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도시 ‘폭망’ 위기는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도시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어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도심 르네상스가 시작될 수 있다는 상반된 분석이 나왔다. 7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I)는 “도심의 종말은 잊어라”면서 “우리가 지금 거대 도시의 르네상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도시들은 원격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공실률이 크게 오르자 상업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사무실용 빌딩을 아파트와 콘도 등으로 용도 변경을 하고, 이를 위한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향후 8년에 걸쳐 이 도시의 사무실 건물을 주거용으로 바꿔 모두 8만2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상업용 빌딩을 주거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시 당국이 용도 변경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는 ‘재활용 조정’ 프로젝트에 따라 빈 상업용 빌딩의 아파트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주거용으로 바꾸기 어려운 빌딩은 체육관, 창고, 영화 세트장 등으로 바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의 영화 및 TV 프로그램 촬영 장소 제공 업체인 백롯은 빈 사무실 공간을 촬영 장소로 섭외해 활용하고 있다. 개인 운동 공간을 대여해주는 캐나다 업체 실로핏은 마이애미 등에 빈 사무실 공간을 개조해 체육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심에 부족한 개인 창고로 바뀐 사무실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건물의 용도를 바꾸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지적했다. 또한 팬데믹 이후 3년이 지나도록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의 사무실은 여전히 절반 가까이 비어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부동산 서비스업체 JLL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사무실 점유율이 팬데믹 이전의 40∼60%라고 보도했다. 이는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도시들이 70~90%의 점유율을 회복한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JLL에 따르면 아시아의 사무실 점유율은 팬데믹 이전의 80∼110%에 달하고, 일부 도시에서는 팬데믹 이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근로자가 출근하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에 디트로이트 등이 제조업 몰락으로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던 것과 달리 미국의 대도시는 현재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뉴욕관광청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약 5640만 명의 관광객이 뉴욕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의 약 85%까지 회복한 수치다. 이 중 외국 관광객이 약 900만 명에 달해 2021년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뉴욕시는 2023년 누적 관광객 수를 6170만 명으로 예상한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정점을 찍었던 뉴욕 방문객 수는 약 6660만 명이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