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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피치 "美 정치권, 정부 부채 상한놓고 '치킨 게임'…신용 신뢰 낮아져"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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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피치 "美 정치권, 정부 부채 상한놓고 '치킨 게임'…신용 신뢰 낮아져" 경고

美 정치권 극한 대립으로 협상 시한 임박하면 투자자 대거 이탈할 수 있어

국제 신용 평가사 피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국제 신용 평가사 피치. 사진=로이터
국제적인 신용 평가사인 피치가 미국이 연방 부채 상한 인상에 성공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피해도 미국의 신용 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매코맥 피치 글로벌 신용 평가팀장은 6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 정치권이 매년 연방 부채 상한 문제를 놓고 ‘치킨 게임’을 하고 있어 미국의 신용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에는 그 어느 때보다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피치는 지난해 7월 미국의 장기외화채 발행자등급(IDR)을 'AAA'로 유지하고 신용 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피치는 미국의 단기 부채 상황이 팬데믹 이후 탄탄한 경기 회복과 정부 세수 증가 때문에 개선등급 전망상향 조정했다고 밝혔었다.
매코맥 팀장은 미국이 최고 신용 등급을 받는 이유가 경제 펀더멘털 때문이 아니라 달러화가 국제 사회에서 기축 통화이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이 매년 부채 상한 인상 문제로 극한 대결을 반복하고 있어 이런 전제 조건이 흔들리고 있다고 그가 지적했다.

CNN은 부채 연장 상한 시한이 임박하면 실제로 미국에서 투자금 이탈 사태가 오고, 많은 투자자가 미국의 디폴트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에 부채 상한 인상 불발로 미국 정부가 디폴트에 빠졌다. 당시 미국은 AAA 신용 등급을 상실했고, S&P500 주가지수가 5% 하락하는 등 금융 시장에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정부 부채 상한 인상 문제로 금융 시장이 흔들리고, 200조 달러 규모에 이르는 국채 시장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금융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버지니아주(州) 버지니아비치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번에 발표될 예산안을 통해 향후 10년간 미 연방정부 적자를 2조 달러(약 2650조 원)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미 상한에 이른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공화당이 조건 없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연방정부는 지난 1월 19일 31조 4000억 달러(약 3경 9708조 원) 규모의 법정 부채 한도에 도달했다. 미 재무부는 디폴트를 피하려고 연방 공무원 퇴직·장애인 연금 신규 납부 유예 등 특별 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가 이로써 시간을 벌었으나 6월 초까지 한도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미 공화당은 백악관이 예산 지출 삭감에 동의하지 않으면 한도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의회 공백으로 정치권이 연방정부 부채 상한 연장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정부 셧다운 사태가 재발하고, 미국의 신용 등급이 하락할 수 있으며 이것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코맥 피치 팀장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자산이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면서 “미국 국채가 과연 위험이 없는 것인지 재평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초당 정책센터’(BPC)의 자료를 인용해 정치권이 연방정부 부채 상한 인상 협상에 실패하면 미국이 올여름 또는 초가을에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코맥은 미국 정치권의 협상 타결로 디폴트 사태가 발생하지 않아도 그 당시에 글로벌 금융 시장의 동향을 보고, 미국의 신용 등급을 낮출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나 달러화를 매각하는지 피치가 주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치를 비롯한 국제 신평사는 대체로 미국 정치권이 이번에도 정부 부채 상한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CNN이 전했다. 피치가 아직 미국을 ‘감시 대상 국가’에 올리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매코맥 팀장은 “미국 정치권의 정파 대결이 날로 격화하고 있고, 미국 전체가 갈수록 둘로 나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