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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곡물 값 폭등, 일본에도 불똥…국내산 밀·쌀가루 재검토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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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곡물 값 폭등, 일본에도 불똥…국내산 밀·쌀가루 재검토 움직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적으로 곡물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농업전문기자 마쓰다이라 나오야는 "우크라이나의 위기는 특정 국가에 식량을 의존할 경우, 그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일본에서도 국내산 식량 생산을 늘려 수입 의존에서 점차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식량교역을 지탱해온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정체와 러시아 경제제재로 인한 러시아 곡물 수출 불안이 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주요 밀·옥수수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의 주요 통로였던 흑해를 봉쇄했고, 약 2200만 톤의 곡물이 우크라이나 항구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다. 또 식량창고 등이 잇따라 파괴되면서 곡물이 변질돼 썩기 시작했다고 한다. 식량 수입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존해 온 중동과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은 이미 식량 부족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세계식량기구(FAO)는 양국에 곡물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과 아프리카의 25개국이 밀의 3분의 1 이상을 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그 중 15개국이 밀의 절반 이상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에서는 선진국처럼 수입처 다변화가 어렵고, 기아와 영양실조가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

지난 5월경부터 유엔 등이 중재에 나서 우크라이나 곡물 문제 해결을 위한 대체 수송로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지원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과 생산 자재 지원까지 허용하는 '연대 차선'을 구축하겠다는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영국 등 여러 나라도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 다뉴브강 등 육로로 곡물을 운송하고 다뉴브 강을 따라 철도로 운송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공여국인 미국이 유럽과 협력해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임시 저장시설을 건설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기아 수준이 급격히 악화한 가운데 6월 26~28일 독일 남부 엘마우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렸고, 우크라이나 곡물 문제도 식량안보 분야의 주요 의제로거론됐다.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정상회담 공동성명과는 별도로 식량안보에 관한 성명(이하 '성명')이 특별 채택돼 기아에 직면한 국민 보호를 위해 45억 달러(약 6100억엔)를 추가로 공여하기로 했다.

성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기아 수준을 극적으로 악화시켰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차단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식량을 대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되었다. 이번 추가 분담금을 포함한 G7의 식량 안보 기금은 총 140억7500만 달러(약 1조9000억 엔)에 달한다.

성명 내용에는 분담금 추가 외에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 재개와 우회 대체 운송 경로 확보를 위한 협력 방향이 명시됐다. 특징적인 것은 미국이 추가 분담금의 절반 이상(27억6000만 달러)을 분담했다는 점이다. 새롭게 발표된 27억6000만 달러의 인도적, 경제적 지원 중 20억 달러는 긴급 개입 조치를 통한 인명 구조에 투입될 것이며 7억6000만 달러는 식량, 비료와 연료 가격 등 급등 영향을 받는 취약한 국가들의 빈곤, 기아, 영양실조를 완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단기 식량 지원에 사용될 것이다.

일본 정부는 또 식량난에 직면한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식량 공급 지원과 생산능력 강화를 위해 2억 달러(270억 엔)를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비상식량 지원에 6800만 달러를 배정하고 양국 간 식량 생산능력 강화 지원에 약 4710만 달러를 배정한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재개할 수 있도록 일본은 저장시설 개발을 지원하고 곡물 수출 촉진을 지원하기로 했다.

G7 국가는 식량난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식량안보 분야에 큰 기여를 하기로 한 G7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그 노력은 각국의 원조 노력으로 제한되었고,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식량 수입에 의존해 온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식량 대란이 일어나고 있어서 해외 언론들은 심도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기대했지만, 실망으로 마무리되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가을까지 수출할 수 없는 곡물 물량이 3000만~6000만t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등 수출의 안전 보장을 호소하고 있다. 전 세계 곡물 교역량이 약 4억7000만t(2021·2022·FAO)인 점을 감안하면 가을에는 교역량이 약 6~12% 감소해 전 세계적으로 식량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EU와 독일이 제시한 육상·철도·하천 수송이 항만을 통한 수출만큼 정비되어 있지 않아 당장 대량의 곡물 수송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항로 재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분쟁지역에서 항해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와 호송 비용이 많이 드는 호송선단을 배치 해야 하고, 준비에만 몇 주가 걸린다고 한다. 곡물 대체 수송로 확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세계 식량 위기는 또한 "정보 전쟁"이라고도 알려진 국가 간의 싸움에서도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가 식량 위기의 한 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단순 선전전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위기에 큰 영향을 받는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러시아의 의견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논의가 복잡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문제는 대체 수송로 확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 가을 이후 농작물 파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도 곡물 생산지역이다. 우크라이나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확량은 전쟁과 비료 등 생산자재 부족으로 재배가 지연되고 있어 25%~50% 감소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량은 동부지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대체 항로가 확보되더라도 향후 우크라이나 내 곡물 생산은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남동부 자포리자주 지역의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월 초 중동지역 등에 우크라이나 곡물을 판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식량 문제는 '세계의 빵바구니'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에 의존하는 식량체계 자체를 재검토하자는 세계적인 논쟁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세계화 속에서 곡물 수출을 늘려왔다. 양국 간 곡물 수출이 증가한 것은 비옥한 토지의 분포, 유럽과 미국의 국제 농업 기업의 이 지역 진출, 최신 농업 기술과 기계의 도입, 농업 생산의 안정적 증가 등이 원인이었다. 2010년대 들어 양국은 세계 곡물시장에서 신흥 곡물 수출국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불과 몇십 년 만에 세계 밀 수출의 약 30%, 옥수수의 20%의 점유율을 자랑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량도 2010년 1400만 톤에서 2020년 5200만 톤으로 급증했고, 양국의 곡물가격은 기존 수출국인 미국과 호주보다 낮고, 반대로 값싼 곡물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늘어났다.

수단에서 빵 가격이 두 배로 뛰면서, 양국의 곡물에 의존해 온 가난한 국가들은 음식 가격은 오르고 가난한 가정들에게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이미 아프리카 수단에서는 빵 가격이 두 배, 레바논에서는 70%까지 올랐다. 또 중동 국가에서는 밀 수입에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치솟는 물가로 재정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소득의 60%를 식비로 쓰는 최빈곤층에게 작은 가격 인상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행히 일본은 밀의 대부분을 미국과 호주에서 수입하고 있어 현재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갑자기 밀 제품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 그러나 일본 곡물 수입은 세계 곡물 무역의 약 10%를 차지하며, 점차 곡물 가격 폭등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또 중동·아프리카 국가들도 상대적으로 비싸 구입하지 않던 미국·호주산 밀을 구매하기 시작해 일본이 과거처럼 안정적으로 곡물을 수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문제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하면 가능한 식량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를 두고 지금까지 세계에서 곡물을 둘러싼 모순을 보아왔다.

단기적으로는 어떻게든 우크라이나 곡물수송을 재개하고 곡물교역을 회복하며 세계 식량체계를 안정시켜야 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식량 교역을 재검토하고 향후 더욱 지속가능한 식품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시스템으로 가는 길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우선, 우크라이나 위기 이전에 존재했던 세계의 식량 불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곡물가격이 치솟는데도 식량위기는 세계적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 세계에서 9억 명이 굶고 있는 반면 6억 명은 비만이고 식량 부족도 있다. 이 불균형을 먼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취약하고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인 세계 식량 시스템을 바로잡는 일이다. 쌀과 함께 밀, 옥수수가 전 세계 칼로리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세계 3대 곡물로 불린다. 그러나, 이러한 곡물 수출은 몇몇 나라에 집중되어 있으며, 소수의 무역 회사들에 의해서만 전 세계로 운송되고 있다. 밀과 같은 1차 원자재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금융 투기꾼들이 상품투자에 편승해 식량 가격 상승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세계 곡물 교역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곡물 메이저들은 대규모 곡물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보고하지 않아 온 세계 식량 비축량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어 식량 가격 폭등의 한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은 곡물 수입에 대한 입장을 크게 바꾸지 않고 있다.

그리고 세번째,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식품을 다양화하고 시장을 더 투명하게 만드는 것 외에 식량 분배의 과점과 집중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이다. 앞서 언급된 문제들과 함께 기후 변화, 그리고 갈등과 빈곤의 악순환이 겹쳐져 식량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현재 식량 시스템은 규모면에서 경제적이고 수익성 효율도 높지만, 일부 차질이 발생하면 중첩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취약계층에겐 불안 요인이 된다. 세계 식량 시스템의 이러한 결함은 2007-2008년 식량 가격 위기 동안 이미 지적되었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로비 압력에 굴복하여 각국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식량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과도한 상품 투기를 규제하고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유통 집중도를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식량 시스템을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성은 대안적인 옵션을 제공하고 위험을 회피하게 한다.

이 관점을 일본의 식량과 농업 정책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말 농림수산식품산업 및 지역사회 활력창조본부 회의를 열어 식량안보를 주축으로 해 물가 상승 대비 지원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등 향후 농업정책의 틀을 제시했다. 비료와 같은 생산 자재의 가격과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서 고물가 해소 방안,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원료 공급 확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콩 생산량 증가 등이 포함돼 있어 농업정책의 방향을 어느 정도 바꾸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다만 식품·농산자재 수입의존 방향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고, 그것은 식품가격 급등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할 때, 미흡한 수준의 대응책에 불과하다.

우리들 식탁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한편 밀 가격 급등으로 국내산 밀과 쌀가루를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소비·유통 현장에서의 다양화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식사하는 사람들이 매일 식탁의 이러한 다양화의 배경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평소처럼 같은 음식 문화를 고수하는 것은 식량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위기를 계기로 식탁 아래 다른 부문을 고려해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식품에서 선택에 따라 국내 생산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빵을 먹는 것을 예로 들면, 지금까지 수입 밀을 중심으로 한 빵이 시장을 주도해 왔고, 일본 사람들은 통통하고 부드러운 빵에 익숙해졌다. 국산 밀은 단백질이 적고 쌀가루에는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아 빵은 수입 밀처럼 식감을 낼 수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밀 품종이 개선되면서 빵가루에 적합한 경질밀 품종 생산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쌀가루는 빵 특유의 끈적임이 있어 소비가 늘지 않았지만 글루텐을 첨가해 빵가루로 판매했고, 반대로 글루텐 프리 수요 증가로 판매량을 늘렸다. 이에 따라 외국산 밀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쌀가루를 도입하는 빵집이 늘고 있다. 그런 시대적 변화에 식사하는 사람들이 식탁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역사의 시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금, 세계의 식량 사정에 비추어 일일 식탁을 생각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