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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의 경제안보 진단] 윤석열 정부는 자원개발에 다시 나서 에너지안보 소명 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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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의 경제안보 진단] 윤석열 정부는 자원개발에 다시 나서 에너지안보 소명 다해야

한국석유공사의 국내 탐사광구 현황.
한국석유공사의 국내 탐사광구 현황.
최근 한반도 근해와 중국과 일본 근해의 자원개발 탐사 현황을 담은 지도를 견식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마치 김환기 화백이 그린 점화(點畵) 같았다. 중국과 일본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가스전과 유전 탐사 지역들이 점으로 빼곡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점화’는 한국의 가스전과 유전 탐사 지역이 중국과 일본의 그것들에 비해 적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이 때문에 이 점화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게 했다. 왜 이렇게 된 것인가? 무엇보다 한국이 지난 정부 때 중국과 일본과 달리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가스와 원유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가 궁금했다.

이 같은 의문으로 한국의 자원개발 전략과 정책에 대해 우려하던 6월 7일 오전 한반도 근해와 해외 가스와 유전 탐사 등 자원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석유공사(사장 김동섭)가 오는 6월 30일 ‘에너지안보와 국내대륙붕 자원개발’이라는 제하의 심포지엄을 개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석유공사는 이 심포지엄을 통해 자원개발과 국내 대륙붕 자원개발의 중요성과 함께 국내 대륙붕 자원개발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내 서해와 남해, 동해 등 한반도 근해에서의 가스전과 유전 탐사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원개발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의 소극적인 전략에서 탈피하고 적극적인 전략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부가 됐든 시장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거나 이념적 경직성으로 인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때 그 결과가 참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야가 자원개발이다.

지난 정부 때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감소 차원에서 석탄, 유전, 가스전 개발을 백안시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자원개발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당시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던 많은 국내 기업들이 광산이나 유정 등 광물과 석유 개발 관련 해외 자산들을 매각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예 자원개발 사업을 포기했다. 특히 주요 종합상사들은 전부 떠났고 남은 곳은 공기업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민간기업 SK earthon 두 곳뿐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한국과는 정반대로 갔다. 일본의 자원개발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이 정부의 부적절한 논리에 기초한 자원개발 비판에 따라 내놓은 광산과 유정 등 자산들을 헐값으로 사들여 지금 큰 이득을 올리고 있다. 같은 시기에 미국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헐값에 내놓은 광산과 유정 등도 일본 기업들에 인수돼 지금은 가치가 크게 올랐다.
지난 정부가 석탄과 석유, 가스 등 광물자원 개발을 비판하고 태양광 사업을 기후변화 위기 극복을 위한 대체 에너지 사업으로 높이 평가했다는 것은 당시 에너지 관련 부처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읽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인식에 너무 심하게 사로잡힌 나머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치 석탄과 석유 등 광물 에너지는 이제 시대착오적인 에너지로 여기고 있으나 탄소 포집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광물자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2020년 겨울 미국 텍사스주 풍력발전 설비 마비 사태가 꼽힌다. 당시 심한 추위로 인해 풍력발전 시설들이 결빙되고 파열됨에 따라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텍사스 주민들은 추위로 크게 고생해야 했다. 이 사태는 지금이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탄소배출 제한 시대라고 하더라도 친환경적인 에너지에만 의존할 경우 자칫 사람들이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일본 정부와 자원개발 기업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유지돼온 전략적 협력 관계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특정한 에너지 개발이 마치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이라도 할 듯이 과장하면서 광물자원 개발을 비판하는 등의 행보를 삼가면서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자원개발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전 세계 주요 지역의 지질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대로 관련 기업들에 제공해 자원개발 기회를 확대할 수 있게 돕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글로벌 탐사사업 현황
한국석유공사의 글로벌 탐사사업 현황

한국의 경우 일본 정부와 자원개발 기업들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이 같은 전략적 협력 관계는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관련 정부 부처가 자원개발 기업을 돕는 분위기도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자원외교가 실패했다고 낙인을 찍은 이후 관련 정부 부처들이 자원개발에 소극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하위 직급으로 갈수록 강한데 그 까닭은 자원개발 사업에 연관되었다가 자칫 책임을 져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까 우려하는 데서 말미암는다.

지난 정부가 자원개발을 비판한 데 이어 자원외교마저 실패했다고 규정한 이후 공기업과 민간기업 상당수가 광산과 유정 등 해외 자산을 헐값으로 매각하고 사업에서 철수한 결과 한국이 자원개발 분야에서 겪고 있는 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물과 석유 등 자원탐사에 참여해야 할 민간 탐사 기업들이 한두 개만 남고 고작해야 공기업들이 몇 개만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로 인해 대학들의 자원개발 인력 공급 및 전문 연구 구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해도 기존 기업들이 사업에서 철수함에 따라 이들을 수용할 기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한 진보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판단으로 인해 이웃인 일본과 중국에서는 번창하고 있는 자원개발 산업이 졸지에 한국에서는 한계 산업과 한계 학문으로 급전직하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시금 자원개발 산업을 부흥시켜 한반도 근해는 물론 전 세계 주요 지역의 자원개발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는 시대를 열어가길 바라는 학계와 재계는 물론 국민적 기대가 큰 것이다.

석유공사가 오는 6월 30일 오전 10시에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인 ‘에너지안보와 국내대륙붕 자원개발’ 심포지엄은 그 같은 기대가 윤석열 정부의 정책으로 현실화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자원부와 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기관들이 중국과 일본 이상으로 한반도 근해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이 가스전 및 유전 탐사와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기후변화 시대에 에너지 안보를 달성해야 하는 소명을 갖고 있다. 에너지 안보는 국가 안보의 큰 축이다. 이 점에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도 산자부와 석유공사 등이 그 같은 소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안보 정책과 전략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면 그 책임과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