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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일본 총리, '아베의 유산' 기업지배구조 개혁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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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일본 총리, '아베의 유산' 기업지배구조 개혁 손본다

"주주뿐 아닌 직원·고객까지 혜택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하는 것 중요"

일본 기시다 총리,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기시다 총리,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 모습. 사진=로이터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내세우고 나오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최대 경제 성과인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고 외신이 최근 보도했다.
2020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아베 총리는 지난달 유세 도중 암살될 때까지 정치권 내 한 세력으로 활동을 이어왔지만, 그의 후계자격인 기시다 총리는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가 전임자의 것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징후들이 그가 작년 10월에 취임한 직후 곳곳에서 나타났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0월 8일 시정연설에서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고객까지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보다 포용적인 자본주의 정책을 시사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보다 엄격한 감독, 기업간 교차 지분 방지, 일본 기업의 인수 활성화 및 산업 내 통합 촉진 등 고통스러운 개혁이 도중에 무산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그러한 변화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베네스 이사회 교육연구소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는 아베노믹스가 무언가를 성취한 곳이다.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진 거의 유일한 영역"이라며 기업 지배구조가 고 아베 총리의 트레이드마크 경제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혁 조치들은 그 이후 흐지부지되었고, 추진력을 상실했다고 그가 평가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기시다 정부와 가까운 사람들은 아베의 개혁 중요성과 추가 노력의 필요성을 인식한다. 커먼즈 자산운용의 회장이자 기시다 정부 뉴자본주의 실천위원회 위원인 겐 쉬부사와는 "아베노믹스에서 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10년 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쉬부사와는 "지난 10년 동안 아베노믹스는 기업지배구조개선에 한 몫을 했다. 그렇다면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분명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부사와와 베네스는 주주들과의 대화의 필요성이 현재 일본에서 널리 이해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이자 도쿄 소재 인게이지먼트 책임자인 이카와 토모히로씨에 따르면 그런 인식이 아직 기업 운영 실적에 눈에 띄는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주식시장 지표인 TOPIX 지수에 포함된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30년 전과 변함없이 PBR(주가순자산비율) 1을 밑돌고 있다고 이카와 매니저는 말했다. 그것은 투자자들이 그 회사들이 미래에 그들의 자본에 대해 충분한 수익을 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베 총리 시절 지배구조 개혁이 급물살을 탄 계기는 2011년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한몫했다. 이 발전소는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 이후 멜트다운을 겪었고 도쿄전력은 위기 대처와 그 여파에 대해 대중의 큰 비판을 받았다.

그 사건은 주식시장뿐 아니라 일본 기업 생태계 전체에 경종을 울렸다. 민간 기업의 이사회가 내린 한 결정은 회사뿐만 아니라 사회와 환경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2015년 아베 정부는 일본 최초의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도입해 '준수 또는 설명'을 바탕으로 이사회 독립성을 공식적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2014년 기업 감시에 관한 기관 투자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 데 이은 것이다.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논의는 1990년 경제 버블 붕괴, 1997년 야마이치증권과 2011년 광학장비업체 올림푸스에서 불거진 손실 은폐 목적의 전매 사기 관행 등 굵직한 기업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본격화됐다. 미야우치 요시히코 전 오릭스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재계 인사들은 미국식 모델을 따라 이사회에 대한 외부 감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일본 경제인연합회, 즉 강력한 재계 로비단체로 알려진 게이단렌은 반발했다.

베네스는 "아베 신조에게 모든 면에서 반드시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타고난 리더십을 지녔다. 일부 사람들이 아베 신조 총리를 싫어한 것도 그가 분명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또한 리더십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아직 그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 증권거래소 개혁 시도가 시사점을 가지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다.

2020년 도쿄증권거래소는 정체된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3830개의 발행 시장을 재편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반세기 만에 최초로 진행된 거래소의 주요 개혁조치는 강한 저항에 부딪쳐 제기된 많은 변화들이 완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새로운 "우량"기업들만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3분의 2 또는 심지어 단순한 과반수를 차지하지 않고 3분의 1만 구성 요건이 되었다. 한편 상장 자회사들은모기업과 소액주주 간의 이해충돌 우려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장에 남을 수 있게 되었다.

2200여 주주 기업으로 구성된 TOPIX 지수 개편 계획이라는 또 다른 전장이 기다리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은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들을 점차 지수에서 제외시킬 것이며 지수에 대한 추가 검토에 대한 공청회를 약속할 것이지만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피델리티의 이카와 매니저는 "토픽스지수가 S&P 500 지수처럼 더 적은 발행 기업과 정기적인 개편을 한다면 도쿄 주식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이루어진 변화를 시행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장규제기관인 금융청(FSA)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1만2000개 기업 연기금 중 스튜어드십 코드에 서명한 펀드는 지난 6월 말 현재 56개에 불과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투자자들은 기시다 총리발 아래 주주 이익이 소외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피델리티의 이카와 매니저는 "기업이 일본 기업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유럽과 북미에서 '다중 이해관계자'를 강조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FSA의 자료에 따르면 상위 500대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은 일본이 10%, 유럽이 18%, 미국이 31%로 나타났다.

그는 "일본이 이익을 더 많은 이해관계자와 공유하려면 이익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