식요리를 본고장인 중국은 물론,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로 한국의 중화요리 한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다. 한국의 중화요리를 한식의 연장으로 보고 있는 최형진 총주방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서른 살이라는 최연소 나이에 현대백화점 미아점 9층에 위치한 중화요리 홍보석의 총주방장에 오르셨는데….

“4년 전의 일이지요. 당시 화교 출신의 총주방장이 일이 있어 그만두었어요. 저는 그분 밑에서 총주방장을 도와주는 보조자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제 나이로 볼 때 총주방장 아래 지위인 조리장을 하기에도 어리고 특혜를 받는 입장이었는데, 함께 일했던 분들이 제게 공석인 총주방장의 자리에 기회를 줘보자며 밀어주셨어요. 길게는 아니더라도 잠시 공식을 메워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이 나오고 같이 일하는 요리사들도 잘 따라주어 회사에서 정식으로 총주방장에 임명했어요. 그런데 걱정거리가 생겼어요. 10년 동안 단골고객이 젊은 친구가 과연 그들의 입맛을 맞혀줄까, 하는 분위기가 감돌았지요. 주방에서 홀로 나와 고객에게 음식을 설명해야 할 때 조리사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설명해도 “당신 말고 주방장 오라고 해”라는 분위기에 처음엔 기가 죽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부딪혀 보자”고 결론을 내렸어요. 백화점에서 요리를 시연하거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연을 하면서 업장의 책임자로 평가를 해달라며 고객에게 얼굴을 들이내밀었어요. 오래된 단골고객이 서서히 “저 친구는 열정이 대단하구나! 자격이 있는 주방장이다”며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극복하고 보니 좋은 경험이 되었고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열정을 보고 고객과 직원이 따라와 준 건 외형적인 일이고, 그래도 비장의 무기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고객과의 대면을 늘리는 동시에 요리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일을 했어요. 요리를 시작하면서 늘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게 큰 도움이 되었지요. 영양사 자격증과 미국 위생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어서 타 업장에 비해 깨끗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구해와 맛뿐만 아니라 고객의 건강을 챙겨주는 요리사로 인정받았어요. 특히 중국집에서는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를 많이 쓰고 있는데, 조미료 대신에 한 번 더 몸을 움직여 육수를 빼서 사용하는 등 맛있고 깔끔한 요리로 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조미료를 써야 중식은 맛있다는 선입견을 단박에 날려버렸습니다.”

중식당의 주방장은 대부분 체격이 우람하다. 그런데 체격이 호리호리한 최형진 총주방장은 주방에서 홀로 나오면 주방 사람이 아니라 홀 서비스 직원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고객앞에 설 때는 주방 모자를 쓴 채 총주방장으로서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중식하는 사람은 한식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최 총주방장은 한식 요리사와 교류하며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중화요리는 한식이 모태이고 뿌리입니다. 100여 년 전 산둥성(山東省) 출신 화교들이 인천으로 들어와 중화요리를 시작했지만, 한국전쟁 이후 중국과 교류가 단절됨으로써 중국음식은 맛과 조리법, 재료에서 고유의 특징을 잃고 빠르게 한국화 되었어요. 한 세기의 세월동안 중화요리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토착화 된 것이지요. 우리가 자주 먹는 짜장면, 탕수욕, 양장피, 짬뽕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한국식 중화요리로 자리잡았어요. 이런 역사적 상황을 고려할 때 한식과 중화요리를 접목시키면 폭넓은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한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의 말대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짜장면은 지난 2006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 100대 민족문화 상징’으로 선정됐다. 짜장면이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 문화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짜장면을 한국의 음식이 아닌 중국에서 넘어온 타국의 음식으로만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식 중화요리를 세계에 알리는데 인생을 걸었다는데….


“한국식 중화요리의 메뉴만 해도 100여 가지 이상에 달합니다. 한국의 중화요리가 타국의 음식으로만 생각하고 우리 문화와 정서가 어우러진 음식이라는 사실을 모르다보니 애정이 있을 수가 없잖아요. 저는 이 같은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워 한국식 중화요리를 해외에 역수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다양한 한국식 중화요리의 메뉴를 계발해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면 한국의 중화요리와 중국의 중화요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한국은 국물로 대표되는 탕반음식이 식단의 기본을 이루고 있어요. 중국의 짜장면은 거의 물기가 없는 덩어리 춘장을 사용하는 반면에, 한국의 짜장면은 우리 입맛에 맞는 탕반음식으로 변해 수분이 넉넉해요. 상하이나 베이징에 한국식 중화요리가 들어가 고급음식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분명히 중국식 중화요리와 차별화 됩니다.”

-대만국제요리대회와 중국세계요리대회에서 금상, 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차지했지요?


“중국세계요리대회는 4년에 한 번씩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후 열린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이 중화요리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없었지만, 선배들의 도움으로 출전했어요. 당시 한국 음식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우리 식재료인 인삼과 홍삼을 가지고 가 닭고기 안에 홍삼을 넣고 말아 튀긴 뒤 한국소스를 부어 완성했어요. 한국 식재료로 요리를 해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더욱 기쁩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롯데호텔과 홀리데이 호텔 등 특급호텔에서 실전요리를 배웠는데….


“어렸을 때부터 꿈이 요리사였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형과 둘이 집에 남으면, 제가 직접 요리를 해서 형과 먹었어요. 물론 그게 요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중고등학교 때부터 훗날 요리사가 되겠다고 입에 달고 다녔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요리사로 계셨던 이모부(김칠성)의 소개로 롯데호텔로 들어갔고, 군대에 가서는 그 경력을 인정받아 장군을 모시는 식당에서 일했지요. 롯데호텔과 군에서의 경험 덕분에 자신감이 넘쳐 외국에 나가 장사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제대 후 이틀 만에 이모가 계시던 사이판으로 날아가 팥빙수와 버블티를 팔았어요. 사이판에는 팥빙수처럼 갈아서 먹는 차가운 음식이 없었기 때문에 장사가 잘 되었어요. 그러나 2001년 9.11테러 직후여서 비자문제로 1년 만에 결국 식당도 그대로 두고 강제 추방당했어요. 어린 나이여서 굉장히 힘들었어도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맛의 미학 요리사’라는 닉네임을 가지게 된 배경은?


“지인이 예전에 제가 요리하는 모습을 촬영하면서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의도 하고 대학에서 중국요리 실습을 해주다 보니까 이론과 실습 강연을 병행하는 걸 보고 분에 넘치는 재미있는 닉네임을 지어준 것 같습니다.”

-2011년 7월 창립한 사단법인 한국중식요리협회는 어떤 일을 하나요?


“중화요리 역사가 100년이 넘은데도 불구하고 중식요리협회가 없었어요. 지난해 7월에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에 사단법인 한국중식요리협회를 만들었어요. 이를 기반으로 해서 세계중화요리대회에 출전하고 내년에는 중화요리 올림픽대회를 우리나라에서 열 계획입니다.”

-최 총주방장에게 요리란 무엇입니까?


“제게 있어 요리란 삶 그 자체입니다. 직업의 의미를 넘어 숨쉬는 것조차도 요리라 할 수 있어요. 쉬는 날에도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고 퇴근 후에도 요리와 관련된 책을 보며, 365일 요리를 붙들고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른 사람이 요리가 지겹지도 않으냐고 하지만 저는 너무나 즐거워요. 즐겁고 행복하다보니까 더 집중이 잘 되고 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한국의 중화요리 산업을 발전시키고 큰 틀로 나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국내 중화요리집이 2만4000여 개, 7만 여 명이 일하고 있는데,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도 박봉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물론 요리사도 마음을 바꾸어 단합하고 최상의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앞서 나가는 사람이 그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하지요.”



집에서 따라해 보는 최형진 조리장의 비법 2제(題)



다진새우로 속을 채운 버섯요리


■ 최형진 조리장의 다진새우로 속을 채운 버섯요리 레시피


주재료: 표고버섯, 알시바새우, 청‧홍피망, 양파, 마늘, 파, 후추약간, 고추기름 약간

어향소스: 육수100㎖, 간장 50㎖, 설탕 50㎖, 식초 50㎖, 두반장 1작은술,




■ 다진새우로 속을 채운 버섯요리 조리법


1. 파, 마늘, 청‧홍피망, 양파를 쌀알 크기로 다지고 어향소스는 미리 만들어 놓는다.

2. 알시바새우는 곱게 다져 표고버섯 안에 채우고 마른전분을 묻혀 170~180℃의 튀김 기름에 바삭 튀겨준다.

3. 프라이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2의 재료를 넣고 볶다가 만들어 놓은 어향소스를 넣고 끓으면 전분을 풀어 농도를 잡아준다.

4. 노릇노릇 맛있게 튀겨진 버섯에 어향소스를 뿌려 완성한다.



자연송이 안심 스테이크


■ 최형진 조리장의 자연송이 안심 스테이크 레시피


주재료: 자연송이, 소안심, 아스파라거스, 청경채, 대파, 마늘, 생강

소스: 파기름 1큰술, 닭육수 1/2컵, 간장 1작은술, 청주 1큰술, 굴소스 1큰술, 후추약간




자연송이 안심 스테이크 조리법

1. 안심을 스테이크용으로 알맞게 손질하여 밑간하고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맛있게 지져낸다.

2. 양파는 잘게 썰어 마르게 볶아 주고 XO소스를 넣고 살짝 버무려 놓는다.

3. 아스파라거스는 앞부분만 손질하여 소금, 후추 간을 하여 볶아놓고 자연송이는 편을 썰어 놓는다

4. 프라이팬에 자연송이를 넣고 볶다가 닭육수, 간장, 굴소스 등으로 간을 하여 송이 스테이크소스를 만든다.

5. 접시 위에 양파 볶은 것을 깔고 스테이크를 올려 송이 소스를 끼얹고 아스파라거스로 장식하여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