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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일 언론이 제기하는 코로나19 사태 대응하는 ‘아베노마스크’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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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일 언론이 제기하는 코로나19 사태 대응하는 ‘아베노마스크’의’ 불편한 진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대한 기자회견 중 천 마스크를 쓴 아베 신조 총리가 불편한 안색을 보이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대한 기자회견 중 천 마스크를 쓴 아베 신조 총리가 불편한 안색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자 수는 크루즈선을 제외하고 12일 20시 현재 7,370명으로 늘었다. 3월 29일 이후 일본에서는 하루 12%씩 확진자 수가 늘고 있어 이번 주 중(4월 18일까지) 1만 명을 넘을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지난 7일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 선언을 내놓았지만, 우한과 뉴욕의 사례를 볼 때 강력한 외출 제한을 가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주 정도 걸린다. 이대로 감염 폭발이 4월 말까지 계속된다면 감염자 수가 2만 명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감염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도쿄에서는 2월 초순부터 약국에서 마스크를 입수하기 어려워졌다. 소매점에서는 구입량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매일 아침 개점 전에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아베 총리는 3월 5일 월 6억 장 이상의 공급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넘도록 마스크 구매난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집에서는 독감 유행에 대비해 사둔 일회용 마스크를 소독해 반복 사용하고 있다. 도대체 이 마스크 부족은 언제쯤 해소될까.

■ 중국의 감염 확산이 품귀현상의 발단

우선 일본에서 어느 정도의 마스크가 공급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면 2018년도의 경우 1년간 55억 장의 마스크가 공급되었으며, 그중 국내 생산이 20%, 수입이 80%였다. 수입의 86%는 중국에서부터이다. 즉 2018년에는 월평균 4억6,150만 장의 마스크가 공급된 셈이므로 아베 총리가 말한 대로 월 6억 장의 공급이 있으면 평소 같으면 충분했다. 그러나 2020년 2월 이후의 마스크 수요는 적어도 예년의 2배인 월 9억 장 정도는 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월 6억 장으로는 부족하다.

일본에서 마스크 부족이 시작된 것은 2월 초순이지만, 그 시점에서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아직 30명 이하였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입한 것은 감염을 두려워했다기보다는 “중국에서 의 감염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높아지게 되면서 일본으로의 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살 수 있을 때 사 두자”라고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 마스크 부족과 동시에 화장지 부족이 일어난 것은 전적으로 그러한 심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화장지에 대해 말하자면, 원래 국내 생산으로 수요의 97%가 조달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걱정은 오해로 판명됐다.

그에 반해 부직포 마스크(약국에서 팔리고 있는 일회용 마스크)의 경우, 공급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더구나 그 90% 가까이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므로, 중국에서 마스크 수요가 높아지면 일본으로의 수출이 줄어 마스크를 입수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있을 법한 일이다.

■ 한국 ‘마스크 5부제’로 위기 극복 주목

2월 하순에 감염 폭발을 겪은 한국에서도 마스크 수요가 높아지자 한국 정부는 국내에서의 마스크 증산을 추진하는 정책을 취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중국에서도 마스크 수요가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모처럼 증산한 마스크의 90%가 공식·비공식 루트를 통해 중국으로 유출되면서 국내의 마스크 부족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3월 6일 마스크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국민 1명이 매주 구입할 수 있는 마스크를 2매까지로 한정하는 5부제를 시행함으로써 국민이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했다.

중국에서의 마스크 수요 급증이 일본의 마스크 부족을 가져왔는지 아닌지를 수입 데이터로 검증하자. 일본의 부직포 마스크 수입량을 2019년 1, 2월과 비교한 결과 1월에는 중국에서의 수입이 2019년 1월보다 18% 늘었지만 2월에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전년의 절반으로 줄면서 전체 수입도 44% 줄었다. 2월에는 일본에서의 마스크 수요가 높아졌는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마스크 부족을 가져왔다고 결론할 수 있다.

■ 중국 감염 둔화로 수출은 확대됐다지만

중국에서는 코로나19의 감염 폭발이 1월 하순에 일어났지만, 운 나쁘게도 설 휴가와 겹쳐 버렸다. 마스크 공장도 휴가에 들어가면서 1월 말 시점에도 여전히 마스크공장의 60%가 휴업하고 있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마스크공장뿐 아니라 자동차회사 등도 나서 마스크 증산을 시도해 2월 말에는 하루 1억1,000만 장(월산 33억 장)까지 생산이 확대됐다.

부직포 마스크 중 중요한 부분은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필터로 폴리프로필렌을 녹여 실 모양으로 내뿜는 ‘멜트블로우’라는 제조방식에 의해 만들어지는 부직포로 이뤄져 있다. 필터 생산은 장치 산업이라 쉽게 증산할 수 없어 2월에는 필터 부족이 일어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하지만 3월 들어 석화업체의 부직포 생산 라인 10개가 가동되면서 공급 부족도 완화됐다.

이렇게 해서 중국의 부직포 마스크 생산 능력은 1월부터 3월에 5배 이상으로 확대했지만, 중국에서의 코로나19의 유행은 3월 중순에는 거의 종식했기 때문에, 그것까지는 국내 소비로 향하고 있던 중국산 마스크가 향후는 해외에 대량으로 수출되게 될 것이다.

또한 해외 언론에서는 중국 정부가 마스크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에 해외에서 마스크 부족이 생겼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중국 정부는 그러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중국에서의 마스크 수요가 가장 높아진 2월에도 중국에서 일본으로의 마스크 수출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중국 정부가 마스크 수출을 금지했다는 것은 누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중국에서 감염이 확대되고 있던 2월에는 일본에 사는 중국인이 중국의 친척이나 친구 등에게 마스크를 보내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재무성의 무역 통계를 보면 일본의 마스크 수출은 2020년 1월, 2월 모두 제로다. 즉, 일본에서 중국으로 마스크 유출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량에 비하면 훨씬 적었을 것이다.

■ 마스크 수출 금지는 국가 간 갈등을 초래

국내에서 마스크가 부족할 때 마스크가 해외로 빠져나가면 정부는 마스크 수출을 막고 싶어진다. 실제로 한국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미국도 이번 감염 확산 속에서 마스크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수출 금지는 마스크 가격 저하를 초래해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의 생산 의욕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고, 비슷한 곤경에 빠진 외국을 더욱 힘들게 하기 때문에 보복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다행히 일본 정부는 마스크 수출을 금지하지 않았고 중국에서 감염이 폭발하던 2월에는 오히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나 우호 단체가 중국에 마스크를 기부했다. 3월이 되어 일본에서 감염이 확대되자, 이번에는 반대로 중국의 지방 정부나 기업이 일본에 대량의 마스크를 기증하게 되었다.

즉, 2월에 일본이 마스크 수출을 금지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오늘날의 마스크 부족을 다소나마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세계가 동시에 감염 확대에 휩쓸리는 가운데 각국 정부는 자국에서의 생산 확대를 촉진하는 동시에 마스크의 국제적인 유통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 폭발은 나라에 의한 시간 차를 수반하면서 일어나고 있으므로, 각각의 시점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나라에 마스크가 향하도록 하는 것은 세계 전체적으로 보다 빨리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 전 세계의 마스크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

코로나19 감염은 이제 유럽, 미국, 남미, 나아가 아프리카로 확산되고 있어 세계 마스크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중국의 마스크 생산 능력이 크게 늘었지만, 세계 마스크 수요는 그 이상으로 늘어 일본으로 올 중국산 마스크를 빼앗아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일본이 향후 마스크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의 생산 확대를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실제로 경제산업성은 2월 말부터 마스크 생산설비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시작했다. 3월 하순까지 13개사의 기업이 보조금을 받아 부직포 마스크 월산 6,760만 매 분의 생산 능력이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마스크 수요는 목하 월간 9억 매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되므로, 월산 7,000만 매 미만의 증산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경제학자들은 마스크의 부족은 적정한 가격 인상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마스크 값이 오르면 마스크 제조업체는 증산 의욕을 높여 공급을 늘릴 것이고, 지금까지 여분으로 마스크를 사들이던 사람들은 마스크를 기피하므로 수요는 줄고 수급의 균형을 이룰 것이다.

세상에서는 마스크 부족이 마스크를 매점해 인터넷 쇼핑몰 등에 전매하는 사람들에 의해 야기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여론에 밀렸는지 일본 정부는 3월 15일 마스크의 전매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경제학자 대다수는 투기행위가 공급 부족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지 투기행위가 공급 부족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투기는 공급 부족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이므로 이를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가격 메커니즘의 작용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도 있다.

■ 보조금과 시장 두 바퀴로 부족함 해소를

일본의 경제학자들은 세상의 눈 밖에 날까 봐 두려워하는지, 마스크 값이 올라 공급 부족이 극복될 것이라거나, 투기 금지 같은 의미가 없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마스크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가격 상승이라는 자극이 유효하다. 실제로 중국에서도 한편으로는 정부가 마스크를 고정가격으로 사들여 의료기관 등 필요한 곳으로 돌리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부직포 가격 상승으로 공급 확대가 자극됐다. 즉 정부의 개입과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두 바퀴를 통해 마스크 공급 부족이 해소될 수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19는 대책이 잘 되면 3개월 정도로 종식될 것이므로, 마스크 메이커는 종식 후에 과잉 설비가 되는 것을 우려해 투자를 주저할 것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내면 그러한 메이커의 염려를 완화할 수 있다. 또한 마스크가 증산될 때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되며, 그때까지는 마스크 부족이 지속된다. 일본에서도 주민번호를 활용하면, 한국처럼 국민 1명이 1주일에 살 수 있는 마스크의 양을 2매까지 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마스크 구입제한으로 수요를 억제하면서 보조금으로 기업의 증산을 촉진한다는 것이 당면한 정책으로서 효과적이다.

■ ‘아베노마스크’ 그릇된 대처 조롱거리로

그러나 마스크 생산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역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4월 11일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중국 자동차업체 BYD와 손잡고 월 3억 장의 부직포 마스크를 일본에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이것이 실현되면 일본의 마스크 부족은 크게 완화될 것이다. 손 회장은 이익을 얹어 팔겠다고 밝혔지만, 영리기업인 만큼 거리낌 없이 적정이윤을 더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아베 총리가 4월 1일 밝힌 국내 5,000만 가구에 천 마스크를 2장씩 배포한다는 계획, 이른바 ‘아베노마스크’ 계획은 나랏돈을 시궁창에 쏟아붓는 그릇된 정책일 수밖에 없다. 이것에 드는 비용이 466억 엔이라고 하니, 가게에서 사면 1매에 200엔 정도의 마스크를 나눠주는데 466엔을 들이는 것으로, 효율이 나쁜 것은 초등학생도 안다.

앞서 설명한 경제산업성의 마스크 생산설비 도입에 대한 보조금으로서 정부가 준비한 예산은 약 6억 엔이었다. 그것만으로 월산 6,760만 장의 생산 능력을 증강시킬 수 있으므로, 만약 466억엔 들이면 월산 50억 매 이상의 생산 능력을 형성할 수 있는 계산이 된다. 실제로는 거기까지 자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시장 메커니즘의 두 바퀴를 돌리면 마스크 부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