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일 안보협의체의 아시아·태평양판 나토화(化)는 한·미 보수 성향의 안보 전문가들이 주로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3국 안보협의체를 각국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다자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킬 때 비로소 중국의 패권 추구에 따른 위기와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는 정상, 외교·국방·상무 장관, 안보실장의 연례회담 개최와 연례 합동 군사훈련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거나 4년 뒤 우리 대선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되면 이번 합의가 유지될지 불투명하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나토 같은 다자 동맹으로 전환될 때 3국에서 정권교체가 있더라도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최대 안보 의제는 북·중의 핵 위협에 맞서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3국 안보협의체가 다자 군사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토처럼 회원국들에 미 전술핵무기가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더라도 북·중의 핵 위협을 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최종 선택지를 요청받는다. 그것은 바로 북·중의 핵·미사일 선제공격 위협에 맞서 안보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서 한·미·일 3국 안보협의체의 다자 군사동맹으로의 발전과 자체 핵무장 추진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관건은 중국의 도전에 맞선 미국의 역내 동맹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동맹 전략은 나토처럼 다자 군사동맹이 아니다. 미국의 동맹 전략은 2021년 미국·영국·호주 3국 간 소자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를 모델로 한 여러 소자 안보협력체를 만들어서 중국의 군사 패권 도전을 저지하는 데 맞춰져 있는 것이다.
요컨대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미·일 3국 안보협의체의 출범을 계기로 오커스와 미·일·인도·호주 4국 간 쿼드(Quad) 같은 소자 안보협력체들을 통합해 동아시아·서태평양 나토로 발전시킬 가능성은 아주 작은 것이다. 미국의 소자 안보협력체 동맹 전략은 나토식 다자 군사동맹 모델에 대한 불만에서 말미암는다. 독일 같은 무임승차 회원국이 적지 않은 탓이다.
물론 미국이 우리의 자체 핵무장도 당장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다음 두 가지 관점에서 자체 핵무장이 한·미·일 3국 안보협의체의 나토화보다 전략적 중요성이 훨씬 더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는 우리가 자체 핵무장 의제를 살려 나갈수록 미국이 3국 안보협의체와는 별개로 한국에 북·중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여러 지원을 계속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자체 핵무장론의 확산이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중의 핵 위협에 맞선 한국의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중심으로 한 ‘워싱턴 선언’ 발표로 이어졌고, 8·18 한·미·일 3국 안보협의체의 출범도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한·미 양국에서 북·중의 핵 위협에 맞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시급하다는 담론의 확산이 바이든 행정부가 워싱턴 선언에 이어 3국 안보협의체 합의에 나서도록 만든, 보이지 않는 언덕이 되어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북·중의 핵 위협 억제를 위한 한국의 제한적 승리 전략으로, 3국 안보협의체의 나토화는 미국의 대중 완전한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볼 것이라는 사실이다. 중국으로서는 전자에 대해선 큰 부담 정도로만 여길 것이지만 후자에 대해선 중국의 붕괴를 노린 미국의 전략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런 만큼 나토가 지난해 초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로 확장하려 하자 러시아가 곧바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처럼 미국이 한·미·일 안보협의체와 오커스·쿼드 등을 묶어 아·태판 나토로 전환하려 할 경우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태판 나토의 출범 시 중국은 북한의 붕괴 시 인민해방군을 투입해 평양과 청천강 라인의 북쪽인 북한의 북부 지역을 중립화함으로써 통일 한국과 중국 간 완충지대를 만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에서 한·미·일 안보협의체를 오커스와 쿼드 등과 묶어 아·태판 나토로 전환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3국 안보협의체를 잘 유지하면서 자체 핵무장 의제를 계속 살려 나가는 것이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
김정은과 푸틴은 9월 13일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한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재래식 무기 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해·공군 첨단기술 협력을 논의했다. 북한이 해·공군의 핵 공격 능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한·미는 대북 제재 경고와 핵 공격 시 확실한 보복 경고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응으로는 북핵 위협을 저지하기 쉽지 않다. 우리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