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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북한 어선, 일본 경계수역 출몰 잦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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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북한 어선, 일본 경계수역 출몰 잦은 이유?

동해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부근에서 조업하는 북한의 오징어 낚시 어선이 작년의 3배를 넘는 등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일본정부 관계자에 의해 27일 밝혀졌다. 일본 수산청과 해상보안청은 금년 1월부터 이달까지 도합 약 400척을 확인했다면서 그 중 90%가 일본의 EEZ 내에 진입하고 있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어선의 조업이 확인되고 있는 주해역은 노토반도(能登半島) 북서쪽 370㎞ 떨어진 동해상으로, 오징어가 몰려드는 여름부터 가을에 집중된다. 북한에서의 거리도 거의 비슷한 EEZ 경계 부근이다.
양 기관이 확인한 어선은 2011년에 총 15척, 12년 총 80척, 13년 총 110척으로 증가 추세에 있었는데, 금년에는 급증하여 이미 약 400척에 달한다. 선체의 기재번호로 볼 때 북한 동부의 청진과 원산 등에서 출항한 군대 소속의 어선이 대다수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EEZ 내에서 무허가 조업을 한 외국어선은 어업주권법의 적용을 받아 나포 등 단속 대상이 된다. 다만 현장해역은 일본과 북한의 중간에 해당한다. 북한은 EEZ 주장의 근거가 되는 유엔해양법조약에 미가입, 경제수역을 공표하지도 않고 있고, 일본과의 사이에 어업협정도 없다. “북한의 경비정 등이 나타날 경우 예측불허의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일본정부 관계자)고 하여, 일본의 EEZ 안에 진입한 어선에는 일본 수산청의 어업단속선이 스피커와 전광게시판으로 퇴거를 경고하는 데 그치고 있다. 많은 어선은 지시에 따르고 있지만 일부는 “여기는 공화국의 경제수역”이라고 반론하고 어업활동을 강행하는 어선도 있다고 한다.

◇ 북한의 어선이 동해에 급증하고 있는 이유


북한의 김정은 제1서기는 금년 1월 신년사에서 “수산부문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그 후 군 산하의 수산사업소 시찰을 자주하면서 어획량 확대를 지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맞추듯이 일본의 EEZ에서도 북한 어선의 출현이 급증했다.

북한의 어선은 나무로 만든 소형선박으로, 감시자를 포함한 소수의 인원으로 그룹을 이루고 있는데, 군에 상납금도 바쳐야 한다. 표류하다 구출된 북한 어부들의 증언에 따르면 외화 획득을 위해 어획량을 늘리려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의 상황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군 소속이지만, 군인은 아니고 고용된 어부이다”. 이시카와현(石川県) 앞바다의 동해에서 8월 표류하다가 일본 해상보안청의 보호를 받은 북한 어선의 남성 승무원 4명은 일본 정부의 심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4명은 북한 동부의 청진에 거주하는 인민군 산하의 '국경 경비총국' 소속으로, 군 소유의 목조 소형선을 타고 오징어 낚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들 중 한 명은 노동당원이고, 공안관계자는 “탈북을 막는 감시자가 아닌가?” 보고 있다. 4명은 김정은 제1서기에 대해서 “보기 드문 지도자”라는 등 김정은에 대해 충성심을 보여주고 그 후 희망대로 북한에 돌아갔다.

한편 공안 당국에 따르면 동해에서 일본 수산청의 단속선과 해상보안청의 항공기가 확인한 북한 어선은 금년 들어서부터 지난해까지 보이지 않던 선체번호의 배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개인이나 기업소가 소유하고 있던 어선이 차츰 군 소유로 재편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4명의 증언도 어업에 대한 군의 관여를 시사하고 있으며, 수산물의 수출권익을 장악하고 있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장 씨가 생존해 있던 2011년 9월에 어선으로 탈북하여 노토반도 앞바다에서 구출된 남성은 올 8월에 구출된 승무원과 마찬가지로 청진에 거주하는 '867부대'라고 하는 공군에 소속하면서 오징어잡이를 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군에 고용되어 배급으로 살아가는 노동자가 아니라 “실태는 개인 사업주와 같았다”(일본 정부 관계자)고 한다.

어선에 대해서는 “스스로 중국제 엔진을 업자로부터 구입하는 등 1만5000위안(약 270만원)으로 건조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군 복무는 연간 1일만 하면 되고 매년 120만원(인민폐)을 부대에 상납하면 군 소속으로서 조업을 허가받아, 잡은 오징어는 중국과 거래가 있는 업자에게 얼마든지 팔 수 있다고 한다.

상납금 120만원은 당시의 암시장 환율로 4만5000엔(약 45만원) 정도로 거액이지만 충분히 채산이 맞았다고 한다. 청진에는 소형선이 3000척 이상 있고, 그 남성과 똑같이 조업을 하는 어업자가 많았다고 한다.

탈북자의 증언 등에 따르면 어업은 원래 군이 회사를 만들어서 성게와 게를 일본에 판매하는 등 외화벌이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제재로 무역은 정지되었다. 대중국 수산물 수출은 힘을 가진 장성택이 군을 대신하여 권익을 장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 조업에 목숨 걸어


금년 8월에 일본 해상보안청이 구출한 어선은 길이 약 10m, 폭 약 2m의 소형선이었다. 승무원은 청진에서 70해리(약 130㎞) 근해에서 엔진 고장으로 표류했다고 증언했다.

장비는 불충분하여 한 남성은 “동료의 배가 보였지만 무전기가 없기 때문에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평소부터 나침반에만 의지하여 항구로부터의 항해시간으로 위치를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해상보안청 관계자는 “이 장비로 나오는 것은 너무나 무모하고 자살 행위”이라고 우려한다.

청진에서는 실별로 텔레비전이 있는 맨션 타입의 숙소에서 살고 현금과 식료의 배급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배가 고장나는 등 불충분한 장비로 조업하는 데 대해 일본 수산청과 해상보안청은 북중관계의 악화로 중국으로부터의 석유 수입이 제한되어, 어선이 불순물을 혼합한 조악한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선(길이 30~40m)와 목조선(길이 10~15m)이 반반이었던 작년에 비해 척수가 3배 이상 늘어난 올해는 80%가 목조선이고, 무전기조차 갖추지 않은 배도 많다. 낡은 배를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작년 2월의 핵실험으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 금융 제재에 더해 중국과 창구 역할을 한 장성택이 숙청되자 무역량이 급감하고 식량 지원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농업 생산의 향상도 기대할 수 없어 일본정부 관계자는 “바다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어선이 급증하고 있는 데 대해 일본의 공안 관계자는 “장씨의 그룹에 침식당한 어업 권익을 군이 다시 빼앗았다”고 보고 있다. '북한난민구호 기금'의 카토 히로시(加藤博) 이사장은 “경제를 궁지에 빠뜨린 선군정치로 다시 돌아갔다”고 한다.

북한어선이 일본과의 경계수역까지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출항하여 오징어잡이에 나서고 있는 것은 경제난을 해결하려는 궁여지책이기도 하지만 군에 상납금을 바치고 개인적인 재산을 축적하려는 부정부패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북한과 중국간의 수산물 밀거래는 서해에서 주로 이루어졌으나 그들의 밀거래 무대가 동해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한 어업 종사자들이 군과 결탁하여 서해의 북방한계선(NLL) 부근뿐만 아니라 동해의 NLL 근처에도 대거 몰려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 군과 경찰 당국도 북한 어선의 대거 출현과 이들의 불법 조업에 대한 경계와 단속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로벌이코노믹 장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