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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만물상 편의점②] 골드바에 대여·금융까지…만능 재주꾼된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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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만물상 편의점②] 골드바에 대여·금융까지…만능 재주꾼된 편의점

드론·로봇배달…전기바이크 판매까지 무한 확장
생활밀착형 서비스· 제품 차별화 통해 '新강자'로

편의점 CU에서 육류 등 신선식품 장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CU
편의점 CU에서 육류 등 신선식품 장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CU


#. 1인 가구 최민정(40·여)씨는 주말마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편의점으로 내려가 모든 식사를 해결한다. 가스레이지를 언제 사용했는지, 배달음식을 언제 주문했는지도 잊은 지 오래다. 창문 한개 있는 오피스텔 집안에서 요리를 하면 환기가 되지 않는데다 배달음식은 쓰레기 배출이 많아 버리는 것도 일이 되기 때문이다. 최 씨는 "최근에는 다양한 가격대 상품들이 나오면서 3000원부터 1만원까지 그날의 기분따라 선택할 먹거리들이 늘어 좋다"며 "주중에 업무로 인해 잊었던 금융업무 및 물건 배송도 해결할 수 있어 편의점 방문 횟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에도 꾸준히 몸집을 키워온 편의점이 각종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독보적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처음으로 편의점에 입·출금을 제외한 다양한 금융 업무가 가능한 특화매장을 선보인 곳은 CU다. 지난해 10월 하나은행과 손잡고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등의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점포를 개설했다. 그 뒤로 GS25가 신한은행과, 이마트24가 KB국민은행과 손잡고 금융 전문 편의점을 냈고 세븐일레븐도 DGB대구은행과 협업 매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이들 편의점4사는 일반 택배보다 절반가량 저렴한 택배 서비스도 제공한다. 요즘에는 개인간의 중고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찾는 고객도 증가추세다. 올 상반기 GS25 반값택배 이용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43% 신장했다.

편의점표 렌탈 서비스도 화제다. CU는 올해초 스타트업 어라운더블과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 에어팟프로 등 300여종의 상품을 빌려주는 '픽액픽 대여 서비스'를 론칭했다. CU에 따르면 론칭 3개월 만에 대여 건수가 5배가량 증가할 만큼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기존 렌탈과 달리 대여기간이 3일로 짧고 당장 사기 부담스러운 금액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세븐일레븐 공유 킥보드 대여에 나섰다. 지난 8월부터 공유 킥보드 대여·충전 서비스 '윙스테이션'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 현재는 인천과 부평 일부 지역에서만 진행하지만 앞으로 관련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마트24는 아예 전기바이크를 팔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기 바이크 배터리 충전 서비스도 하고 있다.

골드바를 살 수 있는 금 자판기도 GS25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달 말 일부 매장에 순금 5종을 판매하는 금 자판기를 테스트 운영 중인데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편의점에서 귀금속을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다. 이마트24는 사진관으로 변신했다. 편의점과 사진관을 결합한 즉석사진 전문숍 '이마트24 잠실올스타점'은 매장에서 셀프 포토촬영과 인쇄가 가능하다.
업계가 이러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늘리는 까닭은 택배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중 상당수가 추가로 물건까지 구매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점포 차별화를 위해 배달 등 생활편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라며 "이는 모객효과로 이어져 실적 견인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들른 고객 중에는 음료나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패턴으로 이어져 점포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품 경쟁력도 크게 강화됐다. 편의점하면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가 확 달라지며 줄서지 않는 '맛집'으로 변신한 것이다.

최근 GS25와 CU는 100% 호주산 쇠고기를 패티로 한 프리미엄 버거를 잇달아 선보이며 패스트푸드점에 도전장을 냈다. 프리미엄 식재료인 '듀록'을 활용한 간편식도 내놓으며 가성비만 좋다는 편의점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편의점에서 볼 수 없던 수산물도 판매했다. CU는 지난해 말에는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를, 올 3월에는 수산시장 활어회 픽업 서비스를 통해 싱싱한 회도 집 앞에서 받아볼 수 있게 했다.

MZ세대 소비 놀이터가 된 편의점은 주류 트렌드를 이끌며 '리쿼숍'까지 대체 중이다. 수제맥주, 와인, 위스키, 막걸리까지 없는 게 없고 편의점에서 단독판매하는 제품으로 MZ세대를 줄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곰표밀맥주와 원소주다. 지난해 CU가 세븐브로이와 협업해 단독 판매한 곰표밀맥주는 한때 품절대란을 일으키며 수제맥주 열풍 선봉장 역할을 했다. 또 GS25는 이른바 박재범 소주로 통하는 원소주 스피릿을 업계에서 단독 판매하면서 증류주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이외에도 가성비 좋은 편의점표 치킨, 커피와 퀄리티와 가격을 동시에 잡은 PB상품도 단골 유인책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으며 1인가구를 겨냥한 신선식품 라인업 확대로 장보기 수요까지 흡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적으로 편의점이 주류나 차별화 서비스에 힘을 쏟는 까닭은 온라인과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 유통채널에서 볼 수 없는 경쟁력있는 서비스와 제품은 소비자의 관심도 높일 수 있어 이러한 부분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