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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도 이제 한류가 아닐까요?"...'영원한 골프 저널리스트' 이순숙 골프헤럴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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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도 이제 한류가 아닐까요?"...'영원한 골프 저널리스트' 이순숙 골프헤럴드 발행인

한국잡지언론 유공부문 상을 수상한 이순숙 골프헤럴드 발행인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잡지언론 유공부문 상을 수상한 이순숙 골프헤럴드 발행인
“골프요? 인생이죠.”

짧막한 그의 답에 모든 골프사랑이 실려 있는 듯 했다. 현존하는 레전드 골프 저널리스트 서원(瑞原) 이순숙 골프헤럴드 발행인이 매거진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이제는 골프도 한류다!』를 편집장인 아들(김신기)과 함께 펴냈다. 그의 서실(書室) '필향'에서 만났다.
-새해를 맞아 골프기자와 인연을 맺은지 40년을 결산하는 책을 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K-컬처는 영화, 음악, 문화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골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구옥희가 물꼬를 트고, 박세리가 초석을 다진데 이어 박인비와 고진영이 화려하게 골프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최경주가 문을 열었고, 김시우, 임성재, 김주형이 빛을 내고 있다. 2021년 4월 골프헤럴드 매거진이 30주년을 맞았고, 기자생활 40년을 맞아 기획한 책이다.”

-그동안 써온 주옥같은 칼럼을 비롯해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을 비롯해 박인비 등 많은 인터뷰를 담고 있는데.
“한국 골프계에 이름을 빛낸 명사들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한 내용이나 그들의 삶과 골프이야기를 풀어간 것이다. 프로골퍼 박인비, 고진영, 최경주, 안니카 소렌스탐, 임성재 등은 최근 인터뷰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있다. 고인이신 이병철 삼성 회장은 안양 골프장을 다니면서 쓴 내용이고, 정주영 회장은 뉴코리아 골프장에서 삼부토건 조정구 회장, 동아건설 최준문 회장, 대림건설 이재준 회장과 라운드를 마친 뒤 초청받아 나눈 이야기를 글로 만들었고,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은 안양 골프장으로 자주 초청받아 라운드를 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운 것을 다듬애 낸 것이다. 한국의 '골프외교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을 비롯해 104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교수와 지금은 고인이신 이어령 이화여대 교수는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때문일까? 이 책에는 골프헤럴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독특한 칼럼이 주옥처럼 남겨져 있고,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명사들의 인터뷰나 글을 읽다보면 그동안 숨겨진 신비한 보물처럼 드러나는 한국골프역사를 볼 수 있다. 1주일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일은 안양CC로 출근한 이병철 회장. 매년 연분홍 진달래꽃이 필 때면 화사한 분홍색 셔츠에 흰 바지, 흰 골프화를 멋지게 차려 입고 플레이를 했다. 사업차 일본을 왕래하면서 이 회장은 일본오픈 우승자인 프로에게 레슨을 받기도 했다. 1968년 개장한 안양CC를 건설할 때 이 회장은 공사기간 동안 텐트를 치고,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면서 코스건설을 일일이 지시하기도 했다.

뉴코리아CC를 자주 찾은 정주영 회장은 부지런한 습관이 체득돼 꼭두새벽에 프로골퍼 1명만 동행해 골프를 즐겼다. 팀이 밀려도 절대로 앞팀을 패스하지 않았고, 라운드 중에는 절대로 사업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누구보다도 골프에 애정을 갖고 있던 김종필 전 총리의 에피소드. 김 총리는 “여름철, 그늘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맛에 라운드를 했다오. 그중에서 기가 막힌 것은 '맥사이다'지요. '맥사이다를 압니까?”라고 이순숙 대표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맥사이다는 맥주에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것이다.
박카스의 신화 주인공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1976년 한국프로골프투어의 효시인 오란씨오픈을 창설했다. 이후 1987년 포카리스웨트오픈으로 타이틀을 변경했다.

16~18대 대한골프협회 회장을 지낸 '살아 있는 골프역사' 허광수 회장은 부친인 고 허정구 명예회장과 한국인 최초로 부자(父子)가 영국왕립골프협회(R&A) 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허 회장은 어릴때 부친을 따라 군자리코스(현 어린이 대공원)를 따라 갔다가 골프에 입문했다. 1년만에 핸디캡 7을 기록하며 '골프신동' 소리를 들었다.

윤세영 SBS미디어그룹 윤세영 회장은 1992년 한국방송미디어로는 최초로 SBS프로골프최강전을 개최했고, 1995년 제주에서 열린 LPGA 삼성월드챔피언십을 최초로 현장을 생중계 했다. 윤 회장은 골프환경이 열악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15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개 대회를 추가로 열었다.

이 대표는 여고시절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감성이 풍부한 '문학소녀'였다. '독서신문' 애독자로 매거진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생활을 하던 중 골프에 대한 글을 청탁받아 처음으로 태릉CC를 방문했는데, 골프장 풍광에 반해 골프기자로 방향을 틀었다. 그래서 시작한 골프기자가 골프매거진 '국제골프'였다. 기자를 했고, 편집장까지 올랐다. 그러다가 '내 색깔만의 책을 갖자'고 결심했고, 1991년 독립해서 골프헤럴드를 창간했다. 2월에 예비호를, 3월31일에 본격적인 골프시즌을 겨냥해 4월호 창간호를 냈다.

-대중화가 요원했던 시절에 골프매거진이라는 특정 스포츠 분야의 매거진을 내는데 쉽지 않을을 텐데.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실 내가 매거진 창간을 기획할 때 한국골프는 부흥기를 맞고 있었다. 기존 잡지와 달리 럭셔리하게 제작했다. 판형이나 서체를 기존 관행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반응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세상을 재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프전문지라는 역할에 맞게끔 심층보도를 해야 했지만, 현실적으로 취재의 어려움도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80%쯤 달성한 것 같다. 늘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하지만 골프헤럴드가 가야할 길과 골프철학에 기반을 두면서 한국골프의 변화 및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골프중심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책을 만들고 있다.”

-책을 만들면서 언제가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끼나.
“골프헤럴드를 만드는 것 자체가 기쁨이자 행복이다. 골프헤럴드라는 제호로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물론 마치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 것처럼 매달 책이 나올 때마다 셀레고 즐겁다. 아마도 골프장에 라운드하러 가기 전날 같은 기분이랄까.”

-많은 명사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30년 동안 많은 분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다.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을 비롯해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허광수 전 KGA 회장, 한성CC 전영자 회장, 이어령 교수, 김형석 교수 등 잊지 못한 분들이 적지 않다. 이병철 회장, 정주영 회장, 김종필 총리 등도 현직에 계실때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강신호 회장과 허광수 회장은 행사때마다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고, KPGA 홍덕산 전 회장은 책을 많이 구입해 주셨다."

김형석 교수와 이순숙 발행인.이미지 확대보기
김형석 교수와 이순숙 발행인.

그래서 일까. 30주년을 맞아 명사들의 축하 글이 쏟아졌다.
“30년의 긴 세월을 한 마음으로 지켰네. 어려운 고비마다 헤쳐온 직심(直心)은 나 아닌 우리들의 힘이어라. 이렇게 헤럴드를 품에 안고 있으면 모든 의식을 자리에 놓고...”(라종억 시인).
“골프헤럴드와 이순숙 발행인의 곁에는 항상 골프헤럴드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많은 이들이 있었고, 그들의 힘이 합쳐져 오늘날 골프헤럴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이수성 전 총리).
“'골프는 소년을 가장 빠르게 어른으로 만들고, 어른에게는 영원히 소년의 영혼을 갖게 한다'는 경구가 있습니다. 골프헤럴드 또한 소년의 젊은 패기와 어른의 정신이 부합된 전문골프서적이 되길 바라며 창간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허광수 회장).
“잡지를 일컫는 매거진(magazine)이란 말은 군수품창고, 화약고, 총기탄창고이죠. 거기서 '지식의 창고'의 뜻으로 발전했다고 하죠. 잡지는 정보나 뉴스의 창고이기보다는 지식, 교양의 재미난 읽을 거리 종합선물세트쯤이라야 제격이오. 골프헤럴드가 유익하고 재미난 지식과 교양의 종합선물세트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투지가 따라야 할거외다. 골프헤럴드가 육십이순(六十耳順)이 되기 전, 토종 골프월간지의 전설이 되기를 기원하며 이순숙 발행인에게 뜨거운 파이팅을 외치오.”(최영정 국내 골프기자 1호).
“말이 쉬워 40년이지, 그 긴세월 동안 한 길을 고수하며 골프와 인생을 나누고 벗을 삼아 동무처럼 지냈을 그녀의 '골프사랑과 문화사랑'에 대한 무한 진심이 느껴 진다. 현장에서 만난 이순숙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관록과 상대를 이끄는 그녀만의 대화법과 역량,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이에게 뒤지지 않는 뜨거운 열정과 부지런함은 과히 배울만하다. 늦은 밤에도 일에 파묻혀 책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녀의 자세와 곧고 바른 가치관은 그녀를 참된 골프칼럼니스트로 인정하는 이유이다.”(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

-적지 않을 골프장을 방문했을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골프장을 꼽으라면.
“국제골프에서 편집장을 하던 시절에 북아일랜드 초청으로 벨파스트에 있는 '로열 카운티 다운 골프클럽'을 갔었다. 세계 100대 코스에 걸맞게 신(神)이 빚은 듯한 코스로 착각할 정도였다. 양떼들이 뛰놀던 링크스 코스였는데, 대서양의 바람을 맞으며 라운드를 했다. 노래가사가 생각났다. '꿈엔들 잊으리오'였다. 벨파스타 바다는 옛날 타이타닉호가 출발한 곳이었다고 한다.”

이순숙 발행인은 일본을 돌아볼 일이 생겼다. 1980년대부터 매년 봄 도쿄에서 열리는 '재팬골프페어'를 참관했다. 골프기술서나 관련잡지책을 구입하고, 일본골프계의 동향과 매거진의 디자인을 보기위해서였다. 눈에 띈 것은 일본골프장이 관동과 관서지역으로 나뉘면서 골프장을 안내하는 책자였다. 1993년 에이스골프 양덕준 회장(현 사우스링스영암CC 회장)과 김영재 사장(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대표이사)의 제안으로 국내 최초 '골프장 가이드북'을 만들었는데, 골퍼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지금이야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골프장 가는 길을 찾아가지만 당시만 해도 지도를 참고하고나 물어 물어 가던 때였다. 필요한 것이 바로 '골프장 가느길' 지도였던 것이다.

-기자를 하면서 골프계에서 잊지 못할 일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박인비가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딴 적이 있지만 올림픽과는 차원이 다르다. 112년만에 부활한 골프종목에서 한국인 최초로 금메달을 안은 영광은 한국의 골프의 국격을 한 단계 더 높인 준 것이 아닌가. 한국 남여 골프선수들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등을 누비며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골프만이 가진 특별함이라고 할 것이다.”

-골프를 배우게 된 계기가 있었나.
“골프기자를 하면서도 골프를 배울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중국이 개방되기 전인 1987년 4월 국내 기자 처음으로 중국 광동성 광저우의 중산장강골프&컨트리클럽'으로 취재를 가게됐다. 지금은 시니어 프로로 활동하는 최상호, 이강선, 조철상이 출전했던 유럽투어 던힐컵 대회였다. 그래서 이번에 가면 골프를 치고 오겠다고 결심하고, 가기 전 3일간 골프연습장에서 클럽을 휘둘렀다. 그런뒤 김동욱 전 KGA 부회장이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머리를 얹어 주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구력은 30년을 넘기고도 여전히 골프를 잘 못해 초보 핸디캡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헤럴드 외에 개인적으로 책도 내지 않았나.
“프란츠 카프카의 위대한 책은 얼어붙은 바위를 깨는 도끼같은 역할을 한다'는 말처럼 기억하고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는 글과 책은 위대하고 생각한다. 2006년에 '이순숙의 골프풍경', 2013년 '생각의 겹'을 냈다. 그리고 이번에 '이제는 골프도 한류다' 책을 냈다. 골프헤럴드에서 단행본으로 '박세리의 날개'를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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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골프를 새롭게 발전시킬 계획이 있나.
“잡지는 100년이 넘는 역사속에서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골프역사 또한 100년이 넘었다. 골프헤럴드는 골프문화의 가치와 역사를 기록하는 매체로써 32년간 369권의 책을 펴내며 골퍼들의 시대적 삶을 기록하며 변화를 이끌어왔다고 자부한다. 현재도 급변하는 시대속에서 매체의 변화속에 전문성과 콘텐츠발굴과개발에 힘쓰며 잡지 공존시대를 열어가며 앞으로는 디지털쪽으로 가야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더욱더 그 방향을 지향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골프헤럴드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독자들이 디딤돌이 되어 여기까지 왔다. 때로 디딤돌이 편할 때도 있지만, 때론 아주 거칠고, 뾰족한 돌일 때도 있었다. 독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읽으며, 그들이 원하는 좋은 글을 써야한다. 그래서 쉽지가 않다. 대부분 삶이 그렇듯 나도 물질적 행복보다는 삶의 의미를 추구하며 살고 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할 때, 그 순간도 기쁘지만 장기적으로 기쁨과 만족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을 골프헤럴드에서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것 같다. 독자들이 우리 골프헤럴드와 함께 늘 즐겁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한국골프문화발전을 위해 이순숙 발행인은 한국골프미디어협회 창설에 초석을 다진 뒤 8년간 이끌기도 했다. 1년간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먼 시간 여행을 떠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원 없이 읽는 게 소원이라는 이순숙 발행인이 앞으로 골프헤럴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하다.


안성찬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golfahn5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