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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한 지붕 두 노조'의 불편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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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한 지붕 두 노조'의 불편한 동거

[글로벌이코노믹=김재현기자] 최근 농협은행 노조가 출범키로 하면서 농협 안 '한지붕 두 노조'사이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그동안 농협노조는 정부와 사측간 맺은 업무협약(MOU)와 관련해 힘겨운 투쟁을 벌인 끝에 '농협 자율성보장, 자율경영 확보, 고용안정"이라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사측으로 부터 보장받았다. 이를 통해 농협 노사간의 대립각도 안정을 되찾으며 평화로운 일상으로 되돌아 간 듯 했다.
하지만 평화 무드는 잠시, 이번에는 노-사간이 아닌 노-노간의 마찰이 예고되고 있다.

두 노조의 파열음을 예상할 수 있는 근거는 지난 2월 농협 노노조가 신·경분리를 앞두고 법인은 다르지만 노사는 하나로 가야한다는 '다사 1노조 원칙'을 두고 찬반투표를 벌여 찬성 93.5%의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공식적으로'다사 1노조 원칙'이 성립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농협은행 노조의 출범은 노조원 자신들의 원칙을 스스로 파기시킨 꼴이 된 셈이다.

20일 금융업계와 농협에 따르면, 최근 농협은행에서 독자적인 노조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기존 농협중앙회 소속의 노조와 공존할 뜻을 밝혔다.

사업구조 개편 이후 농협중앙회 산하의 경제지주와 사실상 독립된 금융지주로 분리되면서 별도의 독립적인 노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새 노조 설립 배경을 깊숙히 들여다보면 농협은행의 불만이 쌓이면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지가 행동으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 한 관계자는 "기존 승진과 인사, 급여와 관련해 중앙회의 개입으로 인해 그동안 수익을 내왔던 은행으로선 피해를 입게 됐다"면서 "신경분리가 진행되면서 농협 차원의 대응능력은 중앙회 노동조합이 커버 가능하지만 농협은행 입장에서는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노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는 은행이 수익원을 내는만큼 그에 합당하고 걸맞는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고 이를 중앙회 노조가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농협은행 3인 공동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 수식 농협은행 노조 공동대표는 "아직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노조측은 농협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허 권 농협중앙회 노조위원장은 "총지배구조를 보게 되면 농협중앙회의 지배감독을 받게 돼 있다"며 "다사 1노조가 되어야 농협중앙회 또는 정부와 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배구조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이번 농협은행 노조 설립은 전체 노조 조직에게 불안을 주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독자적인 금융지주의 역할을 수행하려 했으나 농협의 특수한 지배구조 때문에 이를 파악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농협은행 노조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독자 노조를 만든다하더라도 교섭권이 없어 노조의 기능을 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농협은행 노조측에서는 현행 노조와 협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을 이끌어 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쉬어 보이지 않는다.

농협은 지난 7월29일 농협 노사간 협상을 통해 '특별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서 농협중앙회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교섭창구 단일화를 내년 말까지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를 배타적으로 해석한다면 어떠한 집단과 조직과 협상하지 않고 농협중앙회 노조만 교섭하고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두 노조의 공존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농협중앙회 노조 집행부는 이번 농협은행 노조 설립에 대해 이미 조합원의 의견수렴을 듣기 위해 공청회 등을 통해 향후계획들을 세워보자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허 위원장은 "적극적으로 은행 노조 설립을 반대하지 않지만 현 체계에서는 헛점 많고 우려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다사 1노조에 대한 홍보와 설득을 시켜가겠다"며 "은행 노조 설립에 따른 협의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