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여기는 워싱턴] 스타벅스 "고객 아니면 화장실 못 쓰게"…민간단체 거센 반발

공유
0

[여기는 워싱턴] 스타벅스 "고객 아니면 화장실 못 쓰게"…민간단체 거센 반발

시민 단체, '대안이 없다'며 화장실 계속 개방 요구

스타벅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타벅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스타벅스가 안전 문제를 내세워 음료를 구매하는 손님이 아니면 매장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으나 민간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9일 '뉴욕타임스 딜북 정책 포럼'에서 우리 매장에 들어와 공중화장실 쓰는 사람들로 인해 안전 문제가 있어 계속 화장실을 개방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이 정한 ‘세계 화장실의 날’인 19일에 미국화장실협회(ARA)가 스타벅스에 매장 화장실을 손님이 아닌 일반 시민에게 계속 개방할 것을 요청했다.

스타벅스 대변인은 가디언에 “우리의 화장실 사용 정책과 관련한 변화가 아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ARA는 “스타벅스 일부 매장이 음료를 구매하지 않는 사람에게 매장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고 반박했다.
스티브 소이퍼 ARA 회장은 가디언에 “뉴욕 시내 거리를 걷다가 화장실에 가려면 도서관이나 박물관을 찾아가는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국가들은 주요 시내에서 유료 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유료 화장실이 있었으나 시민들의 항의로 1970년대에 모두 사라졌다.

영국의 화장실 부품 제공업체 QS 서플라이스에 따르면 미국의 공중화장실은 인구 10만 명당 8개이다. 이는 영국, 프랑스, 아이슬란드, 캐나다 등 유럽과 북미 지역 주요 국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치이다. 아이슬란드는 10만 명당 56개이다.

미국 주요 도시의 시장이나 주지사는 건설 비용 부담과 운영비 등을 이유로 공중화장실 건설을 꺼리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샌프란시스코시에 공중화장실 한 곳을 건설하려면 평균 170만 달러 (약 22억8000만원)의 건설비가 들고, 공사 기간도 3년이 걸린다며 공중화장실 건설을 막았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 일을 ‘화장실 게이트’라고 한다.

슐츠 스타벅스 CEO는 시민의 공중화장실 사용 문제를 정부 기관이 해결해야 하고, 민간 기업에 그 책임을 떠넘기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매장 화장실을 일반 시민에게 개방해왔다.

지난 2018년 미 동부 필라델피아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흑인 고객 2명이 화장실을 써도 되느냐고 물었다가 거절당한 뒤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자 직원이 이들을 신고해 이들이 연행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로 인해 스타벅스 매장 앞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불매운동까지 일어나자 스타벅스는 음료 주문을 하지 않아도 일반 시민이 매장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