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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소리' 오르겔 내부와 제작 과정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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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소리' 오르겔 내부와 제작 과정 공개

[홍성훈의 오르겔이야기(5)]

[글로벌이코노믹=홍성훈 오르겔 바우 마이스터] 독일에서 마이스터 과정을 밟는 중 독일의 중부도시 쾰른에 있는 ‘쾰른 대성당’ 건립 750주년 기념으로 세워질 작품에 참여한 적이 있다. 오르겔 설치에 대한 논의가 있은 뒤 기획, 설계, 제작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이 넘도록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쾰른성당 자체도 어마어마한 크기였지만, 설치되는 오르겔도 성당 규모에 잘 어울리게 장대했다. 순수 오르겔의 높이만도 22m이고, 무게 또한 30여 톤이 넘는 엄청난 규모다.
더욱이 오르겔은 성당 벽면에 설치된 게 아니라 제비집처럼 공중에 붕 떠 있는 형상이다. 이렇듯 복잡하고도 거대한 오르겔이라고 하더라도 음악 악기로서의 기능적 역할은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모든 작업은 일일이 여러 마이스터들에 의해 정교하게 이루어진다.

오르겔은 한 장의 완성된 설계도에 의해 같은 모양의 것을 반복해서 만드는 일반 악기제작과는 달리, 오로지 주문에 의해서 그의 특성에 맞는 부품을 하나하나 만드는 수공업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보통 하나의 오르겔을 만들기 위한 작업기간은 최소 1년에서 3~4년 정도 소요된다. 때에 따라서는 7~8년이 소요되기도 한다.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이렇듯 오랜 세월이 걸리는 예술작업이라 그런지 오르겔은 예부터 교회를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비싼 성물 중 하나였다.

오르겔의 내부


오르겔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체 내부의 생명체와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허파에 해당하는 바람창고가 있고, 심장과 같이 끊임없이 펌프질 하며 바람을 일으키는 송풍장치가 있다. 또 각 연결기관들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실 핏줄 역할을 하는 가느다란 연결막대들, 손과 발의 관절처럼 모든 기관을 연결시키는 꺽쇠, 파이프와 모든 구조물들이 잘 보호되고 버틸 수 있도록 하는 뼈대, 횡경막과 같은 역할의 바람조절장치, 그리고 모든 것을 지시하고 완벽한 작동을 일으키도록 조정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연주대 등이 있다. 오르겔 내부는 수천 개 이상은 족히 될 만큼 각기 다른 부품의 개체들이 서로 연관되어 작동되는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오르겔이건축되고있는과정
▲오르겔이건축되고있는과정
이런 구조의 오르겔은 홀의 크기, 오르겔의 위치, 음향과 소리의 잔향 그 이외에 오르가니스트의 연주 기풍에 의한 레기스터 선별, 거기에 따르는 연주작동 장치와 외관 디자인 등에 따라 오르겔의 모습은 오직 그 설치될 공간을 위해 태어났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제각기 다르게 제작된다. 소리 또한 완성된 오르겔마다 전혀 다른, 그 건축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하나밖에 없는 독창적인 음의 특성을 갖는다.

오르겔의 건축

오르겔은 건축학적으로 구조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 왜냐하면 비슷한 모습의 오르겔이라 하더라도 건축 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음향에 의해 소리의 차이를 갖게 되며 예배의 전례나 음악적 견해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나 연주 홀에 오르겔을 짓고자할 때에는 이에 필요한 각 전문가들로 오르겔 건축위원회를 구성한다.

복잡하고도 까다로운 ‘소리 조형 건축물’이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되도록 마치 작곡가가 생각 가능한 모든 음표를 악보에 올려놓고서 완성된 하나의 그림으로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것처럼 끊임없이 논의를 하는 가운데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킨다.

오르겔 제작에 있어 주요 3대 조건은 오르겔 전체의 ‘예술성’, 오르겔을 작동케 하는 ‘기술’ 그리고 파이프 소리의 ‘색깔’이다. 이 세 가지가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룰 때 완벽한 파이프오르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오르겔형체가조금씩드러나고있다.
▲오르겔형체가조금씩드러나고있다.
교회, 아울라, 콘서트홀 등 내부에 또 다른 건축물인 오르겔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음향특성과 벽의 색깔, 의자의 모양, 내부 실내장식에 쓰인 나무 색깔이나 그 밖의 사용된 자재들을 조사하고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의 의도를 참고삼아 오르겔 청사진이 그려지게 된다.

여기에서 얻어진 오르겔 구상과 아이디어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전체 기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오르겔은 어떤 한사람의 뛰어난 기술로만 이루어질 수 없는 여러 장인들과 예술가들이 모여 한 작품을 만들어가는 융합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디자인, 테크닉설계, 조각, 전기, 음향, 목공, 주물, 파이프제작, 철공, 전자, 컴퓨터, 메커니즘, 예술, 건축, 음악 등 이에 따른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오르겔이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어떤 소리를 가져야 하는지 결정이 되면 오르겔 바우 마이스터에 의해 첫 구상과 스케치가 이루어진다. 이 시간이 사실 길다. 파이프 합금의 비율이나 오르겔의 모습이 머릿속에 윤곽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오르겔 바우 마이스터의 생각들이 설계도로 옮겨지기까지 대게는 오르겔의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작게는 30여장에서 많게는 140여장에 이를 만큼 방대한 스케치가 나온다.

설계기간은 보통의 건축물설계보다 대략 2~3배 정도의 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이유는 하나의 오르겔 작품을 위해 설계한다는 것은 그 안에 세워지는 파이프나 바람상자 등 파이프에서부터 메커니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정형화 되어있지 않은 부품을 그 특성에 맞도록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수개월에 걸쳐 완성된 설계도는 작동 시뮬레이션과 실제 크기의 1/10 모형을 만들어 건축물과 조화가 이루어진다는 확신이 선 후에야 비로소 제작하기 위한 각 파트로 넘어가게 된다.

오르겔의 제작


제일 첫 번째로 작업의 시작을 알리는 곳은 ‘목공실’이다. 오르겔의 케이스, 바람터널 등 상당수의 작업이 목재로 이루어진다. 오르겔 제작에 있어 성공을 가늠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목공실에서는 설계도가 넘어오면 얼마만큼의 나무가 필요한지, 파이프를 지탱할 수 있게 하려면 오르겔 집의 목재 골격과 두께와 길이를 파악하고 난 후 단풍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 등 약 30여 가지의 목재 가운데 어떤 나무를 선택할 것인지를 숙고한다. 목재가 결정되면 곧바로 2~3년 전에 미리 제재해 쌓아놓은 건조목 가운데 필요한 부분을 선별해 절단 가공을 시작한다.

오르겔은 500~800kg 정도의 작은 것도 있으나 큰 것으로는 높이가 10여 미터를 훌쩍 뛰어넘는데다가 무게도 20여 톤에 이른다. 말 그대로 악기이기 이전에 건축 안에 세워지는 또 다른 하나의 건축물인 셈이다. 때에 따라서는 오르겔 무게를 지탱하도록 철제 빔도 함께 사용한다.

오르겔 제작설계에 있어 설계가들은 작업실에서 제작되어는 오르겔을 하나의 퍼즐 조각처럼 설계하는데 세심한 신경을 써야만 한다. 완성 후 다시 해체하고 나서 모든 부품들이 제작실문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되기 때문이다.

파이프의 소리


이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작업이 파이프 제작실에서의 파이프 만들기 작업이다. 파이프는 오르겔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오르겔의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가장 핵심적 요소가 바로 파이프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 백년 동안 마이스터들은 파이프의 몸통이나 길이, 소리를 형성하는 입의 모양과 합금 방법을 연구하며, 보이지 않는 추상적 개념의 소리를 찾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 해왔다.

그 가운데 파이프오르간의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내는 소리를 만드는 물질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주석’이다.

▲오르겔내부에들어가는피리군락
▲오르겔내부에들어가는피리군락
주석은 그 소리가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밝은 음색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비율에 따라 다른 성격의 광물인 납을 섞어 보다 소리의 다양함을 만들어 내기까지 하였다. 거기에다가 주석의 표면은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자연적 은색을 발한다. 그 후로 오르겔의 메탈파이프를 제작하는데 있어 주석은 가장 파이프다운 소리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재료가 되었다.

파이프를 제작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로 주물에 필요한 합성비율을 계산하고 그 분량만큼을 용광로에 넣어서 끓이고, 넓게 판을 만들어 파이프의 크기에 맞도록 재단하고 두들겨 깡통을 만들고 표면을 매끄럽게 제작하는 과정은 오늘날까지 조금도 변함없이 계속 지켜져 내려오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오르겔 완성을 보기까지는 여러 다양하고 복잡한 경로를 거치게 되는데 한번 제작된 오르겔은 100여년을 넘게 자기의 기능을 다하며 예술적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유럽에 지어진 악기 가운데 200~300년 전에 지어진 오르겔들이 아직도 현존하고 있으며, 음악홀의 상징으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는 현재 크고 작은 오르겔을 합하여 약 130여대를 약간 넘어서고 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까지 합하면 5~7년 안에 200여대로 늘어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이것은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단계인 우리의 짧은 역사에 비추어볼 때 획기적인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의 오르겔문화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