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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34)] 복수 버리고 희망 선택하는 영화 '블랙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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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34)] 복수 버리고 희망 선택하는 영화 '블랙47'

영화 '블랙47'
영화 '블랙47'
자연에서는 약육강식만 존재할 뿐 선악 구분이나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정교하고 치밀한 복수가 없다. 인간의 복수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고 역사적으로도 복수의 동기를 형량에 참작하기도 했다. 특히 독일법 계열은 동기가 정당하다면 죄를 묻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영화소재로서 복수 장르는 아주 매력적이다. 무협영화에서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 내용의 서사가 주를 이루고 홍콩느와르에서는 의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
'영화 블랙47'은 복수를 주제로 하는 영화이지만 조금은 남다른 여운을 남긴다. 영국이 아일랜드를 침략하여 지배한 1847년을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영국군으로 징집되어 원치 않는 전투에서 목숨을 걸어온 아일랜드인인 주인공은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너무나 걱정된 나머지 탈영을 하여 고향집을 찾아간다. 영화 속의 시대상은 한국이 일본 지배하에 있던 시기로 비유될 수 있다.

영국도 아일랜드의 인력뿐 아니라 식량 등 자원을 수탈하였다. 더욱 심했던 것은 전 유럽이 감자역병으로 엄청난 기근 속이었으므로 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괴롭힘은 상상초월이었다.

주인공의 고향집은 허물어져 있었고 돼지우리로 사용되고 있었다. 한참을 망연자실 기다렸는데 세금 징수원이란 자가 나타나서 세금 미납으로 집에서 쫓겨난 가족들 이야기를 전해준다.

어렵게 살다가 가족들은 대부분 죽고 형의 가족만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돼지우리가 된 집근처에서 계속 기다리다가 형수와 조카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새로운 희망인 미국으로 이주하기로 한다.

하지만 탈영병인 주인공을 찾아서 현상금 사냥꾼들이 오고 그를 찾는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나 그의 가족들은 살해당하거나 돼지우리에서 얼어 죽었고 어린 여자조카만 행방불명이 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희망이자 살아가는 이유였던 가족들이 죽자 미국 이주를 포기하고 그들을 죽인자들에 대한 복수에 나선다. 우선 자신의 가족들을 죽게 만드는 데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죽여나간다.

우선 세금징수원부터 세금관리인 그리고 최후지시자인 지주까지 목표를 하고 살해해나간다. 추격자들은 주인공의 복수의 흔적을 따라가다 최종적으로는 지주에게 향해져 있음을 알게 되고 지주 역시 좁혀오는 주인공의 분노를 눈치 채고 병력을 보강하고 기다린다.

주인공이 최종적으로 지주의 요새를 혼자서 게릴라방식으로 공격한다. 전투 베테랑인 그는 지주의 하수인들을 상대로 숨어서 처리하던 중 그들과 합세하러 가는 추격범과 맞닥뜨린다.

하지만 일행 중에서 군대생활을 같이했으나 영국군의 앞잡이가 되어 그를 잡으러온 아일랜드 동료들이 있는 것을 알고 그들은 죽일 수 있었으나 살려준다.

추격자들의 대장인 영국군 장교는 주인공이 살려준 아일랜드인 부하를 내통자로 지목하고 처형하려는 순간 주인공은 위장전술로 그를 구해준다.

그리고 지주의 착취에 견디지 못한 소작인들까지 가세하여 큰 싸움이 일어난다. 주인공은 그 와중에 영국군에게 중상을 입고 자신이 구해준 추적자 동료의 도움으로 겨우 현장을 빠져나온다.

주인공은 그의 옛 동료 앞에서 자기대신 이민 가서 잘살아달라고 부탁하며 눈을 감는다. 하지만 그는 주인공의 복수를 위하여 추격자의 우두머리인 영국군장교를 찾아다닌다.

오랜 추적 끝에 그를 찾아내고 저격하려고 하는데 실종되었던 주인공의 어린 여조카를 피난자들의 무리 속에서 보게 된다. 주인공의 옛 동료는 원수를 쫓아가느냐 아니면 어린조카를 찾아 피난민 무리를 따라가느냐의 갈림길에서 망설인다.

엠비씨제작사의 김흥도 감독은 복수냐 아니면 포기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느냐는 선택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그 갈등을 잘 묘사한 영화라고 평한다.

주인공 역시 고향집이 폐허가 된 상황에서는 복수보다는 남은 가족을 데리고 희망의 땅으로 이주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은 가족마저 그들로 인하여 동사하고 살해당하자 희망에서 복수로 결심을 바꾼 것이다.

만약 주인공을 대신하여 복수하려던 동료 역시 그 자신이 주인공처럼 가족이 몰살당하는 피해를 입었다면 과연 적을 살려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인간은 복수보다는 삶의 희망을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복수한 후에 본인이 받을 양심의 가책이 두려워서라도 복수를 멈추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원한이 너무 깊은 나머지 복수한 후의 가책 따위는 생각나지 않는 분노라면 과연 참고 살 수 있을까.

인간 세상에 이러한 원한이 없어지길 바랄뿐이지 복수냐 아니냐의 선택에 대하여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