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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시진핑, 내달초 사우디 방문…"페트로달러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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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시진핑, 내달초 사우디 방문…"페트로달러 흔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2019년 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2019년 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뉴시스
석유 가격은 달러(Petrodollar)로 표시된다. 미국은 중동의 안보를 책임지고 중동은 석유 거래를 달러로 결제하기로 한 약속이 지금까지 이행되고 있다. 이것이 석유 에너지 경제 시대의 결제 방식이었고 달러 패권이 유지되는 동력이다.

하지만 이제 그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달러가 석유 거래 매개체가 되지 않는다면 누가 가장 고통을 받고 누가 가장 이익을 얻을까?
1970년대 중반 소위 미국과 사우디 사이의 '석유 달러' 협정 이후로 사람들은 이 방식을 당연시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석유 거래에 달러 가격을 책정하지 않고 워싱턴과 리야드 사이의 긴장 관계로 인해 이제 이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석유 달러 거래


1970년대 중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군사원조를 대가로 달러로만 석유를 거래하는 협상을 했다. 그 결과 유가가 4배 상승한 석유 달러가 탄생했다. 이후 미국 달러는 의문의의 여지가 없는 글로벌 외환 준비 통화가 되었다. 또한 사우디 아라비아, UAE와 같은 다른 중동 국가와의 협정은 세계 석유 시장의 달러 사용을 강화했다.

미국의 군사적ㆍ정치적 보호와 석유 구매 대가로 사우디는 가격을 달러로 책정하고 매장량 일부를 국채로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다른 석유 수출국도 그 뒤를 따랐다. 사우디는 또한 통화 환율을 달러와 연동시켜 유지했다.

'석유 달러' 협정 하에서 중동의 석유 국가들은 부유해졌고, 미국은 막대한 무역 적자를 쉽게 충당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강한 달러는 미국 제품을 생산하여 미국에서 중국 및 다른 곳으로 제조업이 이동하는 데 기여했다.

석유 거래는 글로벌 에너지 소비의 30%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 가량은 14억대의 자동차와 비행기, 선박 등의 운송 연료로 나마지는 석유화학 제품, 식량 원료 등으로 사용되면서 에너지의 표준이 되었고 석유 거래 결제를 달러로 단일화하면서 석유(산유국)-달러(미국) 사이에 상호간 윈윈 체제를 수십년 동안 유지했다.

달러 표시 석유 및 가스 선물 거래는 세계 경제 강국으로서의 미국 위상을 확고히 했다. 중국ㆍ러시아와 같은 경쟁국들은 환율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상당한 달러 준비금을 축적해야 했다.

카다피와 후세인과 같은 파괴적 도전자가 끈질기게 석유 달러를 약화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달러 패권을 약화시킬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미국과 사우디 사이의 분열이 커지자 달러는 새로운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 탈달러화


그러나 미국이 달러 거래 시스템 유지를 위해, 특히 전 세계 은행간 금융 거래를 위한 결제시스템(Swift)에 대한 통제력을 사용하며 패권을 행사하자 반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란과 북한은 달러 결제시스템에서 배제되면서 글로벌 무역에서 차단되고 경제적 궁핍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ㆍ러시아는 달러 결제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안화 결제시스템과 루불화 결제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다양한 분야에서 달러에 대한 대안을 위해 중국 및 기타 국가들과 협력했고 자체적으로 투박한 스위프트 대안을 개발했다.

미국과 EU의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징벌적 제재는 러시아 무역에 대한 제약에 그치지 않았다. 약 3000억 달러의 러시아 재정 준비금을 동결했다.

모스크바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달러나 유로를 즉시 거부했다. 갑자기 세계는 이중 유가 체제를 갖게 되었다.

대부분 석유는 여전히 달러로 거래되지만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가 중국, 인도, 터키 및 기타 국가에 석유를 판매할 때 중국 위안화, 러시아 루블화, 수입국 통화 및 물물교환의 뒤죽박죽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 가격은 유가 시장의 표준 거래가격과 달리 때때로 공시된 달러 가격보다 3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화폐인 달러로 거래하지 않을 경우 불안정성을 담보해야 하지만 구매자들은 유가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할인은 물론 러시아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인들이 제재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달러나 유로로 석유를 사고팔 수 없어 러시아로서는 당장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탈달러를 시도하는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 구매에 위안화와 루블화를 쓰기로 했다.

◇사우디도 탈달러화에 동참하나?


사우디와 OPEC의 회원국들에게 러시아의 탈달러 행동은 달러 의존 경제에 대한 회의를 자극했다.

사우디는 미국이 셰일 오일 및 가스 혁명 이후 미국이 사우디를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것에 소극적이라고 믿는다. 이는 1974년 석유달러 협정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우디와 미국의 굳건한 동맹이 흔들린 장면은 빈살만과 바이든의 갈등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바이든이 빈살만에게 화해를 제안했지만 방향 전환은 분명히 너무 늦었다.

사우디가 감산을 결정하고 유가를 인상하려는 시도를 단행하자 미국은 격분했고, 사우디를 위협하는 소송에 처하게 할 논쟁의 여지가 있는 석유 생산 및 수출 카르텔 금지(Nopec)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위협했다.

아직 사우디와 미국은 막다른 길에까지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사우디는 미국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전의를 보이는 가운데 올 12월 둘째 주에 사우디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의 시진핑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만남에서 사우디가 러시아와 함께 달러와 국채를 포기하는 결정을 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만약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가 중국과 모종의 합의를 통해 다른 석유 수출국들을 설득해 석유 거래에서 달러 가격 책정을 포기한다면 달러는 기축통화 권위를 잃을 수 있다.

1년 이상 동안 미국 달러의 가치는 지구상의 모든 통화에 대해 상승했다.

미국의 달러는 금본위제에서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쟁에 패배해 국제수지 위기에 직면했고, 그 시점부터 빠르게 달러에 대한 믿음을 버렸다. 석유가 이를 되살린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의 단 한 번의 조치만으로도 중단될 수 있다. 어쩌면 미국의 달러를 영원히 전멸시킬 수도 있다.

세계의 무역 거래에서 달러가 힘을 잃게 되면 글로벌 경제는 아수라장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사우디가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보이면서 미국과의 결별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지정학적 위험으로부터 국가안보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의 달러 결제시스템을 다변화하려는 셈법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다극 세계에서 탈달러화는 지금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는 수십 년 동안 오일을 팔아 축적한 막대한 돈의 상당액을 달러로 가지고 있다. 자신들이 보유한 자산을 옮길 안전한 피나처가 아직은 없다. 중국의 위안화나 러시아의 루불화, EU의 유로화는 매력적이지 않다. 금이나 암호화폐도 불안하다. 사우디 변신은 사우디에게도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우디가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달러와 단절을 결정하면 미국도 잃을 것이 많다. 막대한 국가 부채를 조달하는 용이성이 사라질 수 있다.

다른 나라를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능력도 사라질 것이다.

시진핑은 사우디와 위안화 결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사우디 방문에서 페트로 달러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는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일어난 일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