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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중 갈등 증폭에 동남아 가치 더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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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중 갈등 증폭에 동남아 가치 더 중요해진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동남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동남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중관계가 아주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세계 2위 강대국(지금의 중국)이 세계 1위 강대국(지금의 미국)을 추월하려고 할 때마다 국제질서는 험난했다.

시진핑 3기 임기를 앞두고 미국은 중국과 관계를 이념적 측면에서 접근하기 시작했으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 사수를 위해 중국과 체제경쟁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미중관계가 격동의 국면을 향할 경우 세계화 흐름에서 누릴 수 있었던 자유무역의 이점은 사라진다. 안보와 경제를 분리 접근하기는 어렵다. 우리 속담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는 말이 있다. 미중 난기류는 우발적인 희생자를 많이 양산할 수 있다. 가장 취약한 지역 가운데 하나는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이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독단적인 행동을 할 것에 대비해 아세안을 더 많이 군사적으로 활용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해 여러 미국 지도자들이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섬을 건설하고 그 섬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는 것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중국을 자극했다.

미국은 중국을 난처하게 만들기 위해 아세안 전체 또는 일부를 참여시키려 할 수 있다. 아세안 국가들이 이 노선을 따를 경우 큰 전략적 실수가 될 수 있다. 중국으로부터 아세안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중국은 대다수 아세안 국가들과 교역 1위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너무 높다.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강한 강대국이지만 쇠퇴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반면 중국은 부상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지리도 중요하다.

중국의 모든 이웃은 미국이 앞으로 100년 동안 아시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중국이 앞으로 천 년 동안 바로 이웃에 존재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따라서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을 심각하게 소외하는 것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실상 모든 아세안 국가의 분명한 선호는 미국 및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을 강요받고 싶지 않는다.
아세안 국가 가운데 특별히 미중관계에 민감한 나라들이 있다. 우선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갈등을 빚은 바가 있다. 필리핀은 정권교체 후 새로운 대통령 마르코스가 바이든을 만났다.

시진핑 3기가 시작되는 2023년 이후 5년 사이에 중국과 대만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필리핀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진다. 필리핀의 항구나 공항이 어느 쪽을 지원하느냐가 전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필리핀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반면 군사적으로 중국과 긴장을 경험한 국가다. 누구를 택할지, 아니면 중립을 유지할지 지켜봐야 한다.

베트남도 중국과 지리적 위치 때문에 항상 엮여 있었다. 모든 베트남 지도자들은 중국에 맞설 수 있어야 하고 중국과 잘 지낼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베트남은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지만 경제가 더 발전하려면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 가운데 하나로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은 미래를 위해 미국을 버릴 수 없고 당장 중국과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한다.

태국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않고 중국군과 직접 싸운 적도 없다. 태국은 전통적으로 중국 황제에게 조공을 보냈고 현재 태국에는 중국계 거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 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중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중국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4년에 말레이시아는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최초의 아세안 국가였다. 역대 총리들은 베이징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두 나라는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의 집권 엘리트들은 중국의 화교 공동체를 두려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복잡하다. 제3세계 지도자가 되려는 열망을 가진 인도네시아는 자연스럽게 중국에 대한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다. 인도네시아는 베이징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마지막 아세안 국가 중 하나였다.

남중국해에서 인도네시아 정부 선박과 중국 정부 선박 사이에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중국과 일부 아세안(ASEAN) 국가 간의 양자 관계는 아주 복잡하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 서방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현재 G2이고 언젠가 시간이 흘러 G1에 등극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아세안의 장기적 이익을 계산하면 아세안은 중립성이 가장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인도는 아세안 생존과 성공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아세안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핵심 존재다. 다른 어떤 지역도 대체할 수 없다. 인도 태평양에서 아세안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경쟁이 과열될수록 아세안을 우군으로 두려고 할 것이 틀림없다. 미중 모두 아세안에 남다른 민감도를 보이게 될 것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약한 아세안이지만 역설적으로 중립적인 지정학적 기반으로 인해 약점을 강점으로 활용할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아세안이 미중갈등의 첨예화 속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 집단적으로 움직일지 아니면 독립적으로 움직일지 이 지역을 둘러싼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