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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북·러회담 빈손 땐 공중 도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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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북·러회담 빈손 땐 공중 도발 가능성

전문가들 "김정은 불안 상태"
러 지원 미흡 땐 주민 무마 위해
도서지역 폭격 등 배제 못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13일(현지 시간)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김정은(왼쪽)과 푸틴.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13일(현지 시간)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김정은(왼쪽)과 푸틴. 사진=연합뉴스
지금 전 세계는 신냉전이 본격 개막하는 장면을 함께 보고 있다.

지난 이틀간 전 세계 언론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 열차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선을 생중계하듯 보도했다. 미국이 대러 봉쇄를 위해 추진해온 나토의 동진(東進)에 맞서 러시아가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재래식 무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북한이 대러 무기 공급에 나서기로 하면서 세계는 다시 진영 대결로 치닫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곧 열릴 북·러 정상회담은 미·중 패권 경쟁이 첨단기술 경쟁에서 미·나토·한·일 대 중·러·북이라는 진영 간 군사 대결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냉전의 개막 장면인 것이다.

지난 11일 전용 열차 ‘태양호’를 타고 평양을 떠나 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 중인 푸틴 대통령과 포럼 폐막일인 13일 또는 직후 북·러 정상회담을 하고 재래식 무기 공급 문제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미국의 강력한 제재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필요한 다량·다종의 탄약과 대포 등 재래식 무기 공급을 강행하는 목적은 반대급부로 두 가지를 얻는 데 있다. 하나는 북한의 핵·미사일 선제공격 능력을 크게 제한하는 한·미·일 안보협의체의 출범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성의 해소를 위해 핵잠수함과 정찰위성 기술을 이전받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식량난 악화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이 체제 불안정성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식량과 에너지 등의 지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최근 심리 상태가 지난 두 달여 동안 한·미·일 안보협의체의 출범과 정찰위성 발사의 연이은 실패, 식량난 악화로 인한 주민 불안 고조 등 대내외 경제와 안보 상황이 악화하면서 전에 없이 불안정하다는 것이 정부와 학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머잖아 대형 군사 도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정부 안팎에서 북한이 그동안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 여객기 나포나 전투기 격추, 도서 지역 등에 대한 전폭기의 공중 폭격 등 공중 도발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미국의 제재를 무릅쓰고 결정한 대러 무기 공급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로부터 핵잠과 정찰위성 기술을 이전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핵잠 기술의 대북 이전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러시아의 식량과 에너지 지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주민 불만을 해소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대남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큰 것은 이 때문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은 국내 정치의 연장’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경제난과 안보 불안 등으로 인한 대내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자신의 권력을 안정시키기 위한 국내 정치의 연장으로서 대남 군사 도발을 선택할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김 위원장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때와 달리 2010년대 후반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한·미의 보복 공격을 저지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을 개연성이 커 공중 도발 등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북 국책연구기관에서는 관련 부처들보다 김 위원장이 공중 도발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대형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그가 향후 상황이 현재보다 더 안 좋다면 지금 전쟁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는 ‘예방 전쟁(preventive war)’의 관점에서 현 정세를 판단할 경우 대형 도발을 감행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미는 가능한 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미국도 북·러 정상회담 개최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대응했다. 미 국가안보보좌관실이 김 위원장이 8월 말 한·미·일 정상들을 ‘깡패 두목들’이라고 비난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없다”며 “북한과의 대화 문은 열려 있다”는 절제된 입장을 밝혔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며칠 사이 북·러 정상회담이 곧 개최돼 북한의 대러 재래식 무기 공급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 확실해지면서 미 국무부는 물론 국가안보보좌관실까지 나서서 강력한 경제 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연일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 가지 변수는 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 안보협의체의 출범에 맞서 중·러·북 3국 간 연대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심리적 불안정성이 다소 완화될 경우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북·중·러 연대 강화가 되레 김 위원장의 도발을 부추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