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난달 28일 201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했다. 현재 미국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주가가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다우존스,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최고가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주가가 내려가면 투자자는 더욱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국채는 수익률이 낮은 대신에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이 뛰면서 채권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채권 시장은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연쇄 금리 인상과 각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사태 속에서도 비교적 차분하게 움직였었다. 그러나 최근에 연준이 선도하는 고강도 연쇄 금리 인상과 미국 달러화 초강세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동요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채권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진앙은 연준이다. 연준은 지난달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제시한 점도표를 통해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4.4%(4.25%~4.5%)까지 오르고, 내년 말에는 4.6%(4.5%~4.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뛰면서 국채 수익률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쉽게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 상무부는 8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전월보다 0.3%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달(6.4%)보다 감소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7월 내림세(-0.1%)에서 벗어나 두 달 만에 다시 상승 전환했다. PCE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통화정책을 고려할 때 참고하는 지표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전년동월대비 8.3% 상승했다.
G7의 현재 CPI는 평균 7.2%이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의 중간치 1.7%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주식 투자자들이 과거에는 10년물 국채 수익률 상승을 증시의 호재로 여겼다. 이는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전망이 밝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기업이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이는 곧 기업의 비용 증가와 수익 하락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내려간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