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위원장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대형 군사 도발들을 주도한 목적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인 26세에 김정일로부터 권력 승계를 목전에 두고 내부적으로 자신을 가벼이 볼 가능성이 있는 당·정·군 엘리트들과 주민들을 상대로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 안정적인 권력 승계를 하는 데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미일 압박이 가장 큰 부담
하지만 김 위원장이 머잖은 시기에 공중 도발 등 대남 군사 도발에 나선다면 그 목적은 2010년 당시와 달리 경제난과 안보 불안 등으로 인한 내부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데 있다. 이 점에서 그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상으로 북한 주민들을 심리적으로 더 압박할 수 있는 형태와 강도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훨씬 큰 것이다.
지난 7월부터 김 위원장의 심리적 불안정성을 심화시켜 온 대내외 요인은 모두 세 가지로 집약된다. 한·미·일 3국 안보협의체의 출범이라는 한 가지 대외 요인과 함께 두 차례에 걸친 정찰위성 발사 실패와 식량 부족에 따른 아사자 발생 등 경제난 악화라는 두 가지 대내 요인이 그것들이다.
이들 세 가지 요인 중에서 김 위원장의 심리적 불안정성을 가장 심화시켰다고 평가받는 요인은 아무래도 한·미·일 안보협의체의 출범이다. 그가 2010년대 후반 핵무기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면서 핵 선제공격 능력을 확보했다고 자부해 왔는데 이것이 한·미·일 안보협의체가 합의되면서 이전만큼 힘을 쓰기가 쉽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위축된 자신감 회복위해 위성 재발사·전략 핵잠 공개
3국 안보협의체에 따른 그의 심리적 불안정성은 8월 27일 해군절에 해군사령부에서 행한 연설에서 한·미·일 정상들을 ‘깡패 우두머리들’로 비난한 데서도 드러났다. “얼마 전에는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의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 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 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31일 실패했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8월 22일 발표를 통해 이틀 뒤 재시도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 역시 한·미·일 3국 안보협의체 출범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성을 수습하려는 의도 때문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빨리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3국 안보협의체를 압박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을 확보하고 싶은 욕심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재발사도 실패했는데 이는 북한의 우주개발국이 완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김정은의 재촉으로 무리하게 재발사를 했기 때문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8월 24일 2차 발사에서는 1차 때보다 기술적 진전이 있었다. 1차 발사 때는 1단 추진체(로켓) 분리 뒤 2단 추진체 이상으로 탑재한 위성체의 분리는커녕 정상 비행에 실패한 나머지 서해에 추락했지만 2차 발사에서는 1·2·3단 추진체가 모두 정상 작동해 위성체가 대기권 밖까지 나가 비행하던 중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날 북한 우주개발국은 10월 중 3차 발사를 예고했는데 이 역시 그의 불안감을 드러내 준다.
식량난 불만도 잠재울 필요
지난 9월 8일 북한이 10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직발사관을 갖춘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의 진수식을 이틀 지나서 보란 듯이 공개한 것도 한·미·일 안보협의체에 맞서 해상 전술핵 공격이 가능한 수단을 확보했다고 과시함으로써 위축된 자신감을 회복하려는 김정은의 의도에 따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9월 6일 함남 신포에서 열린 진수식에서 김군옥영웅함이 “각이한 위력의 핵투발 수단들을 다량 탑재하고 임의의 수중에서 적대 국가들을 선제 및 보복 타격할 수 있는 위협적인 수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가 푸틴과 만나면 우크라이나전 관련 재래식 무기 공급의 반대급부로 핵잠 기술 이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나 러시아는 중국의 반대가 예상되는 핵잠 기술 이전은 안 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의 심리적 불안정성을 심화시킨 또 다른 요인은 개성 등지에서 아사자까지 발생할 정도로 악화돼온 식량난이 꼽힌다. 북한이 지난 8월 26일 국경 개방 발표에 달포 앞선 7월 초부터 지린성 훈춘-함남 원정리 경로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수용해온 것은 식량 확보에 필요한 외화 조달을 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정은이 8월 22일 침수된 안석 간척지를 찾아 김덕훈 총리의 업무 능력이 형편없다고 맹비난한 의도 역시 식량난으로 고조된 주민들의 불만이 반체제 흐름으로 비화하지 않게끔 모든 책임을 총리에게 떠넘기는 데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의 불안감은 9월 9일 정권 수립 75주년 열병식에서도 확인된다. 열병식은 많은 병력과 중무기들에다 주민들까지 총동원하는 행사인 만큼 주민들에게 큰 압박감을 준다. 그가 올해 들어 2월 7일과 7월 7일에 이어 9월 9일 세 번째 열병식을 강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주민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할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