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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리지 않는 일본, 미국 경기침체로 달러 약세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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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리지 않는 일본, 미국 경기침체로 달러 약세만 기다린다

일본 법정화폐인 동전과 1000엔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법정화폐인 동전과 1000엔 지폐. 사진=로이터
엔화가 거의 25년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40엔 이상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주로 일본중앙은행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반면, 미 연준이나 여타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억제 차원에서 대규모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물가 상승은 미국보다 훨씬 높지 않으며, 일본은행은 수년 간의 디플레이션 이후 소비자와 기업의 마음속에 인플레이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엔화의 역사적인 하락은 경제, 기업,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기도 하고 해를 주기도 한다. 급격한 하락세라는 점에서 환율 개입이나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를 통해 하락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일본의 엔화 약세에 대한 원인과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경제전문가인 요시아키 요하라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엔화가 왜 이렇게 약세인가?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한 반면 일본 금리는 저금리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표시 자산이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트레이더들이 연준이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베팅하면서 국채 수익률은 계속 상승하는 반면, 일본중앙은행은 일본의 10년 국채 수익률에 0.25% 상한선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회복은 비교적 완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무역 적자 또한 엔화에 대한 하향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왜 금리를 올리지 않는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긴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통화 완화는 시기상조라고 거듭 말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일본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넘어 가속도가 붙었지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2023년 4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아래로 미끄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을 확보하기 위해 더 강력한 임금 상승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엔화의 급격한 약세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 변경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엔화 약세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일반적으로 엔화 약세는 해외 수출 수익의 가치를 높이기 때문에 일본 대기업의 글로벌 영업에 도움이 된다. 엔화 약세 덕분에 일본의 기업 이익은 1954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통화 약세는 해외 여행객들의 구매력을 높여 관광 수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본은 아직 팬데믹 국경 통제 때문에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엔화 약세는 에너지와 식품 수입가를 더 높여 임금 인상이 생활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타격을 준다. 생활 물가 상승 불안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켰다. 총리는 정부 지출을 늘림으로써 물가 상승의 영향을 축소시키면서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을 지지했다. 이것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 정책에 초점을 맞춘 다른 주요 경제국들과 일본을 차별화한다.

◇구로다 총재는 향후 어떻게?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구로다 총재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더라도 4월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로다 총재는 외환 문제는 일본은행 몫이 아니라 재경부 담당이라는 점을 자주 지적한다. 낮은 차입 비용은 또한 일본 경제가 팬데믹에서 회복하는 것을 돕기 위해 공공 지출을 계속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가 개입할 수 있을까?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은 즉각적인 통화 시장에 대한 직접개입의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았다. 정부가 엔화 강세를 위해 시장에 발을 들인다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함께 대규모 엔화 매수 공세에 동참하는 것이다. 스즈키 장관과 다른 관리들은 구두 경고가 현재의 엔화 약세를 늦추기에 충분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데 집중하고 엔화 약세가 일본의 통화 정책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공동 개입은 높은 장벽에 직면한다. 과거에 엔화를 지지하기 위한 일방적인 개입은 대체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엔화가 더 떨어질 수 있나?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인상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가파를수록 일본중앙은행이 국내 채권 수익률에 대한 상한선을 유지함에 따라 일본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연준의 금리 인상은 투자자들이 일본에 이어 베팅하는 계기가 됐다. 궁극적인 변화에 대한 추측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일본중앙은행이 수익률 상한선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보인 후 대부분 그런 전망은 접었다. 투자자들이 연준의 금리인상 과정에서 물가 상승 과정이 끝나거나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져 달러화 약세를 보이면 엔화 하락은 멈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