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은 투트랙으로 진행됐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에게 눈물을 삼키며 '분노'를 표시한 반면 당원과 국민을 향해선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로써 '탄압받는 정치인' 이미지 구축이 핵심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을 가리켜 'XX'라고 말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다는 탄식이 그 일례다. 앞서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돌이켜보면 저야말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던 사람이었다. 그 자괴감에 몇 번을 뿌리치고 연을 끊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타깃은 윤핵관이다.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와 장제원·이철규 의원을 '윤핵관'으로, 정진석·김정재·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꼬집은 뒤 정권의 위기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로 이들의 서울 강북 또는 수도권 열세 지역 출마 선언을 제시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에 출마해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 절실하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당의 총선 승리로 국정 동력을 얻어서 가치를 실현하는 게 아닌 "그저 본인들이 우세 지역구에서 다시 공천받는 세상을 이상향으로 그리는 것 같다"는 게 이 대표의 질타다.
이 대표는 정면돌파를 알렸다. 윤핵관들과 끝까지 싸울 각오다. 더 많은 당원이 활동할 수 있도록 '당원 소통공간'을 만들고, 당의 개혁과 혁신을 위한 방안을 담은 책을 낼 계획이다. 이것이 윤핵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길 바란다는 상투적인 표현보다는 대한민국이 잘됐으면 좋겠다"면서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이대로 가야 할지, 아니면 윤핵관들을 도려내는 인적쇄신과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시 천명해야 할지 국민들께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독자 행보를 예고하면서도 개혁보수의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연대하거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기자회견에서 "신당 창당은 안 한다"고 답한 데 이어 15일 출연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부인했다. 다만 그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일찍 치러질 경우 "후보군 안에서 저의 지지층이 생각하는 최우선적인 주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 주자가 유 전 의원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