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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은 '1700조원 중국 기업' 상장 폐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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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은 '1700조원 중국 기업' 상장 폐지할 수 있을까

상장 기업 3년 연속 미국 회계 당국 조사 받지 않으면 처리 가능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 로고. 사진=로이터
최근 중국의 기술 대기업인 알리바바가 홍콩에 이중 상장을 신청했다. 관련 절차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알리바바는 연말까지 미국과 홍콩 증시에 이중상장된 회사가 된다.

알리바바 외에도 중국 기업 4곳도 해외예탁증서(GDR) 발행으로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 첫 상장됐다. 이들 4개 기업은 취리히 증시와 중국 증시에서 교차 거래가 가능하다.
투자 전문가들은 알리바바의 홍콩 상장과 중국 4개 기업의 취리히 상장이 미국과 중국간의 중국 기업 상장 폐지 관련 협상이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답했다.

미국은 지난해 시행된 외국기업책임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HFCAA)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3년 연속 미국 회계당국의 조사를 받지 않으면 해당 기업을 상장폐지 시킬 수 있다.

이 법은 도널드 트럼프 시기 시행된 정책이다. 그러나 중국은 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조사하는 것을 '안보 우려'를 이유로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알리바바를 비롯한 200개 중국 기업들을 예비 상장폐지 리스트에 올렸다. 만약 3년 간 회계 감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상장 폐지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미 연방의회 산하 자문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 따르면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70여개로 시가총액은 3월 말 기준 1조3000억달러(1700조원)에 달한다. 만약 이 모든 기업이 상장폐지 된다면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알리바바가 홍콩 상장을 성공하고 미국 규제 당국이 알리바바의 상장 폐지를 강요한다면 알리바바의 주식은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만 거래되게 된다. 미국과 중국의 중대한 자본 흐름이 20년 만에 끊기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를 1년 더 앞당길 수 있는 법안도 현재 미국에서 의논 되고 있다.
기업이 최소 3년마다 감사를 받지 않으면 미국 감사.감시 기관인 공개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기업을 상장 폐지하는 법안이 도입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회계 감사 거부 후 상장폐지까지의 시간이 대폭 감소하게 된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하지 않는다면 중국 기업의 회계 감사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절차 상 2024년 말까지는 상장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2023년 말까지 회계 감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2024년 상반기에 상장폐지가 결정되게 된다.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상장 폐지 문제의 데드라인이 더 가까워 지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강화되고 있는 이때 중국이 중국 주요 기업에 대한 미국의 회계 감사를 허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도 일부 데이터 공개 규정을 수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규제 기관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규칙을 따른 '최대한의 용의'가 있다고 말하지만 막상 협상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의장도 이번 달에 중국 기업 상장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히 해결할 자신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