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던 고독하고 상냥한 남자 아서가 왜 ‘악의 카리스마’가 되어버렸을까. 산체스는 20kg가까이 감량하고 잘 갈아진 연기를 보이고 있다. 필립스 감독은 DC코믹에는 그려지지 않은 조커의 탄생비화를 말하는 이번 작품에 대해 “DC의 큰 구상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시대설정을 70년대 후반~80년대 초기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번 작품을 DC의 큰 구상에서 떼어 내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영화로 봐왔던 조커와 이번 조커가 공존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랬다. 또 ‘택시 드라이버’(1976)과 ‘늑대들의 오후’(1975) ‘킹 오브 코미디’(1983) 같은 시대에 일어난 일로 만들고 싶었다. 당시는 스튜디오가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을 제작하던 시절이라 이 영화에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토드 필립스 감독이라고 하면 이 작품의 제작을 맡고 있는 브래들리 쿠퍼의 출세작이 된 폭소 코미디 ‘행 오버’시리즈로도 대중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은 코미디에 대치되는 작품이지만 희극과 등을 맞대고 있는 비극에 대해 감독은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이 영화로 표현하려고 한 것은 ‘인생은 비극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알았어. 내 인생은 희극이다’라는 호아킨의 대사가 말해준다. 그건 재미있는 사람들과 코미디 영화를 많이 만들고, 코믹작품 일도 많이 해 온 가운데 내 자신에 의문을 던진 말이기도 하고, 그것을 이 작품에서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극중에서는 오래된 코미디 영화에도 오마주로 바치는 장면이 있다. 예를 들어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의 주제곡 ‘스마일’도 효과적으로 흘러나온다. “각본을 쓰고 있을 때, 몇 번이나 본 영화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코믹의 조커를 창작한 크리에이터도 눈여겨 관찰했다는 채플린의 무성영화 ‘웃는 남자’(1928)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아더 역할에게는 더욱 채플린적인 요소가 있다고 느꼈으니까. 그래서 채플린은 이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또 호아킨이 연기한 조커에 대해 “그는 그 세대에서는 가장 뛰어난 배우라고 항상 생각했지만 놀라움의 연속 이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말로는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연기를 눈으로 보면 알지도 모른다. 보는 쪽은 입을 쩍 벌리는 상태가 된다. 카메라 운영자를 향해 ‘지금 보고 있었어? 믿을 수 없어!’라고 중얼거렸을 정도다”라고 호아킨의 연기에 대만족을 보였다.
속편은 만들지 않겠다고 일단 천명한 필립스 감독인데 “만약 호아킨이 속편에 대해 수락사인을 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고 묻자 그는 “그 때는 상황이 바뀔 수 있을까”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이번 호아킨과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영화제작자인 나에게 있어서 가장 훌륭한 경험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아킨과 일을 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게.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속편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만약 그가 진심으로 ‘한 편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면 그와 이야기하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만큼 그는 훌륭한 배우니까”라고 인터뷰를 맺었다. 아카데미상 수상이 유력하다고 평가되는 호아킨의 ‘조커’는 드디어 다음 주에 스크린에 강림한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