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기업, 홍콩 증시 탈출 러시…"저평가에 불만"

공유
2

중국 기업, 홍콩 증시 탈출 러시…"저평가에 불만"

중국 기업들의 홍콩 탈출이 잇따르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계 기업들이 자사 주식이 저평가 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상장 주식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상장을 아예 폐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홍콩 시민이 중심가의 건물 안에 설치된 증시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기업들의 홍콩 탈출이 잇따르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계 기업들이 자사 주식이 저평가 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상장 주식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상장을 아예 폐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홍콩 시민이 중심가의 건물 안에 설치된 증시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조은주 기자] 중국 기업들의 홍콩 탈출이 잇따르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계 기업들이 자사 주식이 저평가 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상장 주식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상장을 아예 폐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 스포츠용품 업체인 피크스포츠 프로덕츠는 지난 7월 홍콩 상장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피크스포츠의 쉬징난 회장은 "2009년 9월 (홍콩) 상장 이후 우리 회사의 주가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에서 유명한 스포츠용품 업체로서 우리는 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상장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피크스포츠는 올해 들어 주식 비공개를 결정한 4번째 중국 기업이다.

올해 가장 먼저 자사 주식을 비공개로 전환한 기업은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다롄완다 그룹 산하의 완다상업부동산이다. 완다상업부동산은 이달 홍콩 증시의 상장을 폐지할 예정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완다상업부동산 주주들은 지난달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완다상업부동산의 홍콩증시 상장 폐지를 위해 약 340억 홍콩달러(약 4조8420억 원) 규모의 지분을 재매입(바이백)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완다상업부동산은 2014년 12월 홍콩 증시에 상장한 직후 홍콩 H지수에 편입됐다. H지수는 중국본토기업이 발행했지만 홍콩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주식 중 시가총액, 거래량 등의 기준에 의해 분류한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대부분 우량주여서 외국인 투자가의 비중이 높다.

완다상업부동산과 같은 거대 종목이 홍콩을 이탈하자 다른 중국 기업들도 홍콩 증시를 속속 떠나고 있다. 욕실 관련 제품을 제조하는 아오푸와 가전 업체인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TCL도 홍콩 내 주식 상장을 곧 폐지키로 했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신통치 않는' 주가가 '사업과 고객의 명성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상장 폐지를 선택했다. 특히 완다그룹의 왕젠린 회장은 완다상업부동산의 주가에 상당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SCMP에 따르면 홍콩에서 비공개를 결정한 4개사 모두 중국 본토 증시(상하이 또는 선전) 재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다상업부동산은 이미 본토 거래소에 상장 신청을 마친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톰슨로이터 자료를 인용해 "실제 홍콩 증시와 중국 증시를 비교해보면 홍콩 주식이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홍콩 증시의 대표 지수인 항셍 지수 구성 종목의 주가수익률(PER)은 약 11배다. 하지만 유력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H지수의 경우는 7배에 불과하다. 반면 본토의 상하이 종합 지수의 PER은 12배, 선전 증시는 무려 34배에 달한다.

또 상하이 우량종목인 A주와 홍콩 H주 사이의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AH프리미엄지수'에서도 중국이 홍콩보다 약 20% 비싸게 평가된다. 즉 동일한 기업이 중국과 홍콩에 동시 상장한다면 중국에서의 주가가 20%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러한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은 홍콩 시장은 거래의 50% 이상을 기관 투자자가 차지하는 반면, 중국 시장은 참가자의 대부분이 개인 투자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증시의 한 관계자는 "본토 시장은 역사가 짧고 개인 투자자의 성숙도가 낮아 투기적인 매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확천금을 노린 고위험군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자연스럽게 PER이 높아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반면 홍콩 시장에서는 고급 포트폴리오 이론 등을 구사하는 국제적인 기관 투자자로 구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의 투자 성향도 투기적 매매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홍콩 시장에서 주식을 비공개로 전환한다는 건 개방된 세계에 등을 돌리고, 당국의 규제와 감독으로 '닫힌 시장'으로 회피하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대형 중국 기업들의 잇따른 상장 폐지는 홍콩 증시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은주 기자 ej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