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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러시아 경제 제재로 '3차 글로벌 석유파동'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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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러시아 경제 제재로 '3차 글로벌 석유파동' 온다"

세계 2위 상품 생산국인 러시아 봉쇄 땐 심각한 에너지 부족 사태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1970년대에 이어 제3차 글로벌 석유 파동이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사진은 러시아 주민들이 은행에서 돈을 찾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1970년대에 이어 제3차 글로벌 석유 파동이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사진은 러시아 주민들이 은행에서 돈을 찾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지난 1970년대의 석유 파동과 유사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대혼란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골드만삭스가 5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최대 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제프 쿠리 상품연구팀장은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세계 2위의 상품 생산국인 러시아를 봉쇄하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쿠리 팀장은 “러시아가 에너지, 금속, 곡물의 핵심 생산기지이고, 러시아 경제를 봉쇄하면 선진국이 지난 수십 년 사이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폭등과 심각한 에너지 부족 사태가 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JP모건 체이스는 국제 유가가 연말까지 배럴당 18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원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지난 4일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아직 러시아의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제재를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정유회사와 금융 기관이 독자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중단했다. 현재 국제 시장에 나온 러시아산 원유의 3분의 2가량이 구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쿠리 팀장은 러시아의 경제 고립을 계기로 제2차 중동 석유 파동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1차 석유 파동은 1973년 10월 6일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이 계기가 됐다. 1973년 10월 16일 페르시아만의 6개 석유 수출국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원유 고시 가격을 17% 인상한다고 발표했고, 이스라엘이 아랍 점령지역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의 권리가 회복될 때까지 매월 원유 생산을 전월에 비해 5%씩 감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73년 초 배럴당 2달러 59센트였던 중동산 기준
원윳값은 1년 만에 11달러 65센트로 무려 4배 가까이 올랐다.서방 선진국은 75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물가 상승 및 국제 수지 적자에 시달렸다. 제1차 석유 파동은 1978년 일단 진정됐다가 78년 말 이란의 국내 혼란과 79년 초의 이슬람 혁명을 계기로 다시 제2차 석유 파동이 일어났다.세계 석유 공급의 15% 수준을 점하고 있던 이란은 석유의 전면 수출금지 조처를 했고, 국제 석유 시장은 급격히 혼란에 빠져들었다. 1980년 8월 이란·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한 달 전에는 기준 원유가도 30달러대를 돌파했고, 81년 10월 34달러선을 기록했다. 이는 1978년의 12달러 70센트에서 무려 168% 오른 것이다. 제2차 석유 파동으로 세계 주요국은 경제 성장률 하락과 소비자 물가 급상승 등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이상으로 폭등하고 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2일(현지시간) 정례회의를 개최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원유 추가 증산 요구를 거부하기로 했다.

OPEC+는 지난해 7월에 하루에 40만 배럴씩 원유를 증산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4월 원유 생산 규모를 정하기 위한 열린 이번 회의에서 23개 회원국은 하루 40만 배럴 증산 계획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의 70%가량이 그 영향을 받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는 현재 다른 원유에 비해 20%가량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니 유럽계 정유회사 대부분이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중단했다.

글로벌 에너지 트레이딩 회사인 비톨(Vitol)과 트라피구라(Trafigura) 그룹은 러시아산 원유의 장기 계약 거래를 2일부터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유럽 지역에서는 스웨덴 정유회사인 Preem AB와 핀란드의 Neste Oyi도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에 본사가 있는 발레로 에너지도 러시아산 원유 선물 거래를 중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일 한국, 미국을 비롯한 31개국 회원국이 모두 전략비축유 6,000만 배럴을 긴급 방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E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 폭등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의장국인 미국의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 주재로 장관급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미국은 IEA의 회원국 방출량의 절반인 3,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략비축유 방출이 국제 유가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