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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바이 아메리카' 정책 인프라 재건 '올스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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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바이 아메리카' 정책 인프라 재건 '올스톱' 위기

미국산 원자재·장비 사용 의무화 규정 현실과 괴리
미국 부품 비율 최소 55%에서 60%로 상향 조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 연설에서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 연설에서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인프라 재건에 나서면서 도로, 다리, 철도, 항만 등을 신축하거나 개축할 때 미국에서 생산된 자재와 장비 사용을 의무화한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필수 자재와 물품, 장비 등으로 인해 인프라 재건 작업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교통부가 최근 항만 인프라 시설 개선에 필요한 크레인, 트럭, 선박 리프트 등의 외국산 장비 도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장비는 미국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실제로 항만 인프라 구축 작업이 진행될 수 없는 사태를 맞았다고 WP가 전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5일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법’을 발효시켰다. 바이든 정부는 연방정부 조달시장에서 미국산 제품 인정 기준인 미국 부품 비율을 최소 55%에서 60%로 상향 조정해 미국산 부품과 장비 및 원자재로 미국을 재건하려 한다. 하지만 미국산 규정으로 인해 필요한 자재와 부품을 신속하게 구할 수 없어 인프라 프로젝트가 연기되고, 공사가 지연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인프라 법에 따라 구리, 드라이월, 광케이블 등을 모두 미국산으로 구매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이번 달에 ‘미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에 관해 새로운 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단체나 기업 등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바이 아메리카’ 조항으로 인해 미국 건설 현장에서 여전히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 장비 등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WP가 전했다. 고속도로 포장 공사에 필요한 반사유리구슬이나 고속철도 관련 부품은 일본이나 유럽 국가에서만 생산된다. 미국의 연방과 지방 교통당국은 이에 따라 고속도로 공사 허가를 내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 아메리카’ 정책은 미국 정치권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도 국수주의 성향의 이 정책에 반대하지 않는다. 미국 연방 또는 지방 정부가 발주하는 고속도로, 철도, 공공 교통시설 건설 작업에 미국산 ‘건설 물자(construction materials)’를 사용해야 한다. 이 법에 규정된 인프라의 범위도 주택, 브로드밴드, 전기차 충전소 등으로 확대됐다.

법에는 수도 시설 개선, 광대역 인터넷 확대, 화석연료 사용 감축 지원 내용이 포함됐다. 세부 사항을 보면 1100억 달러는 도로, 교량, 다리 등을 비롯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660억 달러는 화물 운송미 국철 암트랙을 포함한 철도사업 투자에, 390억 달러는 대중교통, 650억 달러는 광대역 통신에 투입된다. 또 기후 복원 등에 500억 달러, 청정에너지와 발전 기기에 650억 달러, 전국 단위 전기차 충전소 구축과 수질 개선 등에 각각 75억 달러와 550억 달러가 투입된다.

바이든 정부는 인프라 재건 프로젝트 추진에 앞서 연방 조달규정(Federal Acquisition Regulation)을 개정했다.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으려면 미국 내 생산부품 비율 기준이 지난해 10월 25일부터 55%에서 60%로 상향된 데 이어 2024년에는 65%, 2029년에는 75%로 미국산 인정 기준이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지난 2022년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의 교역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그 전 해에 비해 4.7% 증가했다. 미국의 제조업 분야 수입은 수출에 비해 1조2000억 달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특히 중국 경제와의 ‘탈동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중국을 배제한 채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재편하려 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 규모가 5388억 달러(약 677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였던 2018년 당시에 비해 약간 줄어든 것이고, 2021년에 비해 318억 달러 증가한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대중국 무역적자가 3829억 달러(483조원)로,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밝혔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의 롭 스콧 이코노미스트는 WP에 “미국 정부가 미국산 제품 사용을 확대하려 하지만, 25조 달러 규모의 미국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데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