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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서구 자유주의-중·러 권위주의와 세계질서 '경쟁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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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서구 자유주의-중·러 권위주의와 세계질서 '경쟁의 시대'로

친러시아군 병사들이 7월 8일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에서 철수 후 도시에 남겨진 우크라이나군 포탄총 옆에 서 있다. 세계 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군비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친러시아군 병사들이 7월 8일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에서 철수 후 도시에 남겨진 우크라이나군 포탄총 옆에 서 있다. 세계 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군비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G2 위상을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G1 지위를 위협하면서 자유주의적 서구 질서의 가치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자유주의 진영의 쇠퇴를 극명하게 보인 시그널은 아프가니스탄에서후퇴일 것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재건하려는 20년 프로젝트는 불발로 끝났다.
탈냉전 노력의 핵심 부분은 민주주의, 평등, 사회적 관용과 같은 서구 자유주의적 가치 전파다. 이는 경제 자유화, 규제 완화, 시장 개방 및 세계화라는 명제 아래 자유 무역과 연결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의 기저에는 가치나 규범의 질서에 입각한 일련의 다자간 기구가 연동되어 작동하는 데 있다. 탈냉전 이후 지속적인 세계화는 과거 공산주의에 속했던 러시아와 중국을 강력한 국가로 부상하도록 했다. 러시아는 유럽의 에너지원이 되면서 경제 파워를 키웠고 중국은 세계의 제조공장이 되면서 국부를 키웠다.

러시아와 중국은 권위주의를 바탕으로 시장을 개방하면서 빠르게 경제적인 전환을 이루는 데 훨씬 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화가 사회적 자유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경제력은 권위주의 독재 정권에게 비자유주의적 목표를 추진할 더 큰 수단을 제공했다. 중국의 경제적 우위는 군사력을 키우도록 했고 다른 국가들을 경제력으로 포섭하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세계 경제 흐름을 변화시켜 베이징을 세계 경제 시스템의 중심에 진입하도록 했다.

지난 1년 동안 비자유주의적 권력의 거침없는 증가를 우리는 목도했다. 서구 사회는 지난 30년 동안 효율성과 수익성에 중점을 둔 처신을 뒤늦게 후회하고 이제 스스로 보다 탄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서구 사회는 세계화의 수혜만 누리고 민주주의와 자유 신장이라는 가치를 배격하는 정치적으로 혐오스러운 권위주의 국가와 우열을 다투기 시작했다.
이는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 세계화 과정에서 수십 년 동안 이뤄진 아주 복잡하지만 효율적으로 작동해온 시스템 재조정 과정을 밟아야 하기 때문 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싸움의 최선두에는 미국이 있다. 유럽이 이를 지원한다. 상대쪽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있다. 나머지 국가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익이 되는 쪽에 가담할 셈법이다.

지난달 미국은 위구르 강제 노동방지법을 통과시켰다. 그것은 수입업자들에게 중국에서 수감된 위구르인을 이용해 제품을 제조하지 않도록 압박한다. 이것은 서구에서 용인하지 않는 유형의 노동이다. 인권의 가치를 얼마나 더 존중하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서구와 권위주의 갈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곳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제재와 군사적 지원이 사용된 빠른 속도와 규모 면에서 서방 국가들이 규범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국제 시스템은 아마 금세기의 나머지 기간 동안 국제 관계와 무역의 성격을 규정할 가치 경쟁의 시대를 겪을 것이다.

서구는 물론 권위주의 진영 모두 상대방을 압도하지 못하는 관계로 훨씬 더 복잡하고 무질서하며 취약한 과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