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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생각하는 중국 부자들 이 나라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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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생각하는 중국 부자들 이 나라로 몰린다

싱가포르 이주 문의 쇄도…세금 친화적 정권·정치적 안정 등 피난처 각광

중국의 부자들이 몰리면서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부자들이 몰리면서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대부호들이 싱가포르로 몰리고 있다.

약 3년 동안 지속된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지친 부유한 중국인들이 중국을 떠나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싱가포르 이민 전문 회사인 트랜스폼 보더스(Transform Borders)의 창업자는 싱가포르로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세금 친화적인 정권과 정치적 안정으로 오래전부터 부자 외국인들의 피난처로 여겨졌다. 중국의 유명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식당 하이디라오(海底撈)의 창업자 장융(張勇)도 지난 2018년 싱가포르로 국적을 옮겼다.

싱가포르의 개인소득세는 22%, 법인세는 17%로, 중국의 개인소득세 45%, 법인세 25%에 비해 현저히 낮다. 또한 상속세와 이중 과세도 부과하지 않아 중국 부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의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싱가포르의 패밀리 오피스는 고액 순자산가들이 재산을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방식 중 하나다.

투자, 조세, 부의 이동 및 기타 금융 문제를 처리해 고객의 다양한 재산 배분을 도울 뿐만 아니라 고객이 싱가포르 세무 거주자 신분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패밀리 오피스를 통해 일반적인 투자 범위와 지역 내에서 자산 이익 및 투자 소득세를 면제 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최소 자산 관리 규모가 2000만 싱가포르 달러(약 187억원)로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왕성하다. 싱가포르 통화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은 2022년 4월 기준 143개의 새로 설립된 패밀리 오피스 중 약 44%가 중국에서 왔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의 패밀리 오피스는 2018년 50개에 불과했지만 2022년 1분기 기준 800개로 급증했다.

유명한 싱가포르 패밀리 오피스로는 청소기와 헤어 케어 제품으로 유명한 다이슨 기업의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 헤지펀드 매니저 레이 달리오(Ray Dalio), 중국 하이디라오 훠궈 레스토랑 체인 창업가 장융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2022년부터 패밀리 오피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이 기조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 부자들이 소득 격차를 줄이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 추진을 우려하고 있어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한다고 해서 이러한 추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밀리 오피스 설립을 돕는 청팅파이(Chung Ting Fai) 변호사는 "2021년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설립 문의를 받았는데 올해 1월에만 일주일에 두 건의 문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청팅파이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영주권 취득을 원하고 있으며, 중국인 외에도 일본 및 말레이시아의 잠재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왔다고 언급했다.

부자들에게 싱가포르가 매력적인 점 중 하나는 최소 250만 싱가포르 달러(약 23억원)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정부 관리 글로벌 투자자 프로그램이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투자자 프로그램 펀드를 운영하는 필립 프라이빗 에퀴티(Phillip Private Equity)의 그레이스 탕(Grace Tang) 전무 이사는 "새해부터 중국인 고객과의 일정이 꽉 차 있다"며 "고객들의 일부는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하고 있지만, 일부는 싱가포르에 사업 본부를 설립하거나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 관리 허브


싱가포르의 관리 자산은 2021년에 5조 4천억 싱가포르 달러(약 5069조원)로 16% 증가했다. 중국 부자들이 싱가포르로 떠나 부의 유출이 가속화 되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파트너스(Henley & Partners)는 2022년 상반기에만 2800명의 백만장자가 싱가포르로 이동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9년도의 1500명보다 약 87% 늘어난 수치다.

투자 이민 컨설팅 회사에 따르면 싱가포르로 떠나온 중국 부자들은 평균 480만 달러(약 60억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의 총 자산 유출은 480억 달러(약 60조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싱가포르는 영주권자 3만 명, 취업 등 장기비자 외국인 9만7000명이 증가해 인구가 564만 명으로 늘어났다.

신규 증축으로 인해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싱가포르의 임대료가 21% 급증했다. 중국 본토 매수자들이 급등해 집값도 최근 2년 간 크게 뛰었다.

컨설팅업체 EY의 데스몬드 테오(Desmond Teo) 아시아 태평양 가족 기업 리더는 부자들의 자금 유입이 싱가포르의 금융 서비스 분야와 스타트업을 지원하면서 '풍부한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개인 자산이 어떻게 유입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는 골프 클럽 회원권이다.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Sentosa Golf Club)의 외국인 멤버십 비용은 2019년 수준의 두 배가 넘는 88만 싱가포르 달러(약 8억원)에 달한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