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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의 반란', 경제 패러다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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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의 반란', 경제 패러다임 흔들린다

낮은 금리 역전현상 발행 '저축 증가, 여신둔화, 투자감소'
자금흐름 공식 깨져...주식 대신 채권에 돈 몰려 소비·투자 위축 악순환

[글로벌이코노믹=김재현기자]저금리의 반란이 시작됐다. 저금리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저금리 현상이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저금리 현상은 저축을 위축시키고 소비와 지출, 생산을 늘게 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 경제가 보여주는 패러다임은 역전이 됐다.

저축이 증가하고 소비는 쪼그라들고 여신은 둔화됐다. 투자 마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자금흐름마저 바뀌고 있다. 수익률이 떨어지는데도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지난 5일 시중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금리(3년)는 2.7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고채금리뿐 아니라 회사채,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까지 주요 시중금리들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거대되고 있다.

국고채금리가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중의 자금들은 좀처럼 안전자산 선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주식형 펀드에서는 4조2000억원(7월말 기준)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채권형 펀드에는 4000억원 이상이 들어왔다.

최근의 상황은 카드사태가 터졌던 2004년과 흐름과도 다르다. 실제 2004년 말에도 초저금리 시기였는데 당시 3년물 국고채금리가 3.24%까지 떨어졌고 정기예금금리도 3%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당시에는 낮은 금리에 갈 곳을 찾지 못했던 시중 부동자금은 주식시장에 몰렸고 2004년 말 895포인트였던 코스피는 2007년 말 1897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도 짙어지자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도 뚜렷하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의 재정위기나 국내의 민간부채 등의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어서 저금레도 불구하고 자금이 안전자산이나 단기금융상품을 선호하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돈이 안전한 금융상품에 몰릴수록 가계소비가 둔화하고 기업투자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전자산 선호는 자금의 단기 부동화로,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러다보니 경기는 침체되고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악순환으로 번지면서 자금시장 전반의 흐름이 깨진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경제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고 수출 위축, 내수 감소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산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결국 '산업·금융' 부문이 동시에 악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돈이 제대로 돌지 못하면 어느 한 곳은 반드시 깨지고 연쇄 부작용으로 나타난다"면서 "정부나 통화 당국이 자금시장의 흐름을 주목하고 정책적인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