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법은 지난해 8월 초당적인 합의로 미 의회를 통과해 시행됐다. 이 법은 미국 내에서 반도체 설비 투자를 하면 미국 정부가 재정·세제 지원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 투자하는 미국과 해외 반도체 기업에 시설 투자 인센티브를 포함한 527억달러(약 69조원)의 재정 지원과 25%의 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이 법에 들어 있다.
안 본부장은 한국 측이 제기할 문제점에 대해 “과도한 정보를 요청한다거나, 중국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제한을 많이 한다거나, 변동성이 큰 산업인데도 초과 이득 (공유) 부분이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 측과 협의하는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안전장치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안 본부장은 “이번에 미국 정부 고위 담당자, 백악관, 의회 인사들을 만나서 이쪽(미국 쪽) 업계 상황을 확인하고, 전방위적으로 (한국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보면 (미국 정부의) 재량 여지가 좀 많은 부분도 있고, 우리 기업들이 실제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최대한 여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단 칩스법에 따라 미국 정부가 주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173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2024년 말 신규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첨단패키징 공장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세액공제나 보조금을 지원받는 미국과 외국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우려 국가에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추가로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가드레일’ (guardrail, 방어망) 조항이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공장 신설·증설·장비 교체 등 추가 투자에 전면적인 제한을 받게 된다.
칩스법은 또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처럼 미국 국가 안보상 우려가 있는 외국 기업에 기술을 제공하거나 공동 연구를 하면 보조금을 회수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기업이 미 상무부와 맺은 협약을 준수하지 않거나 해당 사업을 목표 일까지 진행하지 않아도 보조금 환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미국 지역 사회 투자를 늘리고 반도체 인력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